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연 Aug 01. 2018

뿌리와 껍질까지 자연을 통째로 먹는 마크로비오틱?

바나나껍질까지 먹자는건 아니예요. 흰쌀을 현미로 바꾸는것 정도예요.

 일본에서 시작된 채식요리와 라이프스타일의 한 장르로 ‘마크로비오틱’이라는 것이 있다. 

 마크로비오틱은 건강한 삶을 위한 식생활을, 桜沢 如一(사쿠라자와 유키카즈)가 동양의 자연사상과 음양원리를 바탕으로 정리한 개념이다. 그 개념이 식생활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에까지 걸쳐 있어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지만,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 식생활을 권장하며, 식물성 식품중에서도 제철 유기농산물을 불필요한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고 섭취하기를 권하는 식생활이다. 불필요한 정제과정의 예를 들자면, 쌀의 껍질을 벗겨내는 과정을 거친 백미를 섭취하기 보다는 현미를, 백밀보다는 통밀을 섭취하기를 권한다.


 말이 어렵지만, 마크로비오틱 스타일로 차려진 밥상을 보면 무릎을 탁 칠것. 결국 현미밥에 된장국, 채소반찬으로 이루어진 시골밥상에 가깝다. 서양식이라면 통밀빵, 혹은 통밀파스타와 채소요리가 곁들여진 한끼를 생각하면 된다.

이름이 생소할 뿐, 결국 현미밥에 된장국, 화학첨가물을 배제한 양념으로 조리한 몇가지 채소반찬이다.

 나는 오랜시간을 일본에서 살았기에 그 곳에서 마크로비오틱을 처음 접했다. 마크로비오틱 음식점도많고, 언론, 책에서도 자주 다뤘기에, 구구절절한 설명을 읽을 필요없이 이름만 생소할 뿐, 현미밥에 채소반찬을 곁들인 시골밥상이라는 점 또한 알고 있었다.


 이렇게 나에게 마크로비오틱은 크게 생소한 개념이 아니었고, 나는 채식중에서도 주로 이 마크로비오틱에 기반한 식생활을 즐기고 있다. 현미밥에 자극적이지 않게 조리한 채소반찬을 곁들이는 집밥을 좋아하며, 타고난 할매입맛이기에 이러한 식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을 할 필요도 없었다. 심지어 일본안에서도 다양한 품종의 야채가 재배되는 교토에서 자취를 시작하고, 그곳에서 4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기에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채소를 요리하는 것은 내 생활의 일부였다.


 마크로비오틱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도 낮고 언론에서 다루는 경우도 적지만, 가끔 언론에 등장할때에는 마크로비오틱의 개념 중 ‘일물전체(버릴 것 없이 자연을 그대로 먹는다’에 포커스해 ‘뿌리와 껍질까지 통째로 버리지 않고 먹는 식생활’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네이버에서 '마크로비오틱'을 검색한 결과

 국내의 많은 대중들이 특히 이 점에 놀라워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대중에게 알려진 ‘일물전체’의 인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가급적 버리지 않는것은 맞는 얘기지만, 정말 먹을수 없는 부위는 굳이 먹지 않는다. 바나나 껍질, 포도 줄기까지 다 먹으라는게 아니다. ‘일물전체’의 개념은 먹을수 있으면서도 많이들 버리고 있는 부분에 포커스한 개념에 가깝지 않을까. 예를 들어 쌀의 껍질을 벗긴 백미를 먹는 것이 아니라, 껍질도 버리지 않고 현미를 먹는다던가, 먹을수 있는데도 버리고 있는 양배추심, 단호박껍질, 얇은 토마토 껍질 등도 사용하는것이 이런 전체식의 개념에 가깝다.

얼마전 단호박으로 반찬을 만들었을 때에도 굳이 껍질을 버리지 않고 조리했다.

 때문에, 대중이 생각하는 것보다 마크로비오틱은 실천하기 쉬운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먹을수 있는 것을 굳이 버리지 않으면서도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과정 또한 나름 재밌다. 채수로 사용한 다시마를 채썰어 새로운 반찬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이러한 마크로비오틱의 ‘일물전체’의 개념을 실천한 예이기도 하다. 한편, 샐러리도 필러로 줄기의 심을 벗겨내고들 하지만 줄기의 결과 반대방향인 가로로 가늘게 썰어 먹으면 심을 벗기는 수고도 필요없고, 음식물쓰레기도 줄일 수 있으며, 더 많은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도 있다.

채수를 낼때 사용한 다시마는 버리지 않고 반찬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결과 반대방향으로 가늘게 썰어 먹으면 굳이 필러로 심을 벗겨낼 필요가 없다.

 이 쯤에서, 집밥 좀 차려봤다는 독자들은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라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만큼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오히려 불필요한 조리과정을 덜어내기 때문에 더 편하기도 하다. 이름만 생소할뿐, 마크로비오틱으로 완성된 밥상은 시골밥상에 가깝다. 현미밥 대신 통밀파스타, 통밀빵 등을 사용하며 마크로비오틱의 기본 개념을 응용하면 얼마든지 마크로비오틱 스타일의 서양음식도 만들어 낼수 있다.

북촌의 마크로비오틱 카페, 뿌리온더 플레이트에서 맛볼수 있는 마크로비오틱 스타일 피자. 물론 비건이다.

 대중에게 마크로비오틱이 알려지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뿌리와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다는 개념이 생소하다보니, 이 점이 잘못 인식돼 마크로비오틱에 대한 대중의 심적 허들이 높아지는 것은 안타깝다. 별거 아닌 듯 하지만 내 밥상과 그 뒷이야기를 브런치에 자주 공유하는 것 만으로도, 실천하는 즐거움이 있는 마크로비오틱의 세계를 알리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물전체를 의식해 차린 집밥스토리는 여기에

비건,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매거진의 이전글 자신있는 요리는 샐러드인데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