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길가의 작은 공원이 있다.
공원이라 부르기도 너무 소박한 공간이다.
마을정원사라는 멋진 이름의 주민들이
계절마다 다양한 꽃을 정성껏 가꾸면서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
삭막한 도로를 걷다가
소담길을 걸으면
마음도 꽃처럼 고와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공간에
어느 날 어울리지 않는 푯말이 꽂혀 있었다.
꽃도 훔치면 도둑질입니다!
누가 꽃을 가져가고 있다.
CCTV까지 촬영하고 있다고 한다.
사유지가 아닌 공유 공간을
누군가의 수고와 헌신으로 가꿔나가는데,
어느 누군가는 그 공간을 훼손하고 있다.
좋은 것을 함께 보고 누리고 싶은
꽃과 같은 아름다운 마음이
꽃밭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문구까지 등장했다.
우리 사회의
도덕불감증이
작은 꽃밭까지 번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