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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Oct 05. 2018

도쿄에서 한국식 마크로비오틱 요리를 가르치다 3화

누군가의 라이프스타일을 안내해주는 기쁨

 두번째 수업부터 나의 지인들이 다른 수강생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두번째 수업의 수강생은 나와 동갑내기인 예전 직장동료, 요코와 그녀의 어머니. 사실 요코와는 같은 부서에서 일한 적은 없다. 나는 첫 부서에서 2년을 일했고, 이 부서의 동료들과는 지금까지도 일본에 가면 꼭 만날 정도로 친하게 지내고 있다. 요코는 내가 다른 부서로 이동하고 1년 쯤 뒤, 이 부서에 합류했다. 요코도 나의 동료들과 무척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동료들의 소개로 우리는 알고 지내게 됐다. 


 요코는 나와 동갑내기로, 취미로는 서핑과 다이빙을 즐기며, 일도, 본인의 사생활도 놓치기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회사에서도 기대받는 인재인데다가, 친구들에 둘러싸여 지내 언제나 식사 약속이 끊이지 않지만, 건강 또한 놓치기 싫다는 요코. 나와는 둘이 따로 만날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나의 클래스에 어떻게 해서든 참여하고 싶다며 평일 저녁에 일을 일찍 끝내고 달려왔다. 또, 평일 저녁 이른 시간인 만큼, 또래 친구와는 함께 시간을 맞춰 참석하기가 어려워, 무려 어머니와 함께 나의 클래스에 와주었다.


 그렇게 요코는 사이좋게 어머니와 함께 우리집에 왔다. 어머니와 요코는 시종일관 살뜰하게 서로를 챙기는 훈훈한 모습이었다.

함께 요리하는 요코모녀

 첫수업과 마찬가지로 대화형 워크샵 형식의 이론수업을 가졌고,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때 요코의 대답이 놀라웠다.


 ‘비건은 정말 동물성 식품은 하나도 안먹는거지? 마크로비오틱은 기본적으로는 식물성 식품만 먹기를 권하기는 하는데, 자기 체질에 따라서 필요한 음식과 필요하지 않는 음식을 나눈다고 들은 것 같아. 자기 체질에 맞춰서 좋기는 한데, 그래서 더 어려운 것도 같아. 인도의 아유르베다와도 비슷하다고 들었어’


 많은 사람들은 비건과 마크로비오틱의 차이를 잘 모른다. 요코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두 장르의 차이점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었다. 또한 아유르베다에 대한 관점도 흥미로웠다. 아유르베다는 인도의 전통의학으로 실제로 아유르베다와 마크로비오틱은 많이 비슷하다. 쿠킹스쿨 리마의 수업에서도 아유르베다의 정의와 마크로비오틱의 정의를 비교하는 시간이 있을 정도이다. 과연 평소에 건강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정확한 인상이었다. 


 ‘난 아유르베다에 먼저 관심이 생겨서 인터넷으로 조금 알아본 적은 있어. 아유르베다식으로 내 체질을 분석해보기도 했고. 그런데 아유르베다에서는 내 체질에는 생채소는 맞지 않는다나봐. 굳이 먹을 필요 없대. 그런데 생채소 샐러드 말고는 야채를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도무지 감이 안잡혀. 가열해야하는 요리는 번거로울 것 같기도 하고.’


 아유르베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요코의 평소 식습관과 체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니, 음성에 가까운 체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유르베다의 관점에서와 마찬가지로 음성의 조리인 생채소샐러드는 요코에게 맞지 않다. 나는 요코에게 음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생채소 샐러드보다는 아침식사로 현미밥과 제철채소로 만든 미소국을 즐겨 먹을 것을 권했다. 미소국이라면 생채소보다는 양성의 조리이며, 바쁜 직장인이 만들기에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주말에 잠시 시간을 내서 많이 만들어두고 매일 조금씩 데워 먹는 것 만으로도 큰 변화일 것이다. 또한 요코의 경우, 평일 점심과 저녁은 외식을 할수 밖에 없는 라이프 스타일이기 때문에 아침식사만이라도 신경쓰며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을 시작해보기를 권했다.


 건강한 식생활에 관심이 있는 모녀답게 요코의 어머니도 마크로비오틱을 일상에 들여올 방법에 대해 대화하며, 현미밥을 좀처럼 먹지 않는 남편에게 현미밥을 먹일 작전(?)에 대해 상담하시기도 했다. 이러한 어머니의 고민에 현미밥을 부드럽게 짓는 팁을 전수해 드리고, 백미에 현미를 섞어 먹으며 점점 현미의 비율을 늘리거나, 오분도미, 칠분도미 등 부터 시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드렸다.


 이어진 실습에서는 첫 수업과 마찬가지로 비빔밥과 메밀전을 만들었다. 요코와 어머니는 교대로 부침개를 부치며 서로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바로 아버지께 보내며 즐거워 하기도 했다. 이러한 실습이 즐거웠을 뿐만 아니라 다행히도 요코와 어머니는 비빔밥과 메밀전이 정말 맛있다며 극찬해 주시기도 했다. 요코는 지금은 자취를 하며 부모님과 떨어져 살지만, 주말저녁에 집에 올테니 식사 메뉴로 다시 만들어 아빠와도 먹자며 즐거워 했다. 가족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드린 것 같아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 시간이었다. 

어머니도 평소 만들던 일본 가정식과는 다른 한국음식을 요리하며 즐거워 하셨다.

 이렇게 요코와 어머니와의 즐거웠던 클래스가 끝났다. 집으로 돌아가며 스튜디오 밖에서 정말 맛있었다고 이야기하던 두사람의 목소리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며칠뒤 요코가 나에게 사진을 한장 보내왔다. 내가 조언한대로 현미밥에 제철채소를 넣은 미소국을 끓여 먹은 인증샷이었다. 현미밥에는 김치와 한국김도 올린 모습. 어제부터 이틀 연속으로 현미밥과 미소국을 먹고 있고 오늘부터 설탕도 바꿨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요코가 나에게 보내온 사진과 라인 메세지. 시중에 파는 반찬도 섞여있지만, 마크로비오틱은 이렇게 조금씩 실천하며 시작된다.

 요리를 배우기 위해 일본에 간다고 했을때, 내가 음식점을 차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내 음식을 먹은 사람이 맛있어 하는 모습을 볼 때보다, 내가 한 조언을 실천하는 모습 혹은 나의 레시피로 요리하는 모습을 볼때 더 큰 기쁨을 느낀다. 이 때문에도 나는 마크로비오틱을 가르치고, 그 실천을 돕는 삶을 살고 싶다. 이번 클래스의 목표도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요코는 실천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것 뿐만 아니라 서툴더라도 조금씩 실천하는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었고, 이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보람이었다.



※도쿄에서 마크로비오틱 쿠킹 클래스를 기획한 과정

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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