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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 READING GOING Dec 07. 2021

눈 내리는 저녁 숲 가에 멈춰서서


눈이 내리고 있다는 소리에

창문을 열어보니

또 다시 엄청난 눈이 쏟아지고 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다 녹지도 않았는데...

눈이 내린다는 사색과 감상보다

조심조심 안전하게 귀가하는 일이

우선이 된 나이가 되어 버렸다.


집으로 가는 길...

집에 가야하는데...

오늘의 마음과 함께

시 한 편이 떠올랐다.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추어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


이곳이 누구네 숲인지 나는 알 듯도 하다

그러나 그는 마을에 있어

내가 여기에 와 멈추어 서서


눈 덮여가는 숲을 보는 것을 알지 못하리라.

내 작은 조랑말은 뭔가 이상해하네

가까운 곳에 농가도 없고

얼어붙은 호수뿐인 깊은 숲에 와 멈추어 선 것을.

일 년 중 가장 그윽히 어두운 날 저녁에

조랑말은 방울을 한번 짤랑거려본다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듯이


그 외의 다른 소리라고는

숲을 쓸어가는 부드러운 바람과 하늘거리는 눈송이뿐.

숲은 아름답고 저물었고 깊은데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Robert Frost


Whose woods ther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시'가 

그림이 되고

한 권의 그림책이 되었다. 


적막하고 고요함 속에 투명한 말 방울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는 구절은

깊은 침묵 속으로 초대하고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은 어디일까?


눈 내리는 오후.

눈 내리는 저녁을 맞이하며

내가

잠들기 전에 가야할

꼭 도착해야할 먼 길은 어디일까?


시인에게

진지한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싶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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