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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Oct 04. 2018

도쿄에서 한국식 마크로비오틱 요리를 가르치다 2화

서로에게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첫수업

 불타는 8월의 도쿄. 첫수업날의 아침이 밝았다.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기획해온 나의 첫 마크로비오틱 쿠킹클래스, '오늘부터 실천하는 마크로비오틱 한류집밥'. 원활한 수업진행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다. 어린이식당에서 본 선생님들의 위생관리를 잊지 않고 나 역시 사용할 도구를 미리 깨끗이 닦아 준비해두고 재료들의 손질까지 마쳤다. 


 첫날의 수강생은 예전 직장동료 세명. 지금은 서로 다른 부서 혹은 이직해서 다른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도 있기에 이 기회에 오랜만에 만난것을 다들 즐거워 했다. 그렇게 재회의 인사를 나누고 칼을 쥐기에 앞서 우선 자리에 앉히자 다들 의아해 했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소개했듯 마크로비오틱의 기초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한 뒤 실습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클래스기획과정

 마크로비오틱은 원데이클래스를 기획하기 어려운 장르이다. 이론 공부를 통해 자신의 체질과 컨디션에 맞는 식사를 하는것이 건강한 실천방법이며, 요리의 장르라기 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의 한가지 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번 클래스의 참가자들은 원래 마크로비오틱에 관심이 있던 사람보다는 건강한 식습관과 한국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이번 클래스에서는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A부터 Z까지 전부 알려주기보다는,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바른 이해를 심어주며, 마크로비오틱을 일상에 들여오는 팁을 전수해, 실천해보고 싶다는 동기를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런 이유로 ‘쿠킹클래스’의 분류에 속하지만 실습을 하기에 앞서 이론 수업을 가졌으며, 일방적인 강의 형식이 아닌 함께 대화하는 워크샵 형식으로 진행했다.

앞치마를 둘렀지만 실습을 하기전 이론수업을 가졌다.

 일본에서는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는 마크로비오틱의 인지도가 꽤나 높다. 이 날의 수강생들은 전원 여자분들이었기 때문에 각자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알고 있는점, 갖고 있는 인상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다.이 때 한 수강생의, ‘마크로비오틱이라면 마돈나’라는 발언은 몹시 흥미로웠다. 실제로 10년쯤 전, 일본에서는 잠시 마크로비오틱 붐이 일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마돈나. 마돈나가 건강과 몸매관리를 위해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을 하며 이를 위해 일본인 마크로비오틱 쉐프를 고용했다는 점이 일본안에서 유명해진 것. 일본에서 시작된 식생활이 역수입된 케이스이다. 이 때문에 일본사람들은 마크로비오틱의 창시자가 일본인 이라는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지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내가 소개하는 파트에서 마크로비오틱의 창시자인 사쿠라자와선생님에 대해 얘기하자, 마크로비오틱이 일본에서 시작된것이냐며 무척 놀라워 했다.


 또 한가지 수강생들이 인상깊어 한점은 마크로비오틱에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 없다는 점. 원데이 클래스인 만큼 마크로비오틱의 모든것에 대해 전달하는데에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특히 직장인들이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며 알아뒀으면 하는 점 몇가지 포인트를 전달했고, 그 중 한가지가 ‘마크로비오틱에 절대 안된다는 것은 없다’는 점 이었다. 이 날의 참가자들은 지금 현재 건강상의 문제가 없지만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마크로비오틱에는 절대 안되는 것은 없으니, 겁먹지 말고 차근차근 접근하기를 권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수강생들은 그제서야 마크로비오틱은 밀가루, 기름, 설탕, 동물성식품 모두 먹어서는 안된다는 인상이 있어 좀처럼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우선은 밥을 현미밥으로 바꾸고 주방 앞에 서는 횟수를 늘려가는 것부터 시작해보자는 구체적인 첫 발걸음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수 있었다. (이번 수업에서는 예방을 위한 관점에서 조금씩 실천할 것을 권했지만, 앞으로 포스팅할 6회차 수업때에는 무기력증, 수족냉증으로 고생중인 수강생을 위해 조금은 다른 식생활을 조언하기도 했다.)


