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People of town)-8

8. BTS팬 발렌타인

by 헤이씨드

발렌타인을 처음 알게 된 건 내가 일하는 가게에서였다. 그날 그녀가 계산대에 서 있었고, 옆에 있던 엔지가 “저 아이 한국 문화 좋아해”라고 귀띔을 해줬다. 순간 망설이다가, 내가 용기 내어 말을 걸었다.

“안녕?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고 들었어. 특별히 좋아하는 게 있어?”

수줍게 웃던 발렌타인은 바로 대답했다. “BTS요. BTS를 좋아하면서 한국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오, 나도 BTS 좋아해!”

내가 좋아하는 멤버를 묻길래 사실 특별히 누구를 꼽아본 적은 없었는데,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이름이 “진!”이었다. 그러자 발렌타인의 눈빛이 갑자기 반짝였다.

“정말? 나도 진을 제일 좋아해!”

그렇게 우리는 눈을 마주 보며 동시에 웃었고, 번호를 교환했다.


이틀 뒤 발렌타인은 우리 집 앞 공원으로 강아지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 이어폰을 나눠 끼고 BTS 노래를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자신을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소개했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직접 그린 스케치를 보여주는데, 정말 수준급이었다. “BTS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져요”라는 그녀의 말이 잊히지 않았다. 작은 시골마을 소녀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다니, BTS가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 후 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내가 떡볶이나 핫도그 같은 한국 길거리 음식을 만들어주면, 발렌타인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듯 감탄했다. 그리고 첫해 크리스마스, 그녀는 자신의 소중한 BTS 앨범과 진 스티커, 포토북까지 선물해 주었다. 나는 그 감동에 앨범을 차에 두고 매일 틀어 들었다.


시간은 흘러 발렌타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에드먼튼으로 떠났다. 나는 졸업 축하 선물로 한국에서 주문한 BTS 굿즈를 건네주었고, 그녀는 “본가에 오면 꼭 보자”고 약속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약혼을 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그 후 1년 뒤에는 아기를 낳았다. 상상도 못 했던 일이지만, 나에게 또 하나의 육아 동지가 생긴 셈이었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 살지만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는다. 우리는 여전히 BTS 얘기로 웃고, 아이들 얘기로 공감한다.

발렌타인과의 인연은 내게 K-pop이 가진 힘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한때 가게 계산대에서 시작된 짧은 인사가, 이렇게 오래가는 우정이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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