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고 있다는 소리에
창문을 열어보니
또 다시 엄청난 눈이 쏟아지고 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다 녹지도 않았는데...
눈이 내린다는 사색과 감상보다
조심조심 안전하게 귀가하는 일이
우선이 된 나이가 되어 버렸다.
집으로 가는 길...
집에 가야하는데...
오늘의 마음과 함께
시 한 편이 떠올랐다.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추어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
이곳이 누구네 숲인지 나는 알 듯도 하다
그러나 그는 마을에 있어
내가 여기에 와 멈추어 서서
눈 덮여가는 숲을 보는 것을 알지 못하리라.
내 작은 조랑말은 뭔가 이상해하네
가까운 곳에 농가도 없고
얼어붙은 호수뿐인 깊은 숲에 와 멈추어 선 것을.
일 년 중 가장 그윽히 어두운 날 저녁에
조랑말은 방울을 한번 짤랑거려본다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듯이
그 외의 다른 소리라고는
숲을 쓸어가는 부드러운 바람과 하늘거리는 눈송이뿐.
숲은 아름답고 저물었고 깊은데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Robert Frost
Whose woods ther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시'가
그림이 되고
한 권의 그림책이 되었다.
적막하고 고요함 속에 투명한 말 방울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는 구절은
깊은 침묵 속으로 초대하고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은 어디일까?
눈 내리는 오후.
눈 내리는 저녁을 맞이하며
내가
잠들기 전에 가야할
꼭 도착해야할 먼 길은 어디일까?
시인에게
진지한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싶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