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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Nov 21. 2018

주방에서 쓰레기를 줄여가며

11월 셋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집밥과 베이킹

 집에 있으면 그렇지도 않은데. 나갔다 들어오면 으실으실 춥다. 뜨끈한 것이 그립다. 호호 입김불며 뜨거운 것을 먹는 계절이 돌아왔구나. 다소 손이 가더라도 유부에 연근을 갈아 넣고 유부주머니 나베를 만들어본다. 미나리로 유부주머니 입을 오므리는 시간은 괜시리 즐겁다. 익고나면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상상해보기도 한다.

 

 머핀틀을 새로 장만했다. 일회용 유산지를 쓰고 싶지 않아 늘 실리콘틀을 쓰고 있었지만 실리콘 틀은 머핀을 틀에서 분리하는 것이 영 시원치 않다. 결국, 금속틀에 기름을 발라 쓰기로. 요리도 만만치 않겠지만, 베이킹은 일회용품 사용이 어마어마하다. 매번 유산지를 잘라서 사용하다 보면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겠지만, 은근히 지갑사정에도 부담이 되며, 귀찮기 까지 하다. 따지는 것이 많은 나는 머핀은 틀에 기름을 발라 사용하거나 실리콘 틀을 사용하고, 스콘을 구울때에는 유산지 대신 반영구 테프론시트를 사용하고 있다. 타르트는 바닥이 분리되는 틀을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베이킹을 하면 꼭 누군가에게 나눠주곤 하는데, 늘 포장용기가 무척 난감하다. 아주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통에 담아 주고 나중에 돌려달라고 부탁하는데, 자주 만나지 않는 지인이거나 약간의 격식을 차리고 싶을 때에는 내가 쓰던 통에 담아주기도 애매하다. 이럴 때에는 닦아서 또 쓸수 있는 지퍼백에 담아주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본다. 지퍼백이 너무 심심할까봐 최근에는 이런 스티커도 주문해 봤다.

 너무 까다로운가 싶어 반성하기도 하지만, 1년에 한두번도 아니고, 베이킹을 꽤나 자주 하기에 매번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 싶다.

 아침식사로 포타주를 만들었다. 당근을 달콤하게 익혀 만드는 마크로비오틱 포타주는 버터, 크림이 없기에 무겁지 않고, 밀가루로 만든 루를 넣지 않지만 대신 다른 통곡물을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충분히 녹진하다. 심지어 만드는 것도 간단하고 소분해서 냉동해두면 아침식사로 요긴하다. 회사 다니던 시절에는 도시락으로도 활약하던 녀석. 포타주로 해먹기 좋은 채소가 많은 계절이니 한동안 자주 해먹을 듯도 싶다.

 오랜만에 너무 좋은 책을 만났다. 덤덤하지만 그 덤덤함에 더 마음이 움직여 책을 읽다보니 불현듯 맥주가 떠올랐다. 이슬만 먹고 살듯한 식사를 공유하고 있지만, 필요할 때는 술도 마신다. 어둑한 방, 독서등 하나에 의지해 좋은 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시는 시간은 너무 달콤하지 않은가. 이렇게 내 인생에 즐거운 시간을 한번 더 가졌다.

 며칠전 누룩소금에 재워둔 두부를 드디어 개봉했다. 물기를 빼고 한번 데쳐 식힌뒤 누룩소금에 재워둔 두부는 며칠 뒤 꺼내먹으면 그 맛도 식감도 환상적이다. 집어먹다가 와인을 딸 것 같은 맛이라 위험한 녀석. 상추로 대충 만든 샐러드를 싫어하는 나이지만, 누룩소금두부 맛을 보고는 참지 못해 만든 샐러드. 두부는 생각보다 음의 성질이 강한 재료이지만 물기를 빼고 한번 데치고, 누룩소금에 오래동안 재워두는 양의 조리를 통해, 몸이 음으로 치우치기 쉬운 겨울에도 먹기 좋은 메뉴.

 반찬을 대량 생산한 날은 늘 진수성찬. 브로콜리페스토에 버무린 찐 연근, 시금치나물, 머스터드에 마리네이드한 로스트 우엉. 그리고 표고버섯다시마조림. 마크로비오틱 채수에 빼 놓을 수 없는 다시마와 표고버섯. 채수를 내고 남은 것들도 미리 채썰어 모아뒀다가 생강, 간장과 함께 부드럽게 졸여주면 버릴 것 없이 반찬 한가지가 새로 태어난다. 이 반찬을 만들 때마다 마크로비오틱은 요리를 넘어 삶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한끼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늘 버리는 것 없이 재료가 사용하며 하다못해 채수를 내고 남은 것까지 새로운 반찬으로 만들어 먹는 생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고,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며 자연에게 이로운 것이 곧 나에게 이롭다는 생각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게 되었다.

 또다시 베이킹을 했다. 차와 잎을 사용한 베이킹이 흥미롭다. 얼그레이나 녹차는 베이킹에 많이들 사용하지만 그 이외의 것들 또한 잘 어울린다. 차이를 사용한 머핀도 만들어봤으며 이번에는 스콘에 블루베리 루이보스티를 사용해봤다. 단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 입맛인지라 내 입맛에는 구운 과자, 케이크들은 이런 차를 사용한 베이킹이나 시나몬이 들어간 것들이 좋다. 날이 갈수록 어릴 때는 좋아하지 않던 것들을 좋아하게 된다. 어른의 맛을 알게 되는 것이 썩 싫지만은 않다. 오히려 즐겁다. 


도쿄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는 이야기는 이곳에

마크로비오틱 푸드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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