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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Jan 25. 2019

재료와의 커뮤니케이션

1월 넷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밥상

 마크로비오틱 쿠킹클래스와 유난히 많았던 예약손님들로 꽉채웠던 주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주말이 지난 다음날은 늘 영업후 남은 음식들로 채우는 밥상.

 무말랭이 해초 샐러드에는 쑥갓을 곁들이고 겨울 미네스트로네와 깍두기를 올려본다. 이번 깍두기가 참 잘 익었다. 날이 따뜻해지는 것을 보니 맛있는 깍두기를 먹을 계절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봄철 새로운 김치들을 담글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24절기에 맞춰 땅에서 나고 자라는 것들만 먹어도 늘 새롭게 맛있으니, 계절이 바뀌는 것과 같은 당연한 것도 즐겁고 새롭다.

 날이 따뜻해지니 봄동이 보이기 시작한다. 봄동, 얼갈이, 배추...비슷해 보이고 용도도 다루는 법도 거기서 거기일 것 같아 보이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그래서 채소의 세계는 재미있다. 작년보다는 포근하게 지나기는 하지만 아직은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철. 너무 가벼워질까 싶어 봄동은 말린 목이버섯과 함께 된장에 무쳐본다. 이제 날이 더 따뜻해 지거든 더 가벼운 나물을 먹고 싶어지겠지. 누룩소금으로 나물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때로는 빵을 먹는다. 현미밥으로 만든 밥빵. 현미밥만이 마크로비오틱의 주식인 것은 아니다. 다양한 주식을 다루며 나의 컨디션에 맞춰 고르는 것은 마크로비오틱이 주는 즐거운 놀이. 현미밥빵에는 땅콩버터가 부럽지 않은 깨감소스를 곁들이고 양송이포타주를 곁들였다. 오랜만에 먹는 양송이는 허브한톨 곁들이지 않았는데도 향긋하다. 음의 성질이 강한 버섯이 맛있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올 겨울이 따뜻하기는 한가보다.

 오랜만에 소셜살롱 문토 마크로비오틱 모임을 하며 또다시 주방에 모였다. 스스로와 만나기 위해 주방에 모인 사람들. 이번에는 마크로비오틱을 제대로 알아보고자 현미를 씻는 것 부터 시작해, 채수부터 내어 된장국도 함께 만들었다. 여기에 즐거운 파티 느낌도 내어보고자 우엉당근조림으로 만든 겨울 월남쌈, 윈터롤과 두부 스키야키를 곁들였다. 당근만으로 군고구마 향을 내는 당근 찜조림은 이탈리안 파슬리와 함께 캐럿라페가 되었다. 수제 깨소스, 설탕한톨없이도 달콤한 두부 스키야키. 자연스러운 것들인데도 풍성한 향을 지닌 것들을 많이 다루었다. 모임 종료 후 주방에 들어선 문토 스탭분이 한마디 하신다.


‘나와 만나는 주방은 늘 달콤한 향기가 나요.’


 설탕은 커녕 꿀, 조청 같은 감미료도 일절 사용하지 않지만, 우리의 요리는 충분히 달콤하다.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며 살면, 불필요한 것들 없이도 충분히 맛을 낼 수 있기에, 왜 굳이 다들 설탕을 MSG를 사용하는지 의아해지기까지 한다.

 

이 점은 베이킹도 마찬가지. 버터, 달걀 없이도 충분히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다. 다만 한가지 내 발목을 잡았던 것이 밀가루와 쿠키. 주로 현미가루로 베이킹을 하는 나이기에 현미로 쿠키도 몇번 시도했지만 전병과도 같은 식감이 남곤 했다. 이렇게 난감해하며 시행착오를 거듭하니. 역시 안되는 것이 없다. 쿠키다운 식감의 현미참깨쿠키 완성.

 베이킹도 요리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재료의 성질을 이해해야 한다. 이 재료가 열을 만났을 때 어떻게 되는지, 기름을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이 재료는 내가 어떻게 다뤄주기를 원하는 걸까. 그렇게 재료의 목소리를 듣는데부터 시작한다.


 몇 알 안되는 쿠키를 굽고 그 맛을 보며 다시금 요리는 재료와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조각글과 팝업식당운영 관련 공지는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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