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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 Jan 20. 2017

고양이의 아침인사

우리 집 고양이는 아침이 되면 두 번에 걸쳐 나를 깨운다.

대체로 내가 듣지 못하거나, 들어도 끄지 못하는 알람 소리에 먼저 깬 후, 내가 알람을 끌 때까지 가재미 눈을 하고 째려본다. 알람으로 인한 한차례 소란이 지나가면 부비적부비적 애교을 부리기 시작한다.

주로 어깨나 옆구리에 파고들거나, 만져달라고 비비적거리거나 내게 기대어 촉촉하고 지긋하게 나를 바라본다. 그 눈빛은 정말 심장이 멎을 것만큼 귀엽다.

집사야 그만 일어나서 아침밥을 차려다오

아침 애교로 집사의 심장을 폭행한 후에도 집사가 침대를 빠져나오지 않으면 고양이는 쫑알쫑알 잔소리하듯 울기 시작한다. 밥이 없거나, 화장실이 지저분하거나, 심심하거나. 이런 이유로 고양이는 내가 침대 밖으로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왔다 갔다 하며 나를 깨운다. 엄마의 잔소리는 시간이 지나면 멎기 마련인데 고양이의 잔소리는 끝이 나질 않는다. 피곤하고 일어나기 싫은 날은 고양이를 피해 베개에 얼굴을 파묻어도 보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어도 보지만 언제나 고양이의 승.

고양이 성화에 못 이겨 일어나 고양이 밥을 챙기고, 물그릇을 씻고, 화장실을 치우고, 청소를 하면서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언제였더라.

고양이가 이사 오기 전, 어느 일요일 아침이었다.

그 날 아침은 유난히 고요했다. 잠에서 깨어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이상하게도 평소처럼 까마귀가 울지 않았고, 위층 강아지가 톡톡톡 걷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주위를 가득 채운 적막감에 눌려 한동안 방 천장 대각선 모서리만 노려보았다. 마치 진공 상태로 갇힌 듯, 기묘하게 감각들이 뒤틀렸다. 그렇게 한참 동안 유난스런 적막감 속에서 새하얀 모서리만 바라보며 다른 소리들을 찾았다.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만들어내는 소리. 다른 것으로부터 만들어진 소리에서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내가 살아 있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

아무 소리도,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던 그 시간, 그 곳은 무덤을 닮았었다. 어떤 생명이나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하얀색. 외로움보단 두려움에 가까운 막연한 불안.


고양이가 온 이후 나의 아침은 언제나 소란스럽다.

그 전보다 훨씬 분주해졌고 할 일도 많아졌지만 싫지 않다.

매일 아침 고양이의 애교와 잔소리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그 정도쯤이야.

즐겁고 고마운 매일 아침의 소란 :-)


닝겐!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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