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일을 좋아하는 70대 할머니, 베티
베티는 나와 남편이 이곳에 정착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 곁에 있던 사람이었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다정하게 말했다.
“내가 네 캐나다 맘이 되어줄게.”
그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나누고, 함께 웃으며 대화하며 마음을 나누었다. 낯선 땅에서 마음 붙일 곳이 없던 시절, 베티는 남편에게 진짜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나 또한 캐나다에 온 뒤 똑같은 따뜻함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그녀를 자연스럽게 “맘”이라고 부른다.
베티의 젊은 시절은 늘 베이커리와 함께였다. 새벽마다 반죽을 치대고, 빵이 구워지는 냄새로 하루를 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손이 예전 같지 않게 되자, 무거운 것을 다루는 일이 버거워졌다. 결국 베이커리를 떠나야 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대신 골프클럽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예약을 받고 손님을 맞이하거나, 작은 바에서 음료를 나르는 일이었다.
한 번은 점심 약속을 잡았다. 여유로운 시간을 기대했는데, 막상 가보니 베티는 일을 하다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함께 밥을 먹으려 한 것이다. 결국 우리 중 가장 분주했던 사람은 70대의 베티였다.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면서도, 가슴이 뭉클했다.
베티는 종종 눈물이 많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금세 눈가가 젖고, 작은 일에도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그 눈물은 늘 따뜻했다. 마음이 여려서 쉽게 울지만, 그만큼 남을 아끼고 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베티는 일을 의무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하는 재미에 빠진 할머니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누군가 “힘들지 않으세요?” 하고 물으면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늘 같은 대답을 했다.
“집에 있으면 더 힘들어. 사람 만나고 움직이는 게 좋아.”
그녀에게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삶을 즐기는 방식이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누군가를 만나고, 움직이고, 웃는 그녀의 모습은 나에게 존경심을 안겨주었다.
굵어진 손마디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그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은 변하지 않았다. 베티는 나에게 ‘일하는 삶’이란 젊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언젠가 일을 내려놓을 날이 오더라도, 나는 그녀를 언제까지나 “맘”이라 부를 것이다. 그녀의 눈물과 웃음, 그리고 끝없는 열정은 내가 나이 들어가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