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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 READING GOING Aug 09. 2022

폭우 속을 한 시간 넘게 걸었습니다

장마가 끝난 지 한참 지났는데 

장마 때보다 너무나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집을 나설 때는 차를 타고 갈 거리는 아니어서

가볍게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십 여분이 지났을 때

빗줄기는 계속 굵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우산에 부딪치는 빗소리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소리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비는 쏟아졌습니다. 



커다란 장우산을 들고 걸었지만, 

비바람에 뒤집힐 것 같은 불안감에

우산의 손잡이를 더욱 세게 잡았습니다. 


좋아하는 운동화와

새로 신은 양말은 이미 젖어 있었습니다. 

물 웅덩이를 어쩔 수 없이 건너야 했고

옷도 이미 젖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비를 맞으며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같은 날

우산 하나에 의지해서 걸어 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내 삶에 커다란 우산이 되어

자리를 내어주고 함께 비를 맞아주었던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축축한 옷을 갈아입도록 

건내준 이들도 기억합니다. 

함께 마음을 위로해준 기억도 떠오릅니다. 


생각하니

폭우 속에서 걸었던 그 길은

참 좋은 길이었습니다. 


남부 지방은 폭염이라지만, 

서울은 이번 주 내내 장마급 폭우가 찾아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폭우 속을 또 걷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생각을 선물로 전해준 그 길을

미리 두려워하지는 않겠습니다. 


오늘

나는 

폭우 속을 

한 시간 넘게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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