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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Jan 30. 2019

입춘을 기다리며

1월 다섯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밥상과 베이킹

1월의 마지막주. 무사히 한살을 더 먹었고, 순식간에 2019년의 첫달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주말, 마크로비오틱 비건식탁 오늘의 메뉴

-현미밥

-두부스키야키

-미니 양송이 포타주

-깍두기

-무나물과 콩나물

-봄동과 목이버섯 된장무침

 무도 올라오는가 하면 봄동도 올라온 식탁. 대한이 지나가고 입춘을 기다리는 지금. 특히나 유난히 포근한 올 겨울을 담은 한상을 식당에서 내었다. 

 대한과 입춘사이. 대한이라는 이름답지 않게 조금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다. 이윽고 설과 함께 입춘이 찾아온다. 조금씩 고개를 내밀며 봄을 알리는 채소와 겨울철 우리 식탁을 책임진 채소를 한번에 만날 수 있는. 겨울이지만 다채로운 채소를 즐길 수 있는 이 시기. 장을 볼때에도 냉이, 봄동과 같은 아이들이 보이며 반가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된다. 입춘이 지나고 꽃샘추위가 소한 맞먹는 칼바람과 함께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침저녁으로는 귓가가 쨍하지만, 낮에는 포근한 이 날씨를 즐겨보련다. 추운 날씨에 어울리는 무나물을, 봄을 알리는 날씨에 어울리는 봄동을 내어본다. 하지만 엄연히 겨울철이니, 봄동은 너무 가벼워 지지 않게끔 된장에 무쳐낸다. 현미밥은 압력밥솥에 지어보았다. 여기에 진한 국물을 곁들인 스키야키까지. 양파와 간장만으로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향을 살리니, 유난히 맥주를 찾는 손님들도 많았다. 손님들의 시간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핑계로 손님들에게 식사만을 내고 대화는 썩 이어가지 못했던 12월. 손님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대화를 즐거워 하신다. 이렇게 손님들과 나누는 대화는 식당운영만의 즐거움 아닐까. 카운터석과 내가 낸 음식을 사이에 두고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꽤나 낭만적이다. 아직 스스로를 ‘쉐프’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하고 민망하지만, ‘쉐프’를 목표로 하는 많은 이들이 꿈꾸는 삶을 잠시 누려보고 있다.

 쿠킹클래스를 운영하며 예전보다 디저트류를 많이 만들게 되었다. 수업을 마친 수강생들이 간식거리로 한두개씩 머핀과 스콘을 사가기 때문. 그렇게 수강생들과 손님들의 주전부리가 될 머핀과 스콘을 나의 작은 오븐에서 열심히 만들어 간다. 삼삼한 단호박 머핀과 감말랭이와 호두를 넣은 머핀. 비건 베이킹을 넘어 마크로비오틱 베이킹 이기에, 겨울철에 코코넛이나 무화과를 사용하기 보다는 조금이나마 계절에 맞는 재료를 사용하려 하는 편. 그것이 마크로비오틱이 생각하는 신토불이 이기도 하다.


 3주간 진행한 마크로비오틱 첫걸음 쿠킹 클래스는 마지막회를 맞았다. 마지막수업에서 함께 만든 메뉴는 우엉당근조림, 뿌리채소 된장국, 브로콜리 참깨두부무침과 현미밥빵. 평소 즐겨먹는 반찬, 국거리이다보니 클래스에서 낸 음식인데, 나의 평소 집밥과 다를바가 없어 내심 재미있어 하고 있었다.  ‘마크로비오틱과 체질의 이해’라는 3회차 수업의 주제 답게, 체질에 따라 선택하시게끔 두종류의 다른 성질의 밑반찬을 내었다. 아직 대한이기에 강하게 양의 성질을 살린 된장국 만드는 방법도 알려드려 보았다. 

밀가루와 현미죽을 사용해 만들곤 하던 현미죽빵. 밀가루를 포함해, 많은 식재료에 알러지가 있는데도, 클래스에 참여해주신 수강생이 계셔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레시피 개발에 착수했다. 덕분에 쌀가루를 사용한 레시피가 탄생했고, 심지어 원래 레시피보다 만들기 간단해졌다. 수강해주신 분들 덕분에 레시피 폭이 더욱 넓어지고, 덕분에 수강생들도 부담없어 하신다. 리마의 선생님들께도 알려드리고 싶을 정도.

 3주동안 진행한 마크로비오틱 첫걸음 클래스 시리즈.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기대 이상의 즐거움이었고 많은 기쁨이 있었다.


 ‘선생님한테 배운 내용은 집에 가서 따라해도 얼추 비슷하게 할 수 있었어요’ 라는 말씀이 기뻤다. 요리 선생님은 본인의 요리를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요리를 배우는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할 수 있게끔 도와드려야 한다. 식당운영도 하며 ‘쉐프’로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요리 선생님’으로서 쿠킹클래스도 운영하는 이상 수강생분들의 실천에 발맞추는 것이 클래스에서의 나의 역할. 그러기에, 집에서도 실천했다, 비슷하게 만들수 있었다,라는 말씀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일요일 낮. 1월의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수강생들을 배웅하는 시간. 늘 가장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수업을 듣고, 평일에는 복습 인증샷을 올려주던 고등학생 수강생이 깜짝 선물을 안겨주었다. 꽃다발과 손편지, 그리고 전공을 살린 그림까지.  마크로비오틱의 관심을 갖고 나의 수업에 와준 것, 마음을 표현해준 것. 모든 것이 고맙다. 3주간, 수업에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너무나도 큰 힘을 얻었다. 때로는 쉐프로서, 때로는 요리선생님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운 좋게도, 두가지 직업의 힘든 점보다, 두가지 직업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 수강생분들도 나도 아쉬웠던 점이 한가지 있다면, 첫걸음클래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절별 섭생법에 대해 지속적이게 공부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 이번 클래스 시리즈 후 남은 가장 큰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을 시작하고 있다.

 포근하고 행복했던 주말이 지나니 집에 환자가 한분 계시다. 엄마가 소화가 잘 안된다며 무려 인스턴트 밥으로 죽을 끓여 드시고 있다. 상태가 호전되기는 커녕 악화될 식사...시간을 오래 들여 압력없이 부드럽게 현미밥을 지어드렸다. 약불에서 알아서 숨구멍을 만들고 호흡하며 부드러운 밥이 되어준 현미. 엄마도 꼭꼭 씹어드시며 인스턴트밥 미음과 작별을 고하셨다.


 국가고시로 바빴던 친구, 방학을 맞이한 늦깎이 학생 친구와 1월의 클래스를 마친 나. 기념할 거리를 모아둔 세 친구와 술자리를 가졌다. 오랜만에 가볍게 맥주도 한잔 하고 커피도 마시며 네시간에 걸친 여자들의 수다타임을 가져본다. 이렇게 기분전환으로 하루정도 다른 음식을 먹는 것 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몸을 뒷전으로 한 채 습관적으로 극단적인 식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문제. 한 끼 산성음식으로 지친 몸은 알칼리성 음식으로 치유해주면 금방 돌아온다. 채소찜과 깨소금을 곁들인 한끼. 요가까지 해주니 다시 편안한 몸으로 돌아온다.

 오랜만에 도쿄에 다녀온다. 도쿄의 지인들과도 이어질 술자리. 돌아와 바로 현미밥과 된장국, 기본식을 이어갈 수있게끔 오늘, 내일은 재료를 손질할 듯하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조각글과 팝업식당운영 관련 공지는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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