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난 지 한참 지났는데
장마 때보다 너무나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집을 나설 때는 차를 타고 갈 거리는 아니어서
가볍게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십 여분이 지났을 때
빗줄기는 계속 굵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우산에 부딪치는 빗소리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소리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비는 쏟아졌습니다.
커다란 장우산을 들고 걸었지만,
비바람에 뒤집힐 것 같은 불안감에
우산의 손잡이를 더욱 세게 잡았습니다.
좋아하는 운동화와
새로 신은 양말은 이미 젖어 있었습니다.
물 웅덩이를 어쩔 수 없이 건너야 했고
옷도 이미 젖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비를 맞으며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같은 날
우산 하나에 의지해서 걸어 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내 삶에 커다란 우산이 되어
자리를 내어주고 함께 비를 맞아주었던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축축한 옷을 갈아입도록
건내준 이들도 기억합니다.
함께 마음을 위로해준 기억도 떠오릅니다.
생각하니
폭우 속에서 걸었던 그 길은
참 좋은 길이었습니다.
남부 지방은 폭염이라지만,
서울은 이번 주 내내 장마급 폭우가 찾아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폭우 속을 또 걷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생각을 선물로 전해준 그 길을
미리 두려워하지는 않겠습니다.
오늘
나는
폭우 속을
한 시간 넘게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