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지 않던 밤
제주도에서 5성급 호텔에 묵은 적이 있다.
밤 10시쯤, 수영을 마치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프런트에 내려가 확인을 요청했고
직원이 함께 올라왔다.
도어록 문제인 것 같다며 시설관리 담당자를 불렀고
복도나 1층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
금방 해결될 줄 알고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시설관리 담당자는 조금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수영복 위에 가운만 걸친 상태였다.
점점 추워졌고, 아이가 감기에 걸릴까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아무런 안내는 없었다.
결국 시설관리 담당자가 대신 말했다.
“다른 방을 드리거나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그제야 프런트 직원은 다른 방 키를 가져왔다.
잠시 다른 방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원래 방으로 돌아왔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그날은 그냥 넘겼다.
다음 날 아침,
고장 난 키 하나가 남아 있는 걸 보고
프런트에 내려가 돌려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처가 조금 아쉬웠다고,
아이가 있어서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수영복 차림이라 더 그랬다고.
직원은 사과했고
나는 커피를 사서 올라왔다.
잠시 뒤 지배인이 찾아왔다.
어제 더 빨리 찾아왔어야 했다며 사과했고
체크아웃 날이라 해드릴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드시라고 했다.
이미 커피를 사 온 뒤였지만
알겠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카페에 내려갔다.
빵 두 개를 고르고 아이 마실 주스 하나를 골랐다.
그때 느꼈다.
직원의 말투와 표정이
내가 돈을 내고 살 때와는 분명히 달랐다.
마치 내가
괜히 문제를 제기한 사람,
진상 손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와 이 이야기를 하자
친언니는 말했다.
왜 그때 바로 말하지 않았냐고.
그 말이 하루 종일 마음에 남았다.
현장에서 바로 말하지 못한 탓일까.
내가 너무 남의 눈치를 본 걸까.
아무 말 안 하면
괜찮은 사람이 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제일 만만한 사람이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