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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Oct 09. 2018

마크로비오틱. 식탁을 넘어 조화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마크로비오틱이 가져다 준 우리가족의 사소한 변화

 상급과정에서 유난히 수강생들의 인기를 끌던 선생님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히야마 선생님. 히야마 선생님은 리마에서 강사를 하는 동시에 완전예약제 마크로비오틱 레스토랑을 운영할 정도로 에너지 넘치는 여자분이시다.

 나는 중급에서도 히야마 선생님의 수업을 들은적이 있었다. 당일 계획된 메뉴는 가지,토마토 등을 사용한 콜드 파스타였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날이 추워져, 같은 재료로 라따뚜이 파스타를 만드는 임기응변을 발휘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날이 더워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양성의 조리를 하되, 여름 야채 본연이 지닌 음성의 기운은 남겨 놓는 조리를 팁으로 알려주시기도 했다. 당일 갑작스러운 메뉴 변경에도 불구하고 전할 점은 꼭 전하시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에, 나는 이 날부터 히야마 선생님의 팬이 되어있었다.

자연농법으로 재배한 채소들과 이것들로 만든 라따뚜이 파스타

 상급에서도 변함없이 히야마 선생님은 알기 쉽고 유연한 수업을 진행해주셨다. 수업의 메뉴도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아 수강생들의 셔터누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식물성 재료들로만 만든 머핀, 오픈샌드위치, 라이스샐러드 등의 메뉴.

 이 날 수업의 주제는 마크로비오틱의 원칙중 한가지인 ‘신토불이’, ‘일물전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였다. 수강생들은 국산재료들을 사용하고 마크로비오틱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화려한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오늘의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히야마 선생님의 메세지는 조금 달랐다.


 ‘중급까지 수업을 들어오면서, 마크로비오틱과 내 몸의 건강의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그리고 몸의 변화도 느껴왔을 거예요. 하지만 상급부터는 식생활, 몸의 건강을 넘어 사회와의 관계를 생각해보시면 좋겠어요.’


 선생님 말씀이 맞았다. 마크로비오틱은 식생활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체에 걸친 개념이고,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은 자연스럽게 사회, 자연과 공존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일물전체’. 뿌리부터 껍질까지 먹을 수 있는 부분은 가급적 통째로 먹는 이 생활을 하면 자연스럽게 음식물 쓰레기가 줄어든다. 한 번 수업을 할때 10인분 이상의 식사를 만들지만 음식물 쓰레기는 합쳐서 한 줌이 나올까 말까이다. 한편, ‘신토불이’는 하우스 재배 없이, 그 땅에서 나고 자란 제철 재료를 먹는 다는 것. 이것은 넓게 보면, 하우스 재배, 장거리 운송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점들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작은 생활의 변화이지만, 이러한 변화가 모여 큰 움직임이 된다.나를 위한 선택이 사회와 환경을 위한 선택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너무나도 사소하기 때문에 실천도 쉽다. 이러한 사소한 실천이 모여 내 생활과 나를 둘러싼 환경에 큰 움직임이 된다. 


 그리고는 선생님은 이런 생활을 하다보면 식생활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늘 환경을 생각하고, 감사하게 살아가는 태도가 몸에 밴다는 점도 덧붙이셨다.  실제로, 이런 모습은 히야마 선생님의 수업시간에도 엿볼수 있었다.

 히야마선생님의 수업에서 과일과 백앙금으로 만든 경단모양의 디저트를 만들던 날이 있었다. 백앙금을 동그랗게 빚고, 그 표면에 잘게썬 과일을 붙여 내는 디저트로, 그냥 손으로 눌러 붙이기보다는 랩 위에 과일과 백앙금을 올려, 랩을 꽁꽁 싸매면 손쉽게 동그란 모양을 만들어 낼수 있다. 히야마 선생님은 이렇게 설명을 해주시면서도,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랩을 쓰고 싶지 않으시다며 다소 난감해하셨다. 그리고는 깨끗하게 소독한 흰 천을 적셔 랩 대신 천을 사용해 모양을 빚으셨다. 물론, 어시스턴트분들은 분주하게 인원수대로 천을 준비해야했고, 20장에 가까운 천이 블루베리, 딸기 색으로 물들었다. 20명 남짓한 인원으로 요리수업을 했지만 나온 쓰레기는 양파껍질 정도였다.

랩없이 흰 천으로 경단을 빚으시던 히야마 선생님
예쁘게 빚은 경단들

 이런 리마의 가르침을 받고온 뒤,  우리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은 알게 모르게 많이 바뀌었다. 늘 냉장고가 미어터질 정도로 장을 보던 우리 가족은, 조금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장을 보곤 한다. 부족할 정도로 장을 봐도, 버리는 부분없이 채소를 모두 사용하니 넉넉할 정도이다. 만들어둔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기도 하니 같은 맛에 질릴 일도 없다. 이런 생활을 하다보니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지만 식비는 오히려 줄어 들었다. 급하게 필요한 재료는 집근처 마트에서 마련하면 된다. 이렇게 되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가는 횟수도 줄어들고, 늘 갓 마련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게 됐다. 랩 또한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며 부득이하게 비닐봉지가 필요할 때에는 지퍼백을 쓰고, 한번 쓴 지퍼백은 깨끗이 씻어서 여러번 다시 사용한다. 키친타월이 있던 자리에는 수건을 올려뒀다. 두부를 눌러 물기를 뺄 때에도 키친타월 대신 깨끗한 수건을 사용하고, 후라이팬 기름을 닦을때에는 읽고난 신문지를 사용한다.  

주방용 수건을 빨아쓰게 된 우리집

  조금은 답답해 보일수도 있는 우리가족의 삶.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변화로 우리가족의 마음은 조금 더 풍요로워졌다.


 남기지 않을 만큼의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기에 식탁은 조금 심심하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도 적고 설거지도 적어 식사 후 가족이 함께 대화를 할 시간이 더 많아졌다.

 한편, 키친타월이 사라진 만큼, 편하게 키친 타월을 쓸 시간에 수건을 미리 삶는 시간이 필요해졌다. 그 대신  우리가족에게는 햇빛에 보송보송 말라가는 빨래를 보며 차를 마시는 소소한 즐거움이 생겼다.


조금은 돌아가는 듯 하지만 여유로워진,

지금의 우리가족의 '마크로비오틱한' 삶이 나에게는 감사하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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