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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Apr 11. 2019

취나물, 머위...4월의 선물을 지혜롭게 즐기기.

3월 마지막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식탁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러 일본에 다녀오고 나서 보니 장에도 새로운 재료들이 나왔다. 절기는 청명에 접어들었다. 봄중에서도 가장 그 빛이 완연한시기. 식탁도 옷을 갈아입는 때다.

 반가운 손님, 완두를 표고버섯과 함께 중화풍으로 볶아 고명을 만들고 밥에 섞었다. 4월에 특히 맛있는 아스파라거스로는 된장국을 끓이고 생강으로 알싸한 향을 더하니 늘 먹는 된장국이라도 새롭다.

 아침부터 좀처럼 잠이 깨지 않는 것이 점심에는 제대로 압력을 준 현미밥이 먹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오분도미만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던 하루. 이 대신 잇몸이라 들었다. 오분도미는 압력솥에 짓고, 살짝 식은뒤 주먹밥으로 빚어 앞뒤로 노릇하게 구웠다. 압력을 주어 꼭꼭 눌러 주먹밥을 빚는 것, 그리고 이것을 굽는 것 모두 조금은 양의 성질을 더한 주식의 조리법이다.

 4월 산나물을 빼놓을 수는 없다. 취나물은 깨와 함께 무치고 아스파라거스는 유부와 함께 간장국물에 재워두었다. 취나물, 아스파라거스 모두 채소 중에서도 음의 성질을 갖는다. 지나온 겨울의 몸과 작별하고 여름 준비를 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음의 성질은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강한 음의 성질을 갖기에 조화롭게 먹기 위해서는 그에 맞춘 조리, 재료를 더할 필요가 있다. 제철 취나물과 아스파라거스를 음양에 맞춰 지혜롭게 즐기기 위해, 들기름, 마늘을 들이붓던 옛습관과는 작별했다.

다음날은 재료만 바꿔 취나물을 오히타시로, 아스파라거스를 깨무침으로 응용하기도.

  요리수업을 하며 사는 사람이기에 조금 앞서 재료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5월 클래스를 위해 그 준비를 3,4월에 하는 것 처럼. 5월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 이 시기에 맞는 재료, 조리법을 선택하며 메뉴구성이 진부해지지 않도록 고민 해보았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 제철을 맞았을 햇완두와 표고버섯으로 밥을 짓고, 녹색채소들은 스프가 될 예정이다. 렌틸콩 등 수입상 콩 대신 아주까리콩을 사용해 허브향 샐러드를 만든다. 한편, 나의 요리중에는 드물게 매콤한 요리도 선보이려 한다. 무말랭이와 고수를 매콤하게 무쳐볼 예정.

 나 혼자의 밥상을 계절에 맞게 차려가는 일 쯤이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다. 하지만, 마크로비오틱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 즐겁게, 알기 쉽게, 그리고 실천할 수 있을 메뉴를 구성하는 것은 혼자 마크로비오틱을 즐기던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특히 이번 클래스는 지금까지 진행한 첫걸음 클래스와는 달리 ‘5월’에 맞는 마크로비오틱 요리를 주제로 한만큼 즐겁게 만들면서도 5월의 섭생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메뉴를 선정하는 것이 포인트였다.

 마크로비오틱은 기초이론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식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환경과 스스로의 몸의 변화에 맞는 식생활을 실천하며 몸과 마음의 변화를 몸소 느껴가는 것이 마크로비오틱. 그만큼 이번 원데이수업처럼 계절에 맞춘 섭생에 대해 이야기해 갈 수 있는 자리는 자주 갖고 싶은 바람이다.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3,4월에는 팝업식당과 클래스를 쉬었고, 드디어 마크로비오틱 사범과정 졸업과 팝업식당 재개를 앞두고 있다. 3,4월은 나에게 쉬는 시간이 아니었다. 좋은 손님들과 수강생들을 만나 꿈만 같던 시간을 보내다가 현실로 돌아오니 단 꿈에서 깬 것 같았아. 머리 속에는 내년 목표로 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 해야할 것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졌다. 그 중에는 내가 원하지 않던 그림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공부를 하겠다며 흥미 있던 음식점에도 기웃기웃 해보니 그들과 나의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이 들기도 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 때로는 멈출 줄 알아야 하지만, 멈춰보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너무 많아 나를 괴롭게 했다.

 주말쯤 마음이 복잡해져 머리가 지끈지끈하더니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장 상태가 좋지 않아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열이 오르기에 이르렀다. 증상과 최근 먹은 것들로 원인을 생각해보고, 이에 맞춘 자연치유법 몇가지를 선택했다. 여러 증상이 한꺼번에 왔으니 우선 장 상태를 되돌리고, 이 후 해열과 오한을 해결했다. 마크로비오틱으로 마음이 복잡해지고 몸살이 나 드러누웠지만 결국 마크로비오틱으로 해결을 보았다.

 유학중 잠시 한국에 들어온 친구와 나들이를 갔다. 예약제로 접수를 받는 박물관에서 아름다운 건물과 소장품을 관람하고 근사한 동네의 꽃도 둘러보고. 한옥집에서 감미료 없이 대추만으로 달콤한 맛을 낸 대추차도 마시고.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두런두런 나누는 대화에 복잡했던 마음이 많이 정리되었다. 사범과정 졸업 발표회를 위해 일본에 떠나기 전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비가 오고 으실으실하니 아침식사로 현미된장죽을 지어보았다. 된장의 양의 성질과 오래 끓여내는 양의 조리를 더한 음식으로, 감기기운이 있을때에도 도움이 되며, 체온이 낮은 사람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다만 감기 기운이 있을 때에는 증상에 따라 채수와 그 밖의 재료 선택을 바꿔주어야 한다.

 이 계절 잊고 지나가기 아쉬운 또 한 녀석. 머위를 들여왔다. 씁쓸한 맛에 호불호가 갈리는 머위를 더 맛있고 지혜롭게 즐겨보고 싶어 머위 쌈장을 만들어보았다. 도쿄에서 즐겨가는 음식점 보탄에서는 머위미소를 달콤하게 만들기 위해 미림을 사용했다는데, 우리나라의 된장에 미림은 썩 어울리는 조합이 못 된다. 하지만 달콤했던 머위미소에서 힌트를 얻어 우리나라식으로 재해석해 한번 만들어 보았을 뿐인데, 주먹밥을 빚어 머위 쌈장을 얹어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다. 야들야들한 부추도 통밀가루와 함께 반죽을 만들어 한입크기로 부쳐내니 막걸리를 부르는 한 상이다. 비도 오니 막걸리를 곁들였어도 괜찮았을텐데.

 아쉬운 마음은 오랜만의 장비사용으로 달래본다. 오랜만에 베이킹 도구들을 꺼내었다. 온 집안에 달달한 향기가 퍼지는 낭만적인 시간을 만들어보아야 겠구나. 베이킹을 하며, 온 집안에 풍기는 과자향기를 맡고 설레하는 가족들을 보면 내가 흑마술이라도 부린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랜만의 베이킹 작품은 오트밀 쿠키. 얄팍한 것이 날름날름 집어먹다 보니 금방 바닥을 보였다.


 마음이 편안하니 몸이 편안하고. 몸이 편안하니 요리도 더 잘되는구나. 식사와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있다. 음식을 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나오는 음식도 즐겁고 생기 있는 것이 된다. 많은 이에게 음식을 선보여야할 졸업 발표회 전 제대로 리프레쉬된 듯하니 천만 다행이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5월의 클래스 공지는 블로그에


매거진의 이전글 들에서 산으로. 바뀌어가는 봄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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