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씨 쓰는 것이 좋다.
다양한 문구류 욕심에
필기구는 너무 너무 많아서 넘쳐난다.
자주 정리하고 나누기도 하지만,
언제나 한 가득이다.
요즘은 붓 형태의 펜이 좋다.
캘리그라피를 연습하면서 붓 종류가 다양하게 수집되는 중이다.
나는 다양한 필기구를 좋아하는 나는
한 가지를 끝까지 쓰지를 못했다.
잉크가 굳어서 더 이상 나오지 않아도
나 만의 의미가 있는 펜은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나와 함께 있었다.
새로운 펜으로 끄적이다가
다시 또 색깔을 바꾸고,
볼펜은 그냥 소모품이 아닌 간직하다가
문득 떠오르면 한 두 자 써보는 소장품이었다.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다시 공부를 해야 했다.
영어학원에 다니고, 암기해야 할 과목이 많았다.
넉넉한 연습장과 필기구도 필요했다.
필기구는 넘쳐났다.
잘 나오는 펜을 찾아 열심히 공부했다.
좋아하는 펜들도 어느새 나와 함께 공부를 했다.
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뚜껑을 열어 확인하니 맑고 투명하게
잉크는 보이지 않았다.
우와...신기하다.
내가 볼펜을 끝까지 다 쓰다니...
공부를 중단하고 한동안 감상에 빠졌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서
다 쓴 볼펜을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었다.
우와... 신기하다.
처음 느껴보는 쾌감이다.
빨리 쓰고 또 던져야겠다.
손가락이 아파도
꾹 참고
다시 공부했다.
몇 번의 포기도 있었지만
제법 많은 볼펜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몇 년 만에 원하던 대학원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그래도 내게는 아직도
너무 많은 필기구가 있다.
다시 시작할 공부와 함께
쓰레기통으로 던져져야 할 다양한 펜들은 오늘도 대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