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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Feb 13. 2019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도, 다른 것을 굽는 패기

2월의 글루텐프리&비건베이킹 클래스를 진행하고

 2월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았다. ‘부담없이 따라하는 글루텐프리&비건 베이킹’ 클래스가 그 주인공. 밀가루 없이 글루텐프리 재료들로 간단하게 머핀, 스콘, 쿠키를 함께 만들고 글루텐프리에 대해 함께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그마한 가정용 오븐으로 그동안 많이도 구워왔다.

 홈베이킹으로 즐겨왔기에, 나의 베이킹이 누군가에게 알릴만한 가치가 있을까 고민해 본적도 없었다. 하지만, 정제된 밀가루, 백설탕 등 기존 디저트들이 가진 과한 음의 성질을 덜어내고, 베이킹파우더, 향료도 가급적 줄이고 천연 감미료만을 사용해 만들어 온 나의 디저트들. 식당영업을 하며 아이들 손을 잡고, 또는 예약까지 해 가며 머핀과 스콘을 사가는 손님들을 보며 확신했다. 이 수업을 꼭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금방 솔드아웃 되기에 머핀과 스콘을 예약하는 손님들이 속출했다.

 또한 이 수업을 통해 레시피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건강을 둘러싼 오해를 풀어보고 싶다는 나의 고집 또한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글루텐프리 식단. 그리고 비건 베이킹. 하지만 대중들은 이 두가지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있을까? 내 대답은 'No'다. 하루가 멀다하고 '건강식'에 대한 정보 또는 음식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글루텐프리 식단과 비건 베이킹도 많은 오해를 갖고 있는 정보이기도 하다. 나의 수업에서만이라도 이러한 오해를 풀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또 한번 나의 고집을 섞어, 발렌타인 데이를 앞두고도 발렌타인 데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메뉴들을 가득채운 베이킹 클래스가 탄생했다. 고구마흑임자 현미머핀, 당근시나몬 현미머핀, 메밀스콘, 참깨쿠키. 이름만 들어도 구수하다.

 유명제과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 자격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유명 제과 학교의 국내 분교를 다니기 위해 입학허가를 받고 입학금을 낸 적도 있었다. 퇴사를 할때에도 '학생'으로 돌아간다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나는 먹지도 않을 유제품과 계란, 설탕을 사용하며 제과를 배운다는 점에 마음이 불편했다. 머리가 좋지 않아 이야기를 잘 못 꾸민다. 그렇게 입학도 하기 전에 돈을 환불받고, 졸지에 학생이 아닌 우아한 백조가 되었다.


 그렇게 약간의 자격지심을 안은 채, '몸에 부담이 적은 디저트류를 간단하게 만들수 있다' 는 점에 집중하고 클래스공지를 올렸다. 그리고 수강생분들이 차근차근 따라하고, 레시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게끔 수업을 준비해보니, 나의 클래스는 꽤나 훌륭했다. 그동안 밀가루와 유제품, 달걀을 사용하지 않은 디저트류가 지닌 아쉬운 식감은 보완해 낸 글루텐프리 디저트의 레시피를 만들어 왔다 (쌀머핀 특유의 떡같은 식감, 너무 파삭하거나 눅눅해 아쉬운 스콘, 전병같이 딱딱한 쌀쿠키가 대표적인 예). 그리고 이 식감을 보완하고 몸에 부담을 줄이기 위한 포인트는 마크로비오틱의 관점을 더해 만들어왔다. 그래서 '부담없이 따라하는 글루텐프리&비건 베이킹'이라는 클래스 타이틀에, ‘마크로비오틱’이라는 단어는 들어가지 않지만, 사실상 ‘마크로비오틱 베이킹’이라 부르는 것이 맞다. 베이킹을 하든, 식사를 위한 요리를 하든, 역시 나는 마크로비오틱을 할 팔자였다.


 자신있게 수업내용을 준비해보니 내 발목을 잡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다름 아닌 포장용품. 나의 식당, 클래스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한다. 주방에서는 키친타월과 랩 한 조각 사용하지 않으며, 매장에서 베이커리류를 포장구매하는 분들은 담아갈 용기를 챙겨오시거나, 그 자리에서 여러번 사용할 수 있는 밀폐용기를 구매하셔야 한다. 하지만, 베이킹 클래스는 선물용으로 수강하시는 분들도 계시기에 포장용품이 고민이었다. 담아갈 밀폐용기를 챙겨오시더라도 만드는 제품도 많기에 들고 오시는 것도 일이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틴 케이스와 유리병. 틴케이스에 머핀과 스콘을 담아 리본으로 묶어주고, 유리병에 쿠키를 담아보니 그럴듯한 선물세트가 되었다.

 그렇게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베이커리 업계가 들썩이는 이 시기. 발렌타인데이와는 무관한 컨텐츠로 무장한 고지식한 클래스를 진행했다. 1년에 한번 오는 날을 위한 클래스를 하기 보다는 꼭 필요한 분이 두고두고 활용하셨으면 하는 내용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수업을 찾아준 수강생들이 있었다. 이런 마음이 있었기에 아이에게 직접 몸에 부담을 줄인 간식을 해주고 싶었다는 한 수강생의 말씀에는 집에서부터 오븐을 챙겨온 피로감도 사라졌다. 

 발렌타인 데이. 낭만적인 이 하루를 초콜릿과 다른 것으로 즐기면 어떤가. 수업에 오신 분들이 달콤하지만 몸에 부담을 줄인 현명한 선택을 앞으로 두고두고 하실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드릴 수 있는 발렌타인 선물이라 생각한다.


팝업식당과 쿠킹클래스를 하며 지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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