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김현승
창을 사랑한다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부시지 않아 좋다.
창을 잃으면
창공으로 나아가는 해협을 잃고
명랑은 우리에게
오늘의 뉴스다.
창을 닦는 시간은
또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시간
별들은 십이월의 머나먼 타국이라고
창을 맑고 깨끗이 지킴으로
눈들을 착하게 뜨는 버릇을 기르고
맑은 눈은 우리들
내일을 기다리는
빛나는 마음이게
밤 바람이
선선하다 못해
쌀쌀하게 느껴졌다.
창문을 닫다가
문득 김현승 님의 시가 떠올랐다.
창을 사랑한다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부시지 않아 좋다.
눈부신 햇살보다
창을 사랑하는 시인.
광주에서 만났던
김현승 시인의 시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잘 있겠지.
오늘 밤
여름의 창문을 닫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