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에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이 말, 내가 기분 나빠야 할 일인가?
일도 안 하고 쉬고 있는 요즘, 어떤 행사를 함께 준비하는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왜 이번 행사에 가지 않냐고 물어왔다.
왜 가지 않냐고? 사실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고, 오랜 약속과 일정이 겹치기도 했었다. 그래서 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서, 다른 약속도 그 일정에 여러 개를 잡았다. 그러던 중 오래 전에 잡아놓은 약속이 8월 말로 연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일정 때문에 그 행사에 가는 건 힘든 상황이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그 행사에 가고 싶지 않았다.
비록 난 가지 않지만, 행사 준비를 위해 거의 매주 모이는 모임에 대부분 참여했다. 그렇게 모임에서 만나 준비할 때는 아무말 없더니, 행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저번 주에 갑작스레 연락이 왔다. 왜 안가냐고, 일할 사람이 많지 않으니 도와주러 왔으면 좋겠다고. 사실 준비 모임때 많은 걸 준비해 놓은 상황이기도 했고, 그렇게 많은 리소스가 들어가지 않는 행사란 걸 알고 있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그의 말투나 비언어적인 분위기 때문에 그랬을까. 괜히 기분이 나빴다. 왜 이제와서 이럴까 싶기도 했고. 같이 가자는 말이 아니라, 왜 직장에 다니지 않는데 이런 행사에 가서 일도 안해 라는 질책으로 다가왔다. 그 때는 내가 예민한가, 내가 일을 쉬고 있어서 자격지심때문에 이런가 싶어 좋게 좋게 넘어갔다.
행사 떠나기 하루 전, 아무래도 못 갈 것 같다고 확실히 말해줘야 할 것 같아서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대뜸 정 사정이 있어서 같이 가지는 못하더라도, 준비까지는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좋았겠다는 말을 했다.
음?! 이 말을 듣고는 너무 기분이 나빴다. 내가 그래서 준비를 안 한게, 못한 게 뭐가 있지? 라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리고 진짜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걸 지금 이렇게 말해야 했을까 싶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했을까.
우선 나는 준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그럼에도 부족한 게 있었다면 미안하다고,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근데 그 순간에는 결코 진심이 아니었다. 내가 이 순간 정색하면서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았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답장이 왔는데, 복잡한 생각으로 답을 하지 못했다.
지혜롭게 이걸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내 감정을 잘 설명할까, 내 상황을 잘 말해볼까, 아니 근데 내가 이런 걸 왜 해명하듯 말해야 하는걸까. 이런 생각이 뒤죽박죽되어 머리가 복잡했다.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고, 예배시간에 집중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영적 공격은 아닐까 싶었다. 이건 그냥 별일 아닌데, 계속 내 마음과 감정을 뒤숭숭하게 만들어 시야를 흐릿하게 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아이도 나쁜 의도로 말한 건 아닐 것 같기도 하고, 설령 나쁜 의도였더라도 내가 화내는 것보다는 그냥 좋게 넘어가는 게 그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화를 내고, 잘잘못을 따지려 했다면, 그 아이는 그 행사에 가서 계속 기분이 안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한 발 물러서, 조금은 바보같고 조금은 지는 것 같은 태도로 사과를 건네며 앞으로 잘 해보자고 했다. 물론 모든 기분 나쁜 마음들이 사그라들진 않았지만, 조금 시간을 두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건 참 잘한 것 같다. 근데 그에게 감정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내 생각과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다 말하는 게 더 지혜로운 방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정말 모르겠다. 아직까지도 참 사람 관계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렵고 힘들다.
이 게 객관적으로 무례한 말과 태도인지, 아니면 그냥 내 마음밭이 좋지 않아서 기분 나쁘게 들리는건디. 이게 무례한 말과 태도라면, 나는 어떻게 말하고 반응하는 게 지혜로운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얼마나 더 살아야 지혜로워질 수 있을까. 그 분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고 하는데, 무례함 앞에서 그 분을 경외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옹졸하고 무식한 어른이 될까 두렵다. 나이가 들수록 웃음을 잃지 않고, 재치있게 무례함을 대처하는 지혜로운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