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연 Jun 18. 2019

마크로비오틱으로 즐기는 커리, 빵, 그리고 부리또

6월 둘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식탁

 향신료류는 마크로비오틱의 음과 양으로 보면 어느 쪽인가 하면 음성에 가깝다. 인도, 동남아시아, 남미 등 더운 지역에서 즐겨 사용하는 것이 납득이 된다. 날이 더워지면 어느새 향신료를 사용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커리블렌드와 큐민을 꺼내들었다. 완숙토마토와 냉동실에 잠들어 있던 병아리콩으로 금방 내 멋대로 커리를 만들어 현미밥에 얹어 먹는다. 마크로비오틱에 ‘절대 안된다’는 음식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채식을 떠나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며 ‘절대’ 먹지 않는 것 중 한가지가 인스턴트 커리이다. 성분 표시만을 보아도 손을 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가루로 된 인스턴트는 물론이며 고형 커리 루는 그 루를 사용하기 위해 어떤 기름을 얼마나 사용했을지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때문에 우리 집 커리는 늘 내가 각종 향신료와 채소를 사용해 직접 만든다. 

이렇게 만든 커리는 깻잎 튀김과 마늘쫑 콩나물과 함께  한끼 식사가 되었다. 기름처리가 신경쓰여 평소 튀김은 즐겨하지 않지만, 깻잎튀김이라면 최소한의 기름과 튀김옷만으로 만들 수 있다. 


 빵을 담은 플레이트를 내어 보고, 재료비에 대한 고민에 빠져 결국 손을 대고 있지 않던 영역에 들어섰다. 빵 만들기에 도전한 것이다. 

 요리의 세계에는 끝이 없다. 손을 벌리다보면 배우고 싶은 것이 한둘이 아니다. 때문에 배우고 싶은 마음을 추스르며 지금 눈앞에 놓인 것에 최선을 다 하려 하는 편이다. 빵은 예전부터 나의 학구열에 불을 지피던 녀석이었다.

 마크로비오틱은 곡물채식을 권장한다. 채식을 하면서도 곡물이 식단의 주요소가 되도록 구성한다. 동아시아 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권장하는 곡물은 현미이다. 다만 마크로비오틱에서 현미밥만을 주식으로 권하는 것도 아니다. 체질과 계절에 따라 현미보다 음성인, 또는 양성인 곡식을 권하기도 한다. 밀로 만든 빵을 권하기도 한다. 그 놈의 ‘글루텐프리’ 열풍 때문에 밀과 빵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찬밥신세가 되어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이러니 하다. 세계적인 장수식으로도 유명한 지중해식단에서 밀가루는 그들의 주식의 원료이다. 때문에 이번 수업에서는 ‘빵을 만드는 법’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베이커의 관점, 서양의 식생활에서 밀가루와 빵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에 대해 알고 싶었다.

 조금은 까다로운 수업 조건이기에, 천연발효빵을 만들며 연희동을 지켜온 연희동 빵집 '오늘'의 선생님께 따로 연락을 드려 내가 꼭 배우고 싶던 발효종 만드는 방법과 100%통밀 캄파뉴 만드는 방법을 장장 6시간에 걸쳐 배웠다. 이 시간동안, 선생님과 함께  밀이 역적이 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땅에서 자연스럽게 나고 자란 재료라면, 사람에게 해가 되는 음식은 없다. 그것들을 사용하는 사람의 욕심이 해를 만들고 한다. 쉽고 빠르게, 그리고 오래 유통하고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장빵이 사람에게 해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마크로비오틱의 관점에서 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베이커로써 선생님이 ‘건강한 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들어보며 닮은 듯 다른 듯한 두 장르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수업이상으로 흥미로웠다. 요리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두 사람의 고충, 노하우를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번 수업을 부탁드리게 된 계기를 설명해드리자, 선생님은 나에게 맞추어 두가지 발효종으로 만든 빵과 우리밀로 만든 빵 세가지로 수업을 준비해주었다. 덕분에 밀, 소금, 물 만으로도 살아남을 능력을 제대로 배웠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출판사 측에서 사진을 보내주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도 내 책이 있단다. 감개가 무량하다. 조만간 인증샷이라도 찍으러 가야할텐데…


