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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Feb 13. 2019

2월의 냉이. 넘치는 생명력을 감사히 받으며

2월 둘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밥상과 베이킹

 입춘을 지나 나도 모르게 설레며 봄을 준비할까 했더니 다시 매서운 추위가 찾아왔다. 이래서 방심하면 안된다. 


 설연휴와 일본에 수업에 들으러 가야하는 나의 사정상 2월 첫주 팝업식당 영업은 쉬었다. 그렇게 2주만에 맞이한 식당. 두달간 이 공간을 같이 사용한 지구커리의 민송님이 떠나고 2월 부터 혼자 '프로젝트 하다'를 사용하게 되었다. 목요일 금요일, 그리고 나는 토요일 일요일을 쓰기에 같은 시간대에 이 공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내 짐으로만 차 있는 냉장고와 찬장을 보니 조금 허전하다. 하지만 허전한 마음을 뒤로하고 서둘러 점심 영업을 준비한다.

 2월 9일의 팝업식당 오늘의 메뉴.

-현미밥

-당근포타주

-간 무와 간장을 곁들인 미나리향 연근함바그

-깍두기 

-봄동 유부 생강무침

-무말랭이 해초 샐러드


 설연휴 기간동안 SNS를 둘러보니 기름진 음식에 힘겨워 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했다. 기름진 음식에 괴로웠을 몸을 달래주면서도 너무 소박해지지 않게끔 나름 생각해 차려본 한상. 연휴동안 이 곳 저 곳 뭉쳐있었을 몸. 봄나물이 지닌 음성의 향을 곁들여 몸을 이완 시켜본다. 연근 함바그에는 미나리를 다져 넣고, 사이드메뉴로 미나리 메밀전도 준비해보았다. 주중 내마음에 쏙들었던 봄동 유부무침 역시 생강향이 더해져 몸을 이완시켜주기에 제격. 

 설 연휴를 지나며 잔뜩 먹은 지방과 단백질 분해할 재료로 생 무를 곁들였다. 연근함바그에 곁들인 간 무와 깍두기가 그 주인공. 덴푸라를 시켰을 때 괜히 간 무가 함께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편, 아직 기온은 낮으니도 생채소보다는 말리고 익힌 것들을 사용한 샐러드를 내어 본다. 마침 화려한 명절음식과 술에 지쳐 디톡스하러 왔다는 손님들도 계셨다. 시기에 맞춘 편한 밥을 내어 다행이다.

 1월 한달간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던 마크로비오틱 첫걸음 클래스. 2월에도 같은 커리큘럼으로 다른 분들과 함께 만나게 되었다. 현미밥과 된장국, 그리고 채수를 내고 남은 표고버섯과 다시마로 만드는 소박하디 소박한 음식들. 그리고 마크로비오틱의 기본만을 익히는 첫수업은 특히나 고지식한 나의 성격으로 똘똘 뭉친 수업이 아닐까. 수업을 기획할 때에는 밥, 된장국, 단호박 팥조림, 다시마 표고조림만을 내려 했지만, 세상의 여타 쿠킹클래스 사진을 보고 타협해 반찬 몇가지를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고지식한 나에게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마크로비오틱은 식생활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이 점을 기억하고 마크로비오틱을 시작하셨으면 한다. 마크로비오틱을 제대로 익히고 제대로 알리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 철학만큼은 확실히 전달하려 한다.

 2월에는 새로운 클래스를 시작해보았다. ‘부담없이 따라하는 글루텐프리&비건 베이킹’ 클래스. 밀가루 없이 글루텐프리 재료들로 간단하게 머핀, 스콘, 쿠키를 함께 만들고 글루텐프리에 대해 함께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마크로비오틱 쿠킹클래스를 마친 늦은 저녁. 집에서 챙겨온 오븐을 세팅하고,  다음날 있을 또다른 클래스를 준비한다. 오븐을 놓고 베이킹 도구들을 늘어 놓아보니 음식점으로, 때로는 쿠킹클래스로 사용하던 공간이 그럴듯한 베이킹 스튜디오로 변신했다.

(베이킹클래스 기획과정, 후기는 이곳)

  베이킹클래스가 끝난 뒤, 주말동안의 식당영업과 클래스 후 남은 음식들로 스탭밀을 차려먹는다. 스탭밀이라고 불러보지만 여전히 스탭은 나 혼자. 다듬어둔 냉이를 튀겨 간 무를 곁들인다. 튀김은 기름처리가 마음에 쓰여 평소 즐겨하는 요리는 아니지만 냉이 정도라면 기름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에 오랜만에 튀김을 만들어 보았다. 간 무를 곁들여 간장을 살짝 올리니 찰떡궁합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나의 마크로비오틱 첫걸음 클래스에서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을 것을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의 첫걸음으로 꼽는다.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매일 실천하며 사는 것은 쉽지 않다. 2월의 냉이는 잠시 잊고 지내던, 생명력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재료 아닐까. 여리디 여려보이는 이 이파리로 아직 단단한 땅을 뚫고 나온 냉이. 고 작은 것이 이리도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추운 계절, 밭으로 나가 이 아이들을 캐어온 누군가가 있다. 한입 두입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달콤한 뿌리와 향긋한 잎까지. 이 소중한 생명력을 받을 수 있는 식사는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드는 시간이다. 

 시연을 하는 나도 함께 스콘과 쿠키를 만들기에, 수업 후에는 각종 먹거리가 남는다. 우리 가족도 그 동안 많이 먹어온 것들. 이렇게 만들고 난처하게 남은 스콘과 영업 후 남은 머핀을 옆집 상수숯불갈비 주인아저씨게 나누어 드렸다. 간식거리를 담아 드린 그릇에는 시골에서 키운 사과가 담겨 돌아 왔다. 수강생들만 선물바구니를 갖고 가시나 했더니 뜻하지 않게 나도 선물그릇을 받았다. 머쓱한 인사만 나누던 옆집 아저씨, 아주머니와 조금은 친해진 듯 하다. 단 음식을 즐겨 먹지는 않지만 이 재미에 꾸준히 베이킹을 하고 있다.

 베이킹클래스를 하는 날에는 오전 수업과 오후 수업 사이에 시간이 꽤나 빈다. 이 시간을 사용해 주중 해야했던 일도 하고, 행주도 삶아 둔다. 보사노바를 들으며, 갓 삶아 오후 햇살에 말라가는 행주를 바라보는 시간은 생각보다 낭만적이다. 하이힐에서 내려와 푹신한 부츠를 신고, 이런 행복을 알고 살아갈 수 있어 다행이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조각글과 팝업식당운영 관련 공지는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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