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못한 레슨
왜 이렇게
어려운 악기를 골랐는지
지금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 곡은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어디선가 자꾸 재생이 되었고,
그리고는 한 번쯤은 직접 연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또다시 홀리듯,
근처 피아노 학원에서 하는
바이올린 레슨을 등록했습니다.
매주 40분 정도,
개인 레슨이 시작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사고의 신세계가 열렸습니다.
눈으로는 악보 속 박자와 계이름을 읽고,
오른손으로는 활을,
왼손으로는 정확한 음을 찾아가며,
온몸이 낯선 집중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둠의 생각들로부터
처음으로 자유로워졌습니다.
진정한 몰입,
그리고 치유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슨이 채 5분도 남지 않았을 때
갑자기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여기 이 부분, 한 번만 더 연습해 볼까요?”
이제는 더 못 하겠다고,
쉬어야 한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그 5분을 버텨냈는지
레슨이 끝나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학원을 빠져나왔습니다.
몇 미터 앞 골목에 주저앉아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눈을 감고 한참을 숨 고른 뒤에야
겨우 일어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의사 선생님은
조용히 물으셨습니다.
“왜, 힘들다고, 잠시 멈추자고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저는 대답했습니다.
“조금만 더 참으면 끝나니까요.
괜히 저 때문에
번거롭게, 걱정하게,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습니다.
“님이 최근 회사에서 겪으셨던 일과
그 과정이 너무도 닮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