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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Sep 14. 2018

9월초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집밥

전자렌지 없는 생활. 조미료에 대한 고집.

 9월초. 열심히 밥을 해먹고 사는 요즘. 일본에서 배우고 온것들을 복습하고, 한국식으로 해석하기 위해서 거의 매끼니마다 뭔가 하나씩은 만든다. 한편, 원래부터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을 하고는 있었지만, 일본에 다녀오고 나의 식탁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일본에서 마크로비오틱 공부를 하고 달라진 점 첫번째.

 조미료에 대한 고집이 늘었다. 소금, 된장, 간장 등 기본 조미료는 매일 입에 대는 것들이니, 일본에 가기전부터 이런것들은 국산 재료에 첨가물 없는 것들을 고집해오기는 했다. 된장, 고추장은 할머니가 직접 담그신 것을 사용하고, 오래전부터 할머니가 주문해서 드시는 믿을만한 소금과 고춧가루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중에 파는 것 중에서도 좋은 제품에 대해 알고 싶었다. 좋은 제품이라는건 국산 재료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통제법으로 만드는 등 여러 조건이 있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제품을 찾는다는건 여간 쉽지 않다. 쉽지 않기 때문에도, 미리미리 알아두고 싶었다.


 우선 된장을 바꿨다. 해인사에서 100%국산 재료와 좋은 물을 사용해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된장. 비싸다.일반 된장의 두배정도의 가격. 하지만 된장은 거의 매일 먹는 음식이니 믿을만한 제품을 알아두고 싶다. (맛으로는 우리집 된장을 더 좋아한다.) 다음에는 간장을 바꿀 예정. 아직 일본에서 사온 유기간장이 남아 있지만 다 쓰고 나면, 국산콩으로 만든 조선간장을 알아보고 구매할 계획이다. 


 새로산 된장으로 기본 된장국을 끓이고, 아마 올해 마지막이 될듯한 둥근 호박 조림을 곁들인 집밥. 브레제한 무와 사과로 만든 샐러드도 담아봤지만 맛없다.. 여름무인데다가 하필 남아있던 부분이 가장 아래부분...이렇게 솜씨가 아닌 재료 탓을 해본다.


 일본에서 마크로비오틱 공부를 하고 달라진 점 두번째.

 전자렌지를 안쓴다. 

 전자렌지에 데운 음식은 맛이 없어서 원래부터 잘 안쓰기는 하지만, 그래도 밥은 전자렌지에 데워먹고 있던 나. 하지만 일본에서 마크로비오틱 공부를 하며 만난 분들은 건강에 고민이 많은 분들이 모여 있다보니,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특히나 철저하고, 그러한 이유에서도 평소 전자렌지는 쓰지 않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상황에 맞춰서 융통성있게 살아가려고 하는 편이지만,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봐야 그 분들의 생활에 대해 이해할 것 같고, 전자렌지의 안 좋은 점에 대해 듣다보니 역시 쓰고 싶지 않아진다. 때문에, 나도 전자렌지와 작별을 고했다. 찬밥은 쪄서 데우면 된다. 전자렌지보다 시간은 걸리지만 월등히 맛있게 데워진다.


 굳이 쪄서 데우지 않더라도, 물을붓고 현미누룽지를 해먹거나, 두부, 야채와 함께 볶아서 드라이 커리를 해먹기도 한다. 전자렌지 사용도 피하고, 단조롭던 식탁에도 변화가 오니 일석이조이다.

 집에 만들어둔 반찬이 부족할때는 구황작물이 최고. 고구마가 보이길래 고구마로 반찬을 할 수는 없으려나 해서 만든 고구마메밀전. 대낮에 막걸리가 땡기는 단점이 있을 정도로 맛나다. 어느덧 아침엔 코끝에 찬 바람이 느껴지는 9월. 이런 계절에 고구마와 부추는너무 음성일까 싶어 나 나름대로 양성의 기운을 더해 만들어 보는 한끼.

 오이도 있고 단호박과 팥도 있고.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밥상. 오이는 삶은 율무, 미역과 버무려본다. 해인사에서 된장과 함께 청국장도 주문했다. 오랜만에 먹는 청국장은 맛있다계절의 음양만 놓고 생각하면 청국장은 여름이 더 잘 맞는 음식. 내년 여름엔 더 자주 해먹어야겠다.

 

 청국장은 된장처럼 오래두고 먹는 음식이 아니다. 먹을만큼만 사서 그때그때 먹어 없애는 것이 좋다. 냄새가 난다는 것도 주로 오래두고 먹어서 그렇다. 신선한 상태로 사온지 얼마 안된 청국장은 심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삶은 율무도 남았겠다, 냉동실에 잠들어 있던 설익은 밥과 함께 된장 죽으로 만들어 새 생명을 불어 넣어 본다. 토실토실한 율무. 죽으로 만들어도 너무 퍼지지 않아 좋다. 아침에는 제법 쌀쌀한 요즘. 슬슬 아침식사 메뉴도 따뜻한 것들이 좋아지는 계절이 오고 있다.




비건,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밥 해먹고 사는 가벼운 일상은 인스타그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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