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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Oct 10. 2018

음식을 먹고 죄책감을 가질것인가 즐길것인가.

애써 참는 것이 아닌 마크로비오틱 식생활

 다양한 사람들이 나의 인스타그램, 블로그, 브런치를 찾아준다.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건강한’ 음식에 관심을 갖고 나를 찾아 주신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 공간의 경우, 첫째로 살이 찌지 않는 음식을 찾아서 오는 분들이 있다. 실제로 내 블로그에는 다이어트 관련 키워드로 유입하는 분들이 많다. 두번째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본인 혹은 가족의 식생활에 조금 더 신경쓰고 싶은 분들도 있다. 이런분들에게 상담을 받는 경우도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그 분들의 식생활이나 생각에 대해 종종 엿보기도 한다.


 이렇게 실제로 만나보지는 못했어도 그 분들과 대화하고 그 분들의 생활을 보다보면 간혹가다 자신을 괴롭히면서 ‘건강한’ 생활을 추구하는 분들을 만날때도 있다. 어젯밤 먹은 치킨을 후회하기도 하고, 케이크를 먹은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길트프리, 혹은 길티플레져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이렇게 어느샌가부터 음식에 죄책감을 갖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었다.


 리마의 수강생들도 건강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다보니 재료와 조리법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평소 안전한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일본의 북쪽 지역에 살면서도 남쪽인 큐슈에서 식재료를 주문해서 먹는 분들도 있었고, 수업중에도 야채를 볶는 순서, 야채를 써는 방법 하나까지도 선생님의 확인을 받고 싶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식생활에 엄격한 부분이 있던 나와 수강생들에게 기무라선생님의 수업은 조금 새로웠다.

 기무라 선생님의 수업에서는 건강을 위해서는 멀리해야 만 할것 같던, 흰 밀가루를 사용해 빵을 만드는가 하면, 카레라이스를 만들기도 했다. 설마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며 흰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낼 줄은 몰랐다. 한편, 수업진행방식도 새로웠다. 조리과정에 대해 ‘선생님. 이 다음에는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을 하면, 선생님은 다음 조리과정에 대해 알려주기는 커녕,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라고 되묻고는 했던 것. 이 때문에, 레시피에 없던 메뉴가 탄생하기도 하고, 나눠준 레시피와 다른 과정으로 메뉴를 만드는 일도 흔치 않았다. 

그 자리에서 메뉴를 만들어 내다 보니 기무라 선생님 수업에는 늘 다양한 음식이 놓였다.
흰 밀가루로 빵을 만들기도 했다.

 선생님은 이러한 상황에 난감해하지 않는 모습이셨다.


‘지금까지 배워왔듯, 마크로비오틱에는 절대 먹어선 안될 음식이 없죠. 레시피도 마찬가지예요. 이 곳에서 레시피를 배우기는 하지만, 레시피도 꼭 그대로 만들어야 하는 법은 없어요. 자신의 체질과 목적에 맞춰서 스스로 생각하며 즐겁게 응용하시면 좋겠어요.

 이 곳에 오는 분들은 건강에 고민이 있는 분들이 많다보니 식생활에 굉장히 예민해지기도 해요. 하지만 음식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식생활이 다가 아닙니다. 몸과 함께 마음도 건강해야 진정 건강한거잖아요. 무작정 안된다고 생각하고 음식앞에 죄책감을 느끼기 보다는 본인의 몸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마크로비오틱을 즐기시면 좋겠어요.’


 이렇게 기무라 선생님은 마크로비오틱을 즐기기를,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지 말기를 강조하셨다. 가르쳐주신 메뉴는 일반적인 조리를 하면 음성 혹은 양성으로 치우치기 쉬운 요리들 이었지만, 마크로비오틱 이론을 응용해 조금 더 음양의 균형을 갖게끔 만드는 레시피였다. 빵을 만들때에는 극음성의 재료인 이스트 대신 천연효모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셨고, 극양성의 조리인 오븐의 열기 대신, 빵을 찌는 방법을 알려주시기도 했다. 카레 역시 현미밥에 사프란을 넣어 직접 스파이스 라이스를 만들고, 카레는 음성의 스파이스를 하나하나 조합해 푹 끓여내는 양성의 조리로 만드셨다. 이렇게 기무라 선생님은 음양의 조화를 이루면서도, 요리의 폭을 넓혀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을 즐기기를 강조하셨다.

천연효모로 발효하고 부드럽게 쪄낸 빵
스파이스를 하나하나 조합해 만든 카레

 마크로비오틱한 라이프스타일은 몸의 건강을 위해 먹어서는 안될 것을 정하고 참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유롭고 조화롭게 살아가는것이 마크로비오틱이 생각하는 건강한 삶. 하지만 어느샌가부터 먹은 음식에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식사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얻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타인과 교류를 하는 시간이기도 하며, 자신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샌가 우리는 교류와 휴식에마저 규칙을 정하고, 때론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


 ‘건강한 식생활’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건강은 식생활이 다가 아니다. 현미밥에 무농약 채소로 만든 반찬을 먹으며 살아도, 마음이 괴롭다면 몸도 괴로울 수 밖에 없다. 스스로의 몸을 위해 규칙을 정하고 참아냈을 수도 있지만, 정작 몸이 괴로워 한다면, 그것은 정녕 몸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먹어서는 안될것을 정하고 무작정 참아내기 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나에게 필요하지는 않지만, 입맛이 당겨 좀처럼 줄이기가 어렵다면, 음양의 조화를 맞출수 있도록 재료법이나 레시피를 바꾸면 된다. 무리해서 갑자기 참아내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바꿔나가는 것이다.

설탕과 고구마전분으로 과한 음성으로 치우치기 쉬운 잡채를 양성의 재료와 조리법으로 균형있게 조리한다.
양성인 계절인 여름철에는 된장에 비하면 음성의 성질을 가진 청국장으로 찌개를 끓인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리마에 가기 전부터 마크로비오틱을 공부했고, 지금은 본고장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고 있기에, 내 몸에 필요한 것에 대한 판단하고, 내 체질과 음양의 조화를 생각해 요리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브런치를 하면서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배울수 있는 서적에 대해 상담을 받기도 하지만, 서적을 포함해 국내에서는 마크로비오틱에 대해 제대로 배울수 있는 기회는 많지않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생각이다.

 이 때문에도, 국내에서 마크로비오틱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크로비오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음식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나고 자기다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수 있다면 좋겠다는 기대와 동시에 책임감도 느끼는, 그런 요즘이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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