 우리집에서 연희동까지는 대중교통, 자가용을 불문하고 편도 1시간은 걸린다. 연희동에 온김에 좋아하는 곳에는 다 들렀다. 한살림과 사러가슈퍼마켓에서 장도 보고, 일회용품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에 들러 이곳의 운영자이자 책에 추천사를 써주신 다운님을 만나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책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실 수 있는 곳 ‘책바’에 들러 갈망하던 독후감 시간을 갖기도 했다. 나온지 조금 된 책이기는 하지만 늘 독후감을 남기고 싶던 터라 시간을 내 보았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가 결론인데. 나에게는 세번째가 어렵다. 꼭 세번째를 넣지 않아도 지금의 나의 삶은 즐겁지만 세번째가 더해지면 조금 더 즐거워질 것 같기는 하다. 다만 사랑은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아, 나에게는 아직 조금 어렵다.

 

이 바에서 쓴 글도 몇편있기에 사장님께 책을 한권 선물해드렸더니 감사하게도 SNS에도 사진을 올려주셨다.

 수업도 듣고 술도 마시고보니 어느 덧 식당영업을 할 날이다. 


 이번주 팝업식당 오늘의 메뉴. 

 마크로부리또

 통밀또띠아

 마늘쫑 현미 멕시칸 라이스

구운파프리카와 마리네이드 토마토살사

쌈채소

밤콩큐민칠리

논오일 사워크림

머스터드 드레싱 감자완두구이

구운새송이 샐러드

  또 한번 향신료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부리또다. 제철을 맞은 마늘쫑과 코리앤더파우더, 현미로 멕시칸 라이스를 만들고, 칠리빈은 토종밤콩과 큐민, 완숙토마토로 만든다. 살사는 한번 구운 파프리카와 마리네이드한 토마토, 양파로 만들었다. 마크로비오틱의 음과 양을 이해한 조리법을 더하면, 사워크림 역시 기름, 유제품 없이도 녹진하게 만들 수 있다. 부리또야 건강을 위한 마크로비오틱 ‘일상식’이라기 보다는 ‘응용식’ 이기에 머리를 싸매기보다는 즐겁게 요리하려는 편이지만, 마크로비오틱의 본고장에서 사범과정까지 마치다 보니, 응용식을 만들 때에도 계절, 소화에 주는 부담 등을 따지며 만들게 되었다. 음의 계절 장마가 다가오니, 생고추, 차가운 기름 등 음의 성질이 강한 재료는 덜어내고 만든다. 음의 성질이 강한 여름 채소도 가볍게 굽거나 양의 성질을 지닌 조미료에 재워둔 뒤 사용한다. 또띠아는 물론 팜오일을 사용하지 않은 통밀또띠아를 사용한다. 즐기기 위해 만든 음식이지만 이렇게 만드니, 부리또를 한입 가득 먹어도 뱃속이 부대끼지 않는다. 이 계절 우리 입맛에 맞게 먹는, 순한 듯 킥이 있는 부리또. 일회용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 종이, 알루미늄 호일로 말지 않고 오픈 스타일로 내었지만 손님들도 즐겁게 각자의 부리또를 말아보는데 동참해 주셨다.

 부리또와 샐러드. 게다가 감자구이라니. 결국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취중 마감. 어느 정도 마감을 마치고 늦은 저녁식사를 하며 맥주를 한 병 열었다. 조금은 습한 듯. 하지만 아직 덥지는 않은 여름 밤. 맥주와 마무리하는 여름날의 밤이 개운하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팝업식당, 쿠킹클래스 관련 공지는 블로그에


매거진의 이전글 완두콩, 깻순. 만나서 반갑다, 초여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