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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리무 Sep 24. 2019

본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정리하는 걸, 아니 정리되어 있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마음이 복잡하지 않는 이상, 책상도 가방도 정리되어 있다. 에코백을 주로 매는데, 모양이 잡혀져 있지 않은 가방이라 가방 정리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파우치 여러 개에 각종 소품을 나름의 카테고리로 나눠 담아 들고 다닌다. 그래서 가방 안에 손만 넣어도 원하는 걸 꺼내기 쉽다. 그러나 가끔 틴트 같은 아주 작은 소품은 손의 감각만으로 꺼내기 어렵다. 그러나 한 번 쓱 가방 안을 보면 한 번에 꺼낼 수 있다. 그게 내 가방 안에 분명 있다면.


카페에서 콘센트를 많이 이용한다. 아이패드를 충전하면서 사용하기도 하고, 아이폰을 충전하기고 한다. 보통은 좌석 밑이나 엄청 숙여야만 보이는 곳에 콘센트가 있는데, 구멍이 일자로 나 있는지 대각선으로 나 있는지 확인을 하지 않으면 쉽게 꽂을 수 없다. 그래도 늘 손의 감각으로 꽂는 걸 도전한다. 그러다 도저히 안되면 콘센트를 한 번 쓱 쳐다보고 다시 또 꽂기를 시도한다. 그러다 결국 엄청 불편한 자세로 몸을 숙여 콘센트를 보면서 꽂는데, 그럴 때마다 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낼 때, 안 보이는 곳에 콘센트를 꽂을 때 손의 감각만으로는 꺼내거나 꽂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 때 한 번 쓱 쳐다보면 문제가 해결되는데, 시력이 좋지 않거나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싶다. 사실 눈이 보이는 건 내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보는 것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게 굉장히 절실할텐데 말이다.


보이는 것과 또 그것을 인지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내 인생 영화 중 하나인데, ‘매트릭스’다. 매트릭스의 세계는 사실 가상의 세계다. 보인다고 해서 존재하는 게 아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닌 그런 세계다. 이 영화를 보면서 본다는 것에 대해 여러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보이는 대로 믿는 사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 보이는 대도 보지 못하는 사람. 참 여러 사람이 있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을까. 색감을 어떻게 인지할까. 그런 것들이 문득 궁금하다. 사실 내 주변엔 앞을 물리적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같은 걸 봐도 전혀 다르게 인지하거나, 버젓이 보이는 걸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참 많다. 어떤 때는 그들과 이런 차이를 이야기하는 게 참 흥미롭고, 재미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도저히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겠고,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바라기는 내가 보는 것만이 진리가 아니고, 보지 못하는 것까지 볼 줄 아는, 그리고 이런 저런 차이를 포용할 수 있는 분별력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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