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고향을 떠나 이사를 왔다.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 초중고 학교가 생겨나는 도시에 살았다. 그곳에서 한 평생을 살아왔기에 그 도시에 대해 더 무감각했다. 지금 이사 온 동네는 조용하기 그지 없는 동네다. 몇 발자국만 걸으면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넘쳐나는 동네였는데, 여긴 스타벅스 하나 없다. 골목길엔 ‘어린이보호’ 대신 ‘노인보호’가 큼지막하게 써있다.
이 동네에 살면서 많이 보는 건 ‘요양원’과 각 종 병원들이다. 이런 저런 통계를 보지 않아도, 이 도시의 평균 연령이 높다는 걸 짐작해볼 수 있다. 여기서 요양원만큼 자주 보는 건 종교 시설이다. 그 전에 살던 곳에서도 교회가 많았는데, 여긴 도시 한 가운데 절도 있다. 나이들수록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깨달아 가기에 종교 시설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