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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 READING GOING Dec 18. 2021

세 네 갈

리버풀이 30년 만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정상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렸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시스템 출범 이후 첫 우승이라고 한다. 

월드컵 기간에만 관심이 있는 축구지만, 

이번엔 한 선수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 


세네갈 출신의 선수 사디오 마네 몇몇 팬들이 

액정이 깨진 아이폰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화제가 되었다. 

그는 이렇게 답변을 하였다.      

“내가 왜 10대의 페라리, 20개의 다이아몬드 시계 두 대의 전용기를 가져야 하나요? 

그게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될까요?

과거에 나는 배고팠고, 농장에서 일했고 맨발로 뛰어 놀았고 

학교에 다니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나는 학교를 짓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과 옷을 나누어 주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 동안 여러 학교를 지었고 경기장도 하나 지었습니다.

나는 값 비싼 고급차들과 고급 저택과 여행 그리고 심지어 비행기까지 

떠벌리고 자랑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그저 내 나라 사람들이 삶이 내게 준 것들 가운데 조금 이라도 

받아 누릴 수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세네갈...

아주 오래 전에 한 달 넘게 살았던 잊고 있던 나라. 

사람들의 착한 눈빛과 손에 닿을듯한 낮은 하늘이 있는 나라.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 나무와 빛깔 고운 새들의 나라. 

밤을 새워 북을 치며 노래하는 열정가득한 나라. 

고운 모래의 해변이 아름다운 나라. 

가난하지만 웃음소리는 풍요롭던 나라. 

프랑스의 지배에 있던 불어권 나라.

많은 기억을 떠올리며 서아프리카의 세네갈을 떠올렸다. 


사디오 마네... 

그 선수가 세네갈 사람이었구나.      

한 달 남짓 그 땅에 머물던 시간 중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작은 난민 캠프.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 몇 시간을 걸려 도착한 난민캠프였다. 

그 곳에 왜 갔는지, 가서 어떤 일을 했는지, 기억도 전혀 없다. 

가난한 나라 중에서도 더 가난한 사람들이 나라를 잃고 떠돌다가 

간신히 모여 살고 있던 

먼지 가득한 불편했던 시간이었다. 

짧은 만남을 마치고 귀가해야하는데, 약속한 차량은 시간 내에 오지 않았다. 

가져간 물도 떨어지고, 식사시간이 한참 지난 상태라 너무 배가 고팠다. 

함께 간 사람들과 배고프다고 하며 투덜대고 있는데, 

갑자기 열 살 정도의 소녀가 나에게 다가와 옥수수를 건냈다. 

내가 깜짝 놀라서 아니라고 손짓을 하며 거절했다. 

그래도 그녀는 내게 괜찮다고 먹으라고 했다. 

서로 말도 통하지 않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척박한 사람들이 모인 난민 캠프였다.

계속 거절하다가 동료들은 거절하는 것이 더 불편할 것 같다며 받으라고 하였다. 

그렇게 우왕좌왕한 상황에 기다리던 차량이 도착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민망하게 남기고 떠났다. 


차 안에서 내게 남겨진 작은 옥수수를 바라보았다. 

나에게 전한 이 옥수수가 그녀에게는 한 끼였을지도, 

어쩌면 그 날 하루의 식사였을텐데... 목이 메였다. 


그것을 아낌없이 처음보는 이에게 건낸 그 마음은

아직도 가슴 먹먹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옥수수처럼 고운 이로 수줍게 웃던 그 소녀는

축구선수 사디오 마네와 함께 소환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행자로 불리는 난민.


기약 없는 여행 중에도 착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


다른 나라에서 부요하게 살 수 있지만,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착한 사람. 


아름다운 사람들의 마음이 그 땅의 잠재력이다. 


꼭 다시 가고 싶은 나라 세네갈. 

마음은 이미 그 곳에 도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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