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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Feb 18. 2019

자연을 평가하는 자세를 내려놓는 시간

혜연의 마크로비오틱 첫걸음 클래스 2회차를 마치며

 1월부터 마크로비오틱 첫걸음을 도와드리는 클래스 시리즈를 진행해 보고 있다. 그리고, 2월의 2회차 수업을 지난 주말에 마쳤다.


 이번 2회차의 주제는 마크로비오틱의 음양이론. 마크로비오틱의 4대원칙 중의 한가지인 ‘음양조화’의 심화과정이다. 이번 시간에는, 마크로비오틱에서 말하는 음과 양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조건과 식재료, 조리법의 예를 들어가며 함께 공부한다. 수업을 진행하는 내가 특히나 이 음과 양의 조화를 맞추기 위한 조리를 즐겨 하기도 하고, 마크로비오틱의 음과 양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보니, 수강생분들도 이번 회차 내용을 특히 궁금해 하셨다고도.

 이번 수업에는 유난히 당근을 많이 사용한다. 같은 당근이어도 조리방법, 심지어는 어떻게 썰어 먹는가에 따라서도 그 성질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도 마크로비오틱에서는 음과 양을 지식으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질을 이해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테마에 맞게 같은 당근으로도 다양한 조리를 하고, 생채소를 쓰는가 하면 무말랭이처럼 말린 것 까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본다.

 식재료의 음양을 이해하기 위한 간단한 퀴즈시간에는 채소가 자라는 환경과 제철, 식재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알아가며 즐거운 질의응답을 이어가기도 한다. 이 퀴즈 시간에는 생각보다 우리가 채소가 자라는 환경, 제철에 대한 감각에서 멀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우리의 식탁에 놓이는 재료의 성질과 그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며, ‘쿠킹 클래스’ 이지만 마크로비오틱이라는 이름답게 요리를 넘어 넓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질 수 있어 수업을 진행하는 나 역시 즐겁다. 


 수업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가졌던 바람은, 이번 시간을 통해 음식을 선과 악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음과 양의 성질로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셨으면 하는 점. 땅에서 나고 자란 자연스러운 것들은 다들 그 의미가 있다. 특정 식재료가 건강에 좋지 않다며 역적으로 몰리거나, 특정 식재료가 슈퍼푸드라 불리우며 유행하기도 하는 요즘.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자연의 은혜를 얻고 살아가는 우리가, 이런 자연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선과 악으로 평가하는 것은 다소 이기적인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2회차 수업에서는 1회차 수업이 끝나고 배운 것들을 복습하며 어머니께 현미밥을 지어드렸다는 후기, 현미밥을 태우기도 하면서도 하하 웃으며 즐거운 시행착오를 해보기도 했다는 후기를 들려주시기도 했다. 1회차 수업의 목표는 ‘오늘부터 바로 마크로비오틱 첫걸음을 떼는 것’이었다. 짧은 클래스 시리즈이지만 이렇게 바로 실천에 돌입하신 모습을 보니, 하루 기분전환용 클래스가 아니라 조금이나마 의미있는 시간이 된 듯해 내심 뿌듯해 하고 있었다. 2회차 수업이 끝난뒤에도 많은 분들이 #마크로비오틱 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남겨주신 후기를 남겨주셔 다시한번 뿌듯했다. 재료들에도 기운이 있다고 생각하니 재료를 더욱 소중히 다루게 되었다는 후기. 파를 다듬으며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부분을 살려주고 싶었다는 후기를 읽으며 오히려 수업을 진행한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운다.


  팝업으로 식당을 하고, 수업을 하며, 내가 기대했던 바와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많은 거라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먹방, 쿡방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소박한 밥상과 삶의 방식을 알고 싶어하는 분들을 만나고 있다. 나의 수업에서는 화려한 채식요리를 배우지는 못할수 있다. 자격증도 딸 수 없다. 하지만, 식탁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알아가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수업을 기획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러한 기획방향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을 만나고 있다. 작년부터 이 생각을 참 자주한다. 사람복 하나는 타고 났다. 


프로젝트하다에서 진행하는 팝업식당과 클래스 운영도 어느 덧 이번주가 마지막. 나누는 즐거움을 알게해준 분들을 위해 마지막 식사와 수업도 아쉬움 없게 준비해보리라 다짐해보는 월요일이다.



팝업식당과 쿠킹클래스를 하며 지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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