 이렇게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갖고 있던 인상과 오해를 풀고 드디어 실습 시간. 이 날 함께 만든 메뉴는 제철나물을 올린 현미비빔밥과 여름채소메밀전. 물론 모든 메뉴가 동물성 재료 없는 비건이었다. 함께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내가 미리 만든 버섯 미역국도 곁들였다. 이렇게 시식메뉴도 있었지만 실습메뉴는 나의 시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이 처음부터 끝까지 실습을 익힐수 있도록 수업을 준비했다.

부침개에 넣을 부추를 손질하는 수강생
서툴지만 자신만의 메밀전을 부쳐보며 즐겨워 했다.

 메뉴 소개를 시작하자 한국 가정식에 대해 몹시 흥미진진해 하며 질문이 쏟아졌다. 내가 한국어 그대로 ‘양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참가자들은 오늘 만드는 ‘양념’과 ‘양념치킨’의 양념은 다른 것이라는 질문을 하기도 하고, 김치와 나물의 차이점에 대해 묻는 등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또한 일본의 한국음식점에서 주로 파는 부침개와 한국 일반 가정에서 먹는 부침개, 오늘 만들 메밀전의 차이에 대해서도 놀라워 했다. 그리고는 관광객이 아니라 진짜 한국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만들어 볼거라며 기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본어로 부침개(チヂミ)를 검색해 보고, 한국어로 '메밀전'을 검색해 보아 어떤점이 다른지를 비교하며 눈으로 확인했다

 뜨거운 여름날 열기를 식혀줄 음성의 채소, 애호박을 볶아 소금으로 간을 한 나물, 소송채를 데쳐 간장으로 간을 한 나물을 만들었다. 모두 가벼운 음성의 조리인 만큼 여름에 제격이다. 여기에 애호박과 부추를 올린 메밀전도 곁들였다. 물론 부침가루를 사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마크로비오틱의 ‘일물전체’의 개념을 의식해, 껍질까지 함께 갈아 만든 메밀가루를 사용한 메밀전을 만들기로 했다. 역할 분담을 해 누군가는 나물을 만들고 누군가는 전을 부치는 것이 아니라, 실습 메뉴는 모두가 구체적인 과정을 알 수 있도록 한자리에 모여서 진행했다. 모두 간단하면서도 모든 수강생이 참여해 자신만의 비빔밥, 자신만의 메밀전을 만들 수 있어, 다들 요리를 즐기는 모습에 내심 안도했다. 외국인에게 된장은 호불호가 갈린다 들었기도 했고 된장은 일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는 아니기에 실습재료로는 쓰지 않았지만, 시식용으로 내어본 가지된장무침 또한 인기 만점이었다.

순식간에 푸짐하게 차려진 마크로비오틱 한류 집밥
일본에서도 구하기 쉬운 재료들로 비빔밥 양념도 함께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수해온 고추장이 역시나 인기가 좋았다.
비빔밥 뿐만 아니라 면을 곁들여 비빔면으로 먹을수 있다는팁까지 전수했다.

 이렇게 실습과 식사까지 마치고 나눈 티타임에서, 그리고 앙케이트에서도 다행히 수강생들로부터 감사한 의견을 얻을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수업을 계기로 마크로비오틱을 일상에 들여오고 싶고, 더 알고 싶다는 감상을 들을 수 있어, 실천해보고 싶다는 동기를 심어주겠다는 나의 목표에 근접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몹시 안심했다. 한편 원데이 클래스인 만큼 구체적인 마크로비오틱의 음양이론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고, 애시당초 흥미를 가질까 걱정도 됐지만, 앙케이트에서는 자신의 체질과 음양이론에 대해 더 알아 보고 싶다는 의견 또한 강했다. 한번 마크로비오틱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가장 궁금해 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이 음양이론인 만큼 이 궁금증을 해소할 수업이 숙제로 남았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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