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벤시, 양파같은 다크호스
6개월 전, 우리 가게에 새로운 동료가 들어왔다. 이름은 벤시. 인도에서 온 그녀는 이 작은 마을 바이킹에 새로운 색을 더해 주는 친구였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유색인종을 보기 힘들었던 이곳에, 점점 다양한 사람들이 전입하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변화였다.
벤시는 우리가 만나기 2년 전, 영주권을 위해 바이킹에 들어와 서브웨이에서 일했다고 한다. 영주권을 딴 뒤에는 다른 일을 경험해 보고 싶어 우리 가게에 지원했고, 그렇게 접점이 없던 우리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게 되었다. 처음 본 인상은 말수가 적고 차분했지만, 쉬는 날 장을 보러 오면 화려한 무늬 옷을 입고 나타나 힙한 매력을 풍기는 사람이었다.
일을 함께하며 알게 된 건, 벤시가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는 점이다. 그냥 묻는 게 아니라, 충분히 생각한 뒤 결단을 내리듯 질문을 던졌다. 대답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고, 그게 묘한 매력이었다.
어느 날 벤시는 내게 “출산은 이곳 병원에서 했어?”라고 물었다. 나는 자세히 설명해 주다가 자연스럽게 “혹시 아기를 계획 중이야?”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벤시는 웃으며 “아니, 나 말고 시스터인로(Sister-in-law)가 임신했어”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복잡해졌다. 내가 알던 루치타가 그 ‘시스터인로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루치타는 또 다른 사돈의 사돈이었다. 벤시의 설명을 들을수록 내 머릿속엔 ‘사돈의 사돈의 사돈…’이 꼬리를 물며 끝없이 이어졌다. 이 작은 마을 안에 이렇게 많은 인연들이 얽혀 있다는 게 놀라웠다.
알고 보니 그녀의 가족 대부분이 이미 이곳에 와 있었다. 오빠도 작년에 이주해 왔지만,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서 내가 그들을 마주치지 못했을 뿐이었다. 직계 가족이 아니어도 사돈의 사돈까지 모두 모여 사는 모습은 낯설면서도 든든해 보였다.
나는 벤시에게 쉬는 날엔 뭘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오전엔 서브웨이, 오후엔 슈퍼, 집에 가선 밥하고 집안일 해. 쉬는 날도 집안일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가.”
나는 웃음이 나왔다. 정말 바쁘고 성실한 친구였다.
벤시는 내게 새로운 다크호스 같은 존재다. 양파처럼 까면 깔수록 새로운 면이 나오고, 가족 이야기는 끝도 없고, 일도 열심히 하며, 알수록 매력적이다. 그리고 뜻밖에도 그녀는 3년 뒤엔 캐나다를 떠날 거라고 한다. 얼마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인도를 다녀온 뒤 내린 결심이라고 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돈을 모아 인도로 돌아갈 거야.” 그렇게 쿨하게 말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유로운 영혼 같았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배경에서 왔지만, 같은 마을에서 만나 웃고 대화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미 친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