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침묵은 금일까.
나는 말 하는 걸 좋아하지만,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나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탓에 여러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조용해진다. 학창 시절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했던 게 영향을 미친 것도 있다. 차라리 말을 하지 말자. 하면서 삭혔던 말이 많았다. 줄곧 ‘침묵은 금이다’라는 명제가 진리라 생각했다. 틀린 경우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어느 순간에나 침묵은 금이라 생각했다. 자의 반 타의 반 말을 하지 않을 때에나, 혹은 실언을 했을 때 침묵은 금이지. 침묵하자. 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직도 떠벌떠벌 쉴 새 없이 떠는 사람보다는 침묵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침묵이 늘 옳고, 지혜로운 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낀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어도, 어떤 의견이나 이견이 있어도 말하지 않는 것에 너무 익숙해 말하지 않았다. 또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되기는 싫기에 뱉은 말에 걸맞게 책임지는 행동을 해야 하고, 뭔가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는 게 귀찮아 말을 아끼기도 했다. 말수가 적으니 실언하는 확률도 적어, 그로 인해 얻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침묵으로 얻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언제나 양세형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누군가 그에게 선을 잘 지키면서 재밌고 웃기게 말한다고 칭찬을 했는데, 양세형이 이렇게 말했다고. 많이 맞아서 그렇다고. 웃기려는 의도였으나 선을 넘는 말을 할 때도, 재미없는 말을 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뭇매를 맞을 때도 분위기가 싸해졌을 때도 있었으리라. 그런 피드백이 쌓이고 쌓여 선은 지키며, 도를 넘지 않되 재밌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 만약 그가 침묵을 금이라고 여기며 말을 아꼈더라면 어땠을까.
이제 나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말하기를 시작하려 한다. 내 의견을 조금이라도 전달하려고 한다. 조금 어색하고 실언을 할지라도 그럼에도 배우고 얻는 게 있을 것 같다. 자기 PR시대에 나에 대해서, 내가 배우는 것에 대해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침묵은 금이라는 말에 숨어 소극적으로 살지 않으리라.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리고 말하지 않으면 모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