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뾰족 선인장 :: 뭐든 삐뚤게 보는 그

가시 돋힌 말만 골라하는 사람들에 대해

by HEY리무

뭐든 삐뚤삐뚤하게 보는, 가시 돋힌 말만 골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춘기 시절의 나처럼.


사춘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 가보자. 내가 늘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있었다. “왜 비웃어? 비웃지마!” 언니는 그 때도 웃음이 많았는데, 날 향해 웃으면 난 항상 저런 말을 했었다. 언니는 그냥 웃는 것뿐인데 말이다. 그나마 언니고, 가족이니깐 생각 그대로를 말한 것이지, 밖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속으로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쩔어 있었다. 그 당시 우리 집이 찢어지게 가난하다고 생각했었고, 나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지도 못했고, 칭찬이나 좋은 말도 다 비꼬아서 들었다.


열등감과 우월감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했다. 하루에도 몇번씩, 아니 몇십번씩 나를 저울에 올려 놓고 다른 사람과 비교했다. ‘내가 쟤보다는 낫지’, ‘쟤는 나보다 이것도 저것도 잘하네’ 이런 생각으로 마치 롤러코스터에 탄 듯 기분이 오르락 내리락했다.


그리고 지금, 그 때 그 시절의 나를 떠오르게 만드는 사람을 만났다. 사람의 성향이 달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다를 지언정 내면의 생각은 비슷한 듯하다. 나는 집 밖에서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속으로 부정적인 것들을 모아 집에서 터뜨리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근데 그 사람은 가족이 아닌 다른 이에게도 그 부정적인 것들을 터뜨린다. 어떨 땐 노골적으로, 어떨 땐 교묘하게. 남이 자신보다 주목받거나 칭찬 받는 걸 견디지 못한다. 어떤 영역에서는 열등감이 낮은 듯 보이고, 어떤 영역에서는 우월감으로 가득 차 보인다.


그 사람을 보면서 문득 나를 돌아봤다. 물론 지금도 어떤 부분에서는 열등감 낮은 나를 발견한다. 자신감 없는 모습도 아직 있다. 그러나 확실히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거의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한다. 그리고 누군가 날 보고 웃을 때 ‘왜 비웃지?’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어떻게 언제 일어난 걸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바로 사람들인 것 같다. 뾰족뾰족 가시 돋힌 말을 해도, 사랑해주고 이해해주고 함께 해준 사람들. 내 살을 뚫고 나온 가시로 인해 나도 많이 아팠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 아픔을 끌어 안아준 사람들이 있었다. 참 감사하다. 모진 말을 쏟아내고,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을 쉴 새 없이 던지던 딸을, 동생을 받아준 가족들. 네 옆에서 있으면 열등감에 쩔어, 네가 싫다는 말에도 곁을 지켜준 인생의 단짝친구. 내가 힘들어 하는 부분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고, 들어주고, 울어주고, 웃어준 언니오빠들. 그렇게 오랜 시간 그들이 내 가시에 찔려주고, 찔려줘서 점점 내 가시는 무뎌진 것 같다. 내면에서부터. 진짜 서서히 서서히 지금처럼 내가 나를 좋아하는 경지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 많은 사람들이 참 감사하다.


내가 그를 견디기 힘들면 힘들 수록, 나를 견뎌준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사함도 점점 커진다. 그리고 한 편으론 그의 인생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었을까. 어떤 이들과 함께 했을까 궁금해진다. 또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사랑은 흘려보내는 거라고 하는데, 내가 받은 사랑이 이렇게 크니 나도 그를 사랑해야지. 이런 마음이 들다가도 금새 눈 녹듯 사라진다. 그럼에도 또 다시 결심하고자 한다. 사랑하자.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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