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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Sep 20. 2018

우엉, 연근이 맛있는 계절

9월 셋째주 마크로비오틱 비건 집밥.

 고구마순을 좋아한다는 글을 쓴걸 보더니 엄마가 일거리를 안겨준 주말 오전.

주말 오전부터 일거리가 생겼다. 그렇게 모녀가 붙어 앉아 오전부터 나물을 손질하는 주말 오전.


이렇게 하나하나 손질하다 보면 고구마순은 때깔이 뽀얘지고 내 손은 너덜너덜해지기 마련. 어릴적 읽었던 책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은 초록색 엄지손가락을 갖고 있다는 낭만적인 문구를 본적이 있는데, 사실상 초록색이 아닌 이런 색이 아닐가? 그래도 그 분들의 손은 내보다는 예쁠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손질한 고구마순은 살짝 삶은뒤 볶아 나물을 해먹으면 껍질 깐 보람이 느껴지는 맛이 난다. 늦여름 초가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 중 하나. 이제 슬슬 고개를 들고있는 우엉, 연근도 맛있다. 얇게 썰고 가늘게 채썰어 킨피라를 만들어봅니다. 킨피라는 마크로비오틱의 대표적인 기본 반찬. 우엉은 장내 환경 정리에 탁월해, 면역력 증진에도 좋고, 해독효과도 뛰어나다. 이런 우엉을 사용한 요리는 마크로비오틱 치유식에도 많이 사용된다. 킨피라 역시 한끼에 조금씩 먹게끔 짭짤하게 만들어 치유식에 쓰이기도 하고, 간을 적당하게 해 평소 식사용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짭짤한 킨피라도 좋아하지만, 부모님이 맛보고 깜짝 놀랄까 싶어 식사용 킨피라로 만들어 본다.


 비오던 주말에는 있던 재료를 털어 넣고 메밀전과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기도. 부추,깻잎, 참나물 등 아낌없이 털어넣는다. 날이 추워지니 비빔국수와도 한동안 작별할것 같다. 부침개는 음성의 채소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마크로비오틱의 음양의 균형을 생각하면 밀가루는 조합이 썩 좋지 않다. 조합도 좋지 않을 뿐더러 만들고 먹는 내가 밀가루를 썩 좋아하지 않기에 나는 메밀전을 즐겨 만든다. 밀가루 보다는 양성인 메밀. 한반도에서도 추운 지역에서 메밀음식을 즐겨 먹었던 것은 자연의 섭리에 따른 식생활이었을 것이다. 


비빔국수를 만들고 애매하고 남은 소면은 애매하게 남은 킨피라와 깻잎, 베이킹 하고 남은 단호박 껍질과 예쁘게 말아 월남쌈을 만들어 먹는다. 비빔양념도 버리지 않고 활용한다.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을 하면 유기농, 무농약 재료를 사용하고 무첨가 조미료를 사용하게 되다보니 식비가 늘어날 것 같지만, 나의 체감으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식비가 더 적게 든다는 느낌. 음식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생활이 몸에 배는 만큼, 버리지 않을 만큼만 재료를 적당히 사게 된다. 심지어 이렇게 음식을 남기지 않으면서도 참신하게 먹거리를 응용하는 능력까지 생긴다.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든다. 심지어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을 하며 소식을 하게 됐으니 더더욱 식비 걱정은 없다.


나라고 매일 이슬같이 먹고 사는건 아니다. 외식도 하고 술도 마신다. 즐길 정도로만 마신다면 술 역시 필요한 음식. 디저트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생각이다. 몸과 마음이 양성이 되어 있었으면 풀어주기 위해 음성인 음식을 찾는 것은 당연한 법. 때문에, 술도 디저트도 필요한 음식이지만 양과 질을 신경써서 필요한 만큼만 취해야 한다. 이 날도 친구들의 협조로 안주는 고기 없이, 가급적 식물성으로 시켜본다. 다행히도 친구들 모두가 좋아하는 더덕구이가 있어 함께 소맥을 말아먹는다.


 가끔 술 마시거나 균형이 치우친 식사를 해도, 평소 식습관이 균형잡혀 있으면 크게 몸이 상할 일도 없다. 또 몸 상태에 귀 기울이는 힘도 생기기 때문에 그 이후 다시 자신에게 불필요한 음식은 먹지 않는다. 괜히 해장한다며 이것저것 먹지 않는다. 열일했을 간에게도 휴식을 줘야 한다. 요즘에는 술마신 다음날은 알아서 한끼정도 식사를 건너 뛰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소식한다. 음주한 다음날의 점심식사. 사실 국도 없었어도 될 듯 하다.


오랜만에 연근으로 두부연근버거를 만들어 본다. 연근과 물기를 꼭 짠 두부. 더웠다 추웠다 하는 요즘 같은 날씨에 잘 어울리는 구성밥까지 조금 더 양성의 조리를 하고 싶었는지 기장밥을 차려본다. 우엉도 좋아하는 터라 국이 국물보다도 건더기가 많다. 연근과 우엉이 맛있는 요즘. 하루하루, 밤낮으로 날씨가 바뀌는 만큼, 퍼즐 맞추는 느낌으로 고민하며 밥상을 차리는 요즘이다. 이런걸 좋아하는 점을 보니, 나는 역시 일상을 위해 요리하는 사람인 듯 하다.


도쿄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는 스토리는 이곳에

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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