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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Mar 20. 2019

토종작물을 생각하다

3월 넷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식탁

 오랜만에 미세먼지 걱정없는 주말을 맞았다. 하늘이 청명하고 날도 따스했다. 

주말 나들이를 떠나기 전 간단하게 한끼 차려본다. 연근을 기름에 볶아 먹기에는 양의 성질이 강하니 이렇게 따스한 날에는 조금더 음성인 올리브오일을 사용하고 알싸한 레몬고추를 넣고 볶아본다. 얼마전 담근 양배추 물김치도 기가 막히가 잘 익어, 연근과의 궁합이 아주 좋다. 콩나물밥에 달래장을 얹고 미소국과 함께 든든히 한끼 챙겨먹고 서촌으로 발을 옮겼다.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전국토종벼축제가 열렸다. 신청자를 받고 토크세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신청할 마음이 들었을 때에는 이미 마감되어 있었다. 아쉽지만 전시를 둘러보고, ‘세상의 모든 아마추어들’장터에서 장도 볼겸 들러보았다. 

 최근 토종벼에 관심이 많다. 토종벼 한가지만 놓고 보아도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며 맛도 당연히 다르다. 첫맛은 달콤한데 끝맛은 그렇지도 않은 쌀이 있는가 하면, 첫맛부터 강렬한 단맛을 갖고 있고 끝맛까지도 그 달콤함이 이어지기도 한다. 유난히 찰진 쌀이 있는가 하면 조금 단단한 쌀도 있다. 맛이 다르니, 어울리는 음식 또한 다르다. 이 토종벼를 맛과 식감, 풍미 등으로 특징을 정리해, 어울리는 반찬, 조리방법 등을 정리해두면 토종 먹거리만으로도 우리의 식탁이 조금더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 수입 농산물, 외래종 작물을 거부하고 국산 작물만을 지키겠다는 국수주의적인 생각이 아니다.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평등한 무역을 통해 들여올 수 있다면 웰컴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국산 농산물만으로 식탁을 꾸리기에는 다소 품종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감자는 죄다 수미, 쌀은 죄다 이천쌀이다. 이러한 획일화된 재료만으로 밥상을 차리면 그 결과물은 다소 진부해진다. 소비자에게 이런 진부한 식탁만을 보여준다면 국산 농산물은 매력적이게 보여지지 않을 것이고 시장에서도 뒤처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개성넘치는 토종작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번 전국 토종벼 축제의 전시에서는 특히 토종쌀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맛비교를 위해 대관도와 북흑조를 400g씩 현미로 장만해 왔다. 세모아 장터에서는 올봄 마지막이 될것도 같은 돼지감자를 사왔다. 

 올봄 마지막이 될듯한 돼지감자는 포타주로 만들었다. 서촌 나들이 겸 장만해온 빵에는 두부페이스트와 우엉당근 조림을 곁들이고 포타주와 함께 가벼운 아침식사를 즐겨본다. 빵에 곁들이는 소스는 설탕 가득한 잼, 버터와 같이 과하게 음으로 치우친 것들이 많다. 양의 성질을 살려 만든 우엉당근조림은 생각보다 빵과도 잘어울려, 아침식사로 빵을 먹을 때에 곁들이곤 한다. 빵에 두부페이스트와 머스터드를 바르고 잎채소와 우엉당근조림을 올리면 오픈샌드위치로 변신하기도 한다.

 콩전을 부쳐보았다. 밀가루는 물론 녹말가루도 섞지 않고 콩과 잡곡으로 반죽을 만든 나의 콩전.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에서는 같은 곡식이라도 이왕이면 가루보다는 알맹이 그대로 섭취하기를 권한다. 아무리 곡식이라도 말려서 가루를 낸 것은 이미 생명력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현미를 물에 담궈 두면 싹이 트지만 현미 가루를 물에 담궈 두고 싹이 트기를 기대한다면 정신 나간 사람 소리를 들을 것이다. 전 역시 가루를 사용해 언제든 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전을 마크로비오틱으로 다시 해석해보고 싶었다. 때문에 가루류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곡식과 콩을 사용해 반죽을 만들었다. 속재료로 사용하는 채소는 봄 채소들 중에서도 기름과의 궁합이 좋은 것들을 생각해보다가 방풍나물을 사용해 보았다. 봄은 아직 쌀쌀한데도, 꽤나 강한 음의 성질을 지닌 채소들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계절이다. 때문에 봄에 음양의 밸런스를 잡기 위해서는 각각의 재료가 가진 성질을 이해하며, 각기 다른 조리법을 취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부친 콩전은 전국 토종벼 축제에서 장만해온 토종쌀, 대관도로 지은 밥과 함께 든든한 한끼가 되어 주었다. 대관도는 현미인데도 쌀알이 유독 흰 빛을 띈다. 맛은 달콤한 맛이 강하고 씹으면 씹을수록 그 단 맛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부드럽고 찰져 찹쌀현미와 함께 밥알떡으로도 어울릴 듯하다. 한 편, 단 맛도 강하고 구수한 향도 지녔기에 향이나 맛이 강한 다른 반찬과 먹기에는 아쉬울 수도 있다. 콩나물국처럼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은 국, 반찬 등이 어울릴 것도 같다. 

 농부님께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법한 쌀을 권해달라 부탁드려 장만해온 대관도. 과연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토종쌀은 그 종류도 다양하니 하나 하나 맛보며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할 듯 싶다. 찬장속 북흑조를 개봉하고 싶어 벌써부터 안달이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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