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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Apr 03. 2019

우에노의 마크로비오틱 음식점에서 아름다운 고집을 만나다

 마크로비오틱에는 끝이 없다. 신토불이, 일물전체, 음양조화, 곡물채식. 이러한 기본적으로 권장하는 원칙이 있기에, 이 개념에 기반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레시피가 탄생하고, 다양한 문화의 음식을 마크로비오틱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 나 역시 이것을 연구하는 매력에 빠져 마크로비오틱을 한국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요일 첫수업을 담당해주신 카토선생님은 약선요리를 마크로비오틱으로 해석해오셨다. 한의학, 중의학이 꾸준히 남아있는 한국, 중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서양의학이 빠르게 뿌리내리고, 식재료를 약으로 활용하는 학문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때문에, 약선요리가 테마였던 이번 수업에서는 일본에서는 보기어려운 채소, 한방 재료들이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무척 익숙한 것들이었다. 요즘 맛있는 원추리, 말린 토란대, 오미자, 홍삼, 머위 잎 등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한 재료들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 이런 나의 반응에 카토 선생님 역시 재료를 연구하고 둘러보기 위해 한국과 중국을 꾸준히 드나드신다고. 다른 일본수강생들에게는 다소 낯선 재료였겠지만 완성된 요리에는 탄성이 쏟아졌다. 원추리와 말린 토란대를 사용해 일본의 가정식의 반찬으로도 어색할 바 없는 무침 요리가 완성되었고, 씁쓸한 머위잎미소는 입맛을 돋우었다.      

 일요일 두 번째 수업. 나에게는 사범과 마지막 수업이었다. 의미있는 이 수업은 4월부터 리마의 교장이 되신 오카다 선생님이 담당해 미소를 사용한 양식요리를 알려주셨다. 미소는 크게 나누면 누룩의 종류에 따라 콩미소, 보리미소, 쌀미소로 나뉘는데 이 날은 사이쿄미소라는 쌀미소의 한 장르를 사용했다. 이 사이쿄미소는 쌀누룩을 콩의 두배정도의 양을 사용해 유난히 달고 크림같은 맛이 특징이라 양식에도 무척 잘 어울린다. 이 사이쿄 미소를 사용해 크림과도 같은 소스를 만들었다.      

 도쿄를 오가며 도쿄의 비건 음식점, 마크로비오틱을 의식한 음식점들도 갈만한 곳은 다 가 본듯하다. 처음에는 신기했으나 슬슬 비슷한 메뉴와 계절을 거슬러 올라가는 부자연스러운 음식도 많이 보이기 시작해 탄식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드디어 찾았다. 제대로 마크로비오틱한 음식점.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수건을 두른 사장님의 모습에서 이미 마크로비안의 포스가 풍긴다. 100%비건 인데다가 화학 조미료, 백설탕 등 정제된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곳. 기대가 크다. 그리고 등장한 음식.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건 음식점에서 맛없는 현미밥을 먹어왔던가. 쫄깃하게 잘 지은 현미밥이 참 편하다. 간장 풀어 마냥 짜기만 한 스프가 아닌 제대로 우려낸 미소국에는 절로 몸이 따뜻해진다. 일반 식초가 아닌 매실식초를 사용한 마리네에서 이 곳의 고집을 한번더 느꼈다. 식초는 음의 성질을 가진 조미료이기에, 마크로비오틱에서는 식초중에는 양의 성질을 가진 매실 식초를 사용하기를 권한다. 하지만 매실식초는 가격도 비싸고 제대로 된 것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이곳은 당당하게 매실 식초를 사용하고 있었다. 찐채소에 곁들인 참깨미소소스 역시 밸런스가 참 좋다. 평일 점심 한끼에 한국돈으로 15000원 상당의 가격이지만 입구를 알기도 어려운 이곳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 역시 식당을 해보았고 특히나 마크로비오틱 음식점을 해보았기에 오너로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비즈니스를 해간다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그러기에 이 곳의 고집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식사를 하고 나와 조금 걷다보니 우에노 공원이 나온다. 그저 걸어가며 바라보기에는 아쉽도록 아름답구나. 잠시 벚나무 아래 앉았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우에노 공원에서 고집을 꺾지 않는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며 언젠가 재개할 나의 팝업식당에 대해서도 고민에 잠겼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조각글과 팝업식당,클래스 관련 공지는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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