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연 Apr 03. 2019

계절의 마크로비오틱과 절기의 마크로비오틱

 3월의 마지막주. 마크로비오틱 쿠킹스쿨 리마 사범과의 마지막 수업을 듣기 위해 다시 도쿄를 찾았다.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이르게 벚꽃이 만개했다. 하지만 만개한 벚꽃이 무색하도록 추운 날씨. 한자리 수 정도의 기온에 도쿄의 사람들도 코트를 꺼냈다. 이곳에서 한자리수 정도면 한겨울 날씨. 그래도 좋다. 쌀쌀한 바람에 어깨가 움츠러들지만 연분홍빛 벚꽃을 보니 마음만큼은 봄이다.     


 어언 2년만에 도쿄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점 중 한곳에 다시 찾아왔다. 아끼는 곳이기에 알려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좋아하는 곳. 여주인장 홀로 인테리어, 요리, 서빙 모든 곳을 해내는 이곳은 공간, 음식, 서비스 모두 아쉬운 것이 없다.      


 일본에 살던 시절, 출퇴근길 매일같이 이 곳 앞을 지났고, 주인장의 출근길도 보아 왔다. 손님들 앞에서는 늘 머리를 올리고 기모노, 조리복을 입고 있는 그녀이지만, 출근길에는 아직 꾸미지 않은 초췌한 모습으로 자전거 뒷자리에는 시장에서 사온 재료를 짊어지고 오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가게를 방문했더니 가게 내부가 조금 바뀌었다. 2년전 6~8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던 자리에는 타타미가 깔렸고, 2~3명 정도의 손님들이 카운터 석이 날때까지 기다리며 앉아서 음식을 먹을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남동생이 가게 일을 돕고 있었지만, 다른 일을 하게 되며 혼자 가게를 운영해야 해, 받을 수 있는 손님수를 줄였다는 것. 받을 수 있는 손님수가 줄었다는 것이니 객단가가 오르지 않는 이상 매출은 줄어든다. 하지만 방문한 손님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녀는 결단을 내렸다.     

 일본인들은 유난히 ‘제철’에 민감하다. 하지만 뭉뚱그려 ‘계절’별 제철에 민감할 뿐, ‘절기’별 제철에는 둔감한 편이 아닐까도 싶다. 3월초 쯤부터 이자카야 메뉴로 죽순, 유채꽃대, 머위 등을 사용한 메뉴가 보이기 시작하며, 이른바 서양식 달력에서 ‘봄’이라 부르는 3월부터 5월까지 이러한 메뉴가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봄이라고 해서 3개월 내도록 죽순, 유채, 머위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작은 식당은 절기에 따라 그 계절 가장 맛있는 식재료를 가장 어울리는 조리법으로 낸다. 이번에는 잠두콩과 머위가 등장했다. 잠두콩은 직화로 구워 따끈할 때 소금에 찍어먹고, 머위는 미소에 버무려 주먹밥에 발라준다. 술을 마시다가 마지막에 미소를 바른 주먹밥을 먹는 것은 마크로비오틱으로 해석했을때에도 지혜롭게 술을 마시는 방법중의 한가지이니 무릎을 탁 칠수 밖에 없다. 그 밖에 제철을 맞은 꼴뚜기, 유난히 부드러운 봄양배추등도 출동준비를 마친 상태. 음식에 맞춘 음료와 최상의 서비스까지 함께하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공간이다.

 든든히 챙겨먹고 푹 쉰 뒤, 맞이한 리마의 수업. 이번에는 식재료를 이용한 마크로비오틱 자연치유법에 대해 알아보는 수업. 마크로비오틱 자연치유법은 내복법과 외복법으로 나뉜다. 내복법은 자연치유력을 가진 음식 또는 음료를 먹어서 해결하는 자연치유요법이고 외복법은 이러한 음식을 몸에 바르거나 붙여놓는 등으로 해결하는 자연치유요법. 염증해소, 통증 등을 해소하면서도 몸의 열감을 내릴 때 도움이되는 생강찜질과 토란찜질 등 식재료의 힘으로 아픈 곳을 치료하는 것을 몸소 경험하고 수강생들 모두 놀라움과 즐거움을 숨기지 못하는 체험형 수업이다. 이러한 자연치유요법은 급성질환에도 좋지만 만성질환의 치유에 권하고 싶다. 만성질환은 어떤 질환이라도 몸이 스스로를 회복해 나가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기에, 개선되지 않고 몸에 이상이 남아있는 경우에 보여진다. 약을 먹으면 잠시 해결된 듯 하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한 것은 아니니 약효가 떨어지면 원상복귀한다. 마크로비오틱 자연치유법은 만성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음과 양으로 이해하고, 이에 맞는 요법을 짚어내기에, 생활 속에서 지속하며 약으로는 낫지 않던 것들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급성질환, 중병은 병원과도 상담하기를 권한다)     

 수업 후 혼자 가진 저녁식사 시간. 현미밥을 내주는 비건 음식점에서 정식을 먹었다. 일본 비건 음식점은 한국 비건 음식점에서 보기 어려운 메뉴도 많아 흥미로웠지만 어딜 가나 빠지지 않는 콩고기 카라아게는 이제 슬슬 지겹다. 고기가 굳이 그립지도 않기에 콩고기는 내 돈 주고 사지는 않는다. 마른 재료이기에 재고관리가 쉬워서 식당에서 자주 사용하는 점은 이해한다.     

 걷다보니 메구로가와가 가깝다. 추적추적 비도 오고 춥지만 강가에 핀 벚꽃만큼은 낭만적이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조각글과 팝업식당,클래스 관련 공지는 블로그에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보다 조금은 이른, 도쿄의 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