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연 Sep 17. 2018

9월 둘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집밥

여름색에서 가을색으로 가는 시기

비가 오더니 부쩍 쌀쌀해졌나 싶더니 오늘은 또 따뜻하다. 날씨가 자주 바뀌는 요즘. 장을 봐두던 지지난주에는 아직 낮에는 땀이 나는 날씨였다.


 오이는 호두소스에 버무리고 깻잎쌈밥을 만들어 단호박 팥조림을 곁들인 집밥. 호두소스는 재료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한데 맛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앉아, 마른 팬에 잘 구운 호두를 도르락도르락 갈아내는 시간은 명상이 따로 필요 없는 시간.

 평소, 김밥이나 만두처럼 손재주가 필요한 음식을 잘 안하는 나. 오랜만에 손재주가 필요한 음식, 쌈밥을 했다. 어느덧 날이 추워지니 깻잎을 생으로 먹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집에 깻잎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어 살짝 데쳐서 쌈밥을 만들어 본다. 고마미소 (깨와 미소를 볶은 후리카케)에 버무린 밥과 데친 깻잎은 썩 잘어울린다.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에게는 머핀을 선물해 본다. 입이 짧은 나이기에 일반 머핀틀에 구운 머핀은 너무 커서 정작 나는 1/4쪽 정도만 먹지만, 베이킹은 만드는 재미, 선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때문에,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을 핑계 혹은 기회 삼아 만들곤 한다. 이 날 만든 메뉴는, 비건 치즈 필링을 채운 당근 머핀. 비건인데다가 현미가루로 만들었다고 하면 다들 놀란다. 치즈필링도 비건이라고 하면 두번 놀란다. 받는 사람들 누구나 신기해 하고 맛있어 하는 나의 자랑스러운 아이템.


맛있는 옥수수를 주문했다. 가을에는 사립문 닫고 몰래 먹는다는 아욱도. 열심히 손질해 된장국으로 끓여본다. 옥수수도 알알이 떼어 옥수수현미밥을 지어본다. 노란 옥수수, 초록 아욱에 주황색 단호박과 보라색 팥. 자연이 만들어 낸 색깔이 예쁘다. 가짓수는 적지만 만든 내가 봐도 눈이 즐겁다.  눈만 즐거운게 아니라 내장에도 좋다. 단호박 팥조림은 마크로비오틱에서 신장질환이 있는 분들에게 꼭 권하는 음식. 아욱은 장건강에도 좋고 칼슘함유량이 높기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뭐든 과유불급. 가을철 음식으로 유명한 주제에 꽤나 음성이다. 몸이 찬 사람은 적당히 취할것.

 

주문한 우엉과 연근도 도착했겠다, 아껴둔 오이도 있어, 치라시 스시를 만들어 본다. 치라시 스시는 주로 달걀 지단이나 연어알 등을 올린 일본의 음식이지만 마크로비오틱에서는 각종 뿌리채소를 올려 먹는다. 히나마츠리라는 여자아이의 날(3월3일)에 주로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3월 3일은 내 생일이기도 해서 교토에 살던 시절, 친하게 지내던 아주머니가 생일에 치라시스시를 지어주시기도 했다. 나에게는 이 기억이 강해서 그런지 기쁜 날 먹는 음식이라는 인상이 있다. 부모님 결혼기념일에도 한번더 이 치라시스시를 만들어 먹었다.


 단호박 팥조림을 만들고 남은 단호박과 치라시스시만들고 남은 오이가 있어 홀그레인머스터드와 슥슥 버무려 만든 샐러드. 남은 음식들로도 훌륭한 반찬이 된다.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다 보면 냉장고 속 재료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이 생긴다. 잘 깎은 우엉과 당근을 넣은 된장국과 함께 이렇게 한끼 차려먹는다. 어느덧 뿌리채소가 어울리는 계절.


 옥수수밥은 죽으로 변신시키고 또 이 죽은 빵으로 변신시킨다. 이름하여 죽빵..치라시스시 만들고 남은 당근을 캐럿라페로 만들어 죽빵에 올려서 오픈샌드위치를 만들어 낸 주말 아침 식사. 옥수수와 현미밥으로 만든 콘스프도 제법 잘 어울린다. 이제 아침에 따끈한것들이 먹고 싶다. 


도쿄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는 스토리는 이곳에

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매거진의 이전글 9월초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집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