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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Oct 12. 2019

프라하,
공원으로 여행 해볼까요?

프라하 : 포토에세이



잠깐 멈추다



이마에 땀에 송글 송글 맺힌다. 한참을 걷고 걸었던것 같다. 지도를 보면서 목적지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금씩 무거워진다. 조금 무리를 한것 같다. 컨디션이 조금 올라왔다고 무리를 한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평소에는 잘 걷진 않지만 여행을 왔을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보통 아침일찍 나가면 밤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오늘도 아마 그럴 듯 싶다. 공원을 가는 길엔 오르막이 있어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깐 멈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문득 멀리 프라하가 보일것 같아 몸을 돌려 시가지쪽으로 향했는데 저 멀리 몇개의 다리 뒤로 동화속 처럼 숲속에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들이 옹기종기 어우러져 있다. 몸도 지쳤겠다 싶어 잠깐 바위에 걸터 앉아 잠깐 쉬기로 한다.  


그냥 멍하니 파랗게 물든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과 함께 강줄기를 따라 흘러가는 배들 그리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다리를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딱히 생각도 하지 않고 미세하게 부는 바람으로 땀을 식히면서 눈으로 간직하고 있다. 매순간 좋은 장면을 보면 카메라를 들어 프레임 안으로 세상을 보던 나에게 프레임을 씌우지 않고 온전히 두 눈에 풍경 하나하나를 담아본다. 이제 코 앞이면 닿을 곳에 공원이 있지만 그래도 잠깐 멈추기로 했다. 그렇게 잠깐 시간도 멈춰본다. 그리고 나도 공간의 일부였던 것처럼 숨소리 조차 들리지 않게 세상을 한장의 사진처럼 내 두눈에 간직해 본다.






한 잠


공원에 도착하고 나니 갈증이 났다. 그도 그럴것이 걷다보니 제대로 먹은게 없었기 때문이다. 근처에 물이라도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한손에 생맥주 한잔씩 들고 다니는게 보인다. 그 사람들을 따라 가보니 조금 길게 선 줄을 보았는데 알고보니 그곳에서 맥주를 판매하고 있었다. 나도 얼른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얼마 시간을 흘렀을까? 내 차례가 되어 나는 맥주를 받아들고, 프라하 시가지가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난간에 걸터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도란 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빈 자리를 잡고 걸터 앉아 맥주를 홀짝 홀짝 마시며 풍경을 감상했다. 그러다 잠시 눈을 감고 깜박 졸았던 것 같다. 피곤하긴 했나보다 술 몇 모금 들어갔다고 이내 잠들었다니... 그렇게 나는 10분 가량 잠들었나보다. 눈을 떠보니 해는 저멀리 천천히 지고 있었다. 프라하에 온지 삼일째,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잠깐 한 잠 잤던게 도움이 됐는지 조금 개운한 감이 들었다. 이러다가 해가 질까싶어 남은 맥주를 마저 입에 털어버리고 공원을 둘러 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는 바다보다는 산을 도시보다는 숲이 있는 시골을 더 선호하는것 같다. 공원이나 숲을 걸으며 피톤치드향 가득한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며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곤한다. 





쉼터


본격적으로 공원을 둘려보려고 제일 높은 곳으로 왔다. 공원이 생각보다 커서 전체를 둘러보기는 힘들 것 같아 외곽쪽으로 둘러 보려한다. 공원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단체로 운동하는 사람들부터 보드를 타고 있는 사람들고 그리고 아이와 함께 온 부부들 그리고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들까지 여행자보다는 현지인에게 더 사랑 받는 공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소를 추천해주었던 같은방 여행자에게 감사하는 말을 전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 한가득 공원에 베여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혼자 오기 아쉬울 정도로 돗자리 하나 갖고와서 따듯한 햇살 아래서 책이나 이야기를 도란 도란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 기분 좋은 생각을 하며 공원을 산책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좋았다.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걷기도 하고 햇살 비추는 곳에서는 한참을 앉아 있기도 했다. 마치 공원 전체가 하나의 쉼터 같은 느낌을 내게 주었다. 지치고 힘들때 한번씩 들러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가는 듯한 그런 쉼터 말이다. 


여기서 사람들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다 서두르지도 조급해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반려동물들 조차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 보였다. 사람들은 서로 마주보며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 각자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고 그것도 아니면 그냥 잔디밭에 앉아서 따뜻한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전자기기 대신 피부로 오롯이 자연의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공원 입장할때에는 디지털의 딱딱함을 잠시 두고 아날로그의 감성으로 온전히 즐기길 바라듯 레티타 공원은 사람들을 인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벤치에 앉아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누가 파란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정말 시리도록 파란하늘이었다. 청명한 하늘엔 중간중간 솜사탕 같은 뭉개구름이 심심한 하늘의 이야기를 만들어준다. 그러다 문득 어린시절 가을 하늘을이 생각났다. 어렸을적엔 가을이 되면 정말 높고 파랬던 하늘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미세먼지에 뒤덮혀 희뿌옇게 변해버린 하늘만 가득해 가을이라는 무색하리만큼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었다. 이곳에 오니 그런 걱정없이 파란하늘을 맘껏 감상할 수 있었다. 다시 한국에 돌아가면 이런 하늘을 또 볼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머리속에 맴돈다. 


노을 빛에 점점 하늘이 붉에 물들어 가고 푸르렀던 나뭇잎은 어느새 황금색으로 조금씩 물들어 가고 있다. 어느덧 시간은 파랗게 빛나던 시간을 끝내고, 낭만의 불빛들이 가득한 프라하의 밤으로 그 모습을 바꾸려 한다. 그사이에 지금은 찬란한 노을을 선물마냥 건네 주고 있는 것이다. 매일 매일의 하늘은 다를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를 보내더라도 그냥 의미 없이 보내는 것보다는 매일 변화하는 하늘과 공기와 바람을 천천히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 내가 생각했던 쉼을 했던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몸에게 쉼을 주었다면 이곳에서는 정신을 맑게 해주는 쉼을 주었다. 그냥 와봐야지 했던 프라하였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있다보니 나에게 정말 좋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개인적 사정으로 산토리니의 마지막 일정을 보낼때 부터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어느순간 나도모르게 치유되고 있다고 느낄정도 머릿속도 편안해 졌고 마음도 많이 편해져 있었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를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여행이 되고 있었다.





건네주다


브런치에 연재하면서 늘 고민했던 부분은 내가 생각하는 감정을 잘 담아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사진을 보며 감정을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랬었다. 하지만 늘 마지막에는 좀더 잘썼으면 좋을껄? 조금더 잘 사진에 담아서 보여줄껄?이라는 생각이 함께 공존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많은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치 글을 읽는 독자가 레티나 공원을 직접 거닐고 느낄 수 있도록 잘 표현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을 건네주고 싶었던게 컸다. 순간 순간 간직하고 싶은 장면을 사진에 담는다. 그리고 글을 쓰고 사진을 통해 매일 전시하는 느낌으로 구독자를 만난다. 좋을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때도 있지만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슴 한켠에 두고 하나씩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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