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넷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밥상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서있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지만, 지난 금요일에는 식당영업, 쿠킹클래스도 쉬고, 인천을 향했다. 인천의 독립서점 ‘책방 모도’에서 나의 에세이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 북토크를 진행했다.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은 질리도록 했지만 정작 나 자신의 이야기를 말로 풀어내는 것은 많지 않은 기회이기에 설렘반 걱정반인 마음으로 인천을 향했다.
금요일 밤 1호선 끝자락을 찾아온 몹시 건전한 참여자 분들 덕에 무척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도 끊임없이 마크로비오틱은 식생활을 넘어 삶의 방식이라는 점을 전달하고 싶어하는 1인이기에, 이 점에 대해 1시간 반에 가까운 시간을 얻어 이야기하고 공감 또한 얻을 수 있어 행복했다. 내가 채식을 하게 된 계기, 마크로비오틱을 업으로 삼게된 계기 등 책에도 실리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도 무척 많았는데, 즐겁게 들어주신 듯해 안심이었다. 일방적으로 나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책에 대한 내용부터, 나의 삶 이야기, 지속적인 채식의 팁 등 다양한 내용에 대해 질문해 주셔, 짧은 시간이지만 즐거운 대화의 캐치볼이 가능한 자리였다.
나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인데 그동안 글과 음식으로 표현을 하며 살아왔다. 거의 처음으로 많은 사람앞에서 말로 나의 생각을 전달하니 그동안 글이나 음식으로 전하지 못한, 또는 전하지 않고 있던 것들을 전할 수 있었던 듯 싶다. 어떤 수단이 되든간에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그중에서도 언어 이외의 수단으로는 전달이 어렵기에 예술가에 동경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아닐까도 싶다. 불러만 주신다면 북토크는 또 해보고 싶은 영역이다.
토요일 아침. 얼마전 담근 깍두기가 드디어 익었다. 마음을 담아 만들어서 일까, 역대급으로 잘 익었다. 한편, 생존을 위해 깍두기를 담갔다고 하니, 안쓰러웠는지 엄마와 할머니가 내가 먹을 채소 반찬을 만들어 두었다. 동물성식품도 피하고 감미료, 첨가물도 피하며 살기에 역시나 까다롭다면 까다로운 취향의 소유자이다. 때문에, 가족이 만든 반찬에도 좋게 말하면 조언, 나쁘게 말하면 핀잔을 자주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먹을 것이 없을까 싶어 가족들은 내가 먹을 반찬을 챙겨둔다. 삼대의 여자가 마음을 담아 만든 반찬으로 밥상을 차려 먹고 기운 내 일터로 향했다.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에도 클래스. 3주에 걸친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마크로비오틱 강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 날의 메뉴는 설탕, 감미료 없이 만드는 유부초밥과 최소한의 기름으로 만드는 청경채와 버섯의 중화풍 볶음, 그리고 가을 겨울 버전 두부스키야키. 적은 기름으로도 아삭한 청경채 볶음 만드는 팁 다들 유용하게 사용하시길!
이론수업은 체질에 따른 식단구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내 수업치고 무척 짧은 수업시간. 회당 2시간에 3주간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알아가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런 기획은 내 수업에서는 하지 않는다. 조리환경도 내가 원하는 환경과 달라 나도 수강하시는 분들도 3주간 모두 고생하셨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이해해주시고 적극적으로 질문해주신 수강생분들께 고마운 마음이 남는다. 인덕션 사용을 피하는 점 이해해주시고 오직 이 수업을 위해 버너 다섯대를 준비해주신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도 감사하다.
금요일 오전 서울 베이킹클래스
금요일 오후 인천 북토크
토요일 종일 서울 베이킹클래스
일요일 오후 안양 쿠킹클래스
전쟁같던 10월의 스케줄이 지난 주말로 정점을 찍고 마무리 되었다. 쿠킹클래스를 끝내고 오니, 컨디션이 양성의 끝을 찍는지 상반신을 중심으로 뭉치고 수축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발가락은 부어있다. 일단 누워 침묵속에서 쉬었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함께 안양에 가준 가족들도 나 못지 않게 피곤했겠지만,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무척 바쁘고 스트레스 레벨도 높을 법한 10월이었지만 종종 연락주는 친구들, 나에게 많은 것을 맞추어주는 가족들 덕분에 무사히 10월을 즐겁게 넘겼다. 바쁘게 사는 내 소식을 접하고는, 성업(?)하고 있는 듯해 안심이라며 오랜만에 연락을 해준 지인도 있었다. 바쁘게 지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먹고 놀고 일하고 사랑받으며 즐겁게 지내고 있는 듯 하다. 정작 사랑을 줄 줄을 모르는 것이 아쉽지만, 좋아하고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며, 내가 행복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감사한 2019년 가을이다.
낮에 있던 쿠킹클래스에서 마크로비오틱을 일상에 들여올 팁을 다시 되짚으며 가장 중요한 점 중의 하나로 ‘감사하며 먹기’를 꼽았다. 최근, 스스로를 몰아치며 다소 마크로비오틱하지 못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던 참이었는데, 다행히도 감사한 마음을 잊고 살지는 않은 것 같아 안도했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넓게 보고 자연이 주는 생명력에 감사하는 것이 마크로비오틱 이기에, 바쁜 시간 속에서도 이 마음을 잊지 않은 과거의 나에게도 감사하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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