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9. 바이킹의 대모, 그레이스

by 헤이씨드

바이킹에는 오래전부터 마을의 대모라 불리는 할머니가 있다. 바로 그레이스다. 이름처럼 은혜롭고, 얼굴처럼 따뜻한 분이다. 지나가는 누구에게나 먼저 손을 흔들고, “안녕!” 하고 웃음을 건네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다.


내가 집을 사기 전, 걸어서 출퇴근하던 시절이 있었다. 매일 아침 그녀의 집 앞을 지나가면, 신기하게도 그레이스 할머니는 늘 창가나 마당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빠짐없이 건네는 인사. “굿모닝!”과 함께 헤어질 때 꼭 하시던 “블레스 유.” 그 목소리에 하루가 한결 가벼워졌고, 낯선 땅에서 시작하는 아침이 덜 외롭고 힘이 났다.


그레이스 할머니의 아들들은 모두 하키 선수로 자랐고, 지금은 그중 한 명이 알버타의 자랑, 에드먼턴 오일러스의 코치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할머니는 늘 마을 하키팀을 위해 후원하고, 아이들의 장비를 도와주며, 기부에도 앞장선다. 작은 마을에서 하키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자존심이고 문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그레이스 할머니가 있었다.


최근 나는 바이킹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레이스 할머니를 찾아뵈었을 때,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도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굿 럭(Good luck), 갓 블레스 유(God bless you).” 그 말을 연신 반복하며 나의 새로운 시작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다.


바이킹에서 살아가는 동안, 나는 늘 그레이스 할머니의 인사를 기억할 것이다. 그분의 “블레스 유”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이 작은 마을에서 내가 이방인이 아닌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증표였다.


이제 나는 새로운 길을 떠나지만, 바이킹의 가로등 불빛만큼이나 환한 그레이스 할머니의 웃음과 축복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 미소를 떠올리며, 나 또한 누군가에게 작은 “블레스 유”가 되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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