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연 Jul 10. 2018

채식인의 여름. 평양냉면 보다는 비빔국수.

여름을 담은 한그릇

 뜨거운 계절. 여름이 왔다.

 이 계절을 기다려온 면요리들이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일본에서 건너온 시원한 소바, 최근 늘고 있는 중국식 냉면, 몇년사이 베트남 면요리도 인기인듯 하다. 우리나라 음식으로는 몇년사이 인기를 끌던 평양냉면이 남북정상회담으로 정점을 찍었다. 회사동료들도 4월 5월에는 평양냉면 맛집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이런 요리들은 고기나 생선을 베이스로 한 육수가 맛을 책임지기 때문에 채식을 지향하는 나에게는 사실 조금은 난감한 메뉴이기도 하다. 


 한편, 채식을 지향하고 있지만 의외로, 혹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식탐이 많은 편. 음식을 많이 먹고싶다는 욕심보다는 여러가지를 먹고 싶은 욕심이 있다. 때문에, 비빔양념과 고기, 계란만 단촐하게 올라간 냉면같은 음식보다는 여러 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더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메뉴도 현미밥과 된장국에 몇가지 채소반찬을 곁들인 집밥. 그래서, 다행히도 평양냉면을 먹지 않아도, 베트남 쌀국수를 먹지않아도 큰 불만이 없다. 


 나에게는 냉면이 없어도 여름철,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여름은 비벼먹기에 딱인 채소들이 우르르 시장에 몰려나오는 계절. 열무, 애호박, 가지까지. 여러가지를 한 식탁에서 맛보고 싶은 식탐의 소유자는 이 채소들을 가득 올려 비빔국수를 만들어낸다.

 주말내내 비를 맞으며 옥상 텃밭에서 키우던 가지가 예쁘게도 자랐다. 작은 놈은 반으로 가를때부터 상큼한 향이 남달랐다. 이 상큼한 향을 살리고싶어 껍질을 벗겨내 채썰어 생으로 먹기로 했다. 이런 상큼한 가지는 생으로 소금이나 미소만 찍어먹어도 맛나다.


 애호박 역시 제철을 맞았다. 이 계절 애호박은 안먹으면 손해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맛있다 (심지어 싸다) . 가지는 생으로 내어 가벼운 맛을 냈으니 애호박은 들기름에 살짝 볶아 기름맛을 더해줘본다. 가볍게 데쳐 소금과 참기름에 버무린 나물, 애호박 볶음과 채썬 가지, 열무김치를 차갑게 식힌 메밀면위에 얹어 낸다. 또다시 이것 저것 먹어보고 싶은 식탐이 발동해 면위에 한가득 얹어냈더니, 아래 깔린게 면인지 밥인지는 보이지도 않는다.

 열무에 가지, 애호박까지.

 소박하지만 이 한그릇에 여름이 담겼다. 


편한 일상사진은 인스타그램에

비건,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