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꼭대기 도시

by 혜윰

잉카 브릿지에서 혼자 이런저런 공상을 마치고 나는 겨우 도시를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왜 그리도 오고 싶었을까? 무엇이 나를 그토록 오게 했을까? 나조차도 그 매력을 찾을 수가 없었지만, 마음의 이끌림이 너무도 강했기에 올 수 있었던 거 같다. 와이나픽추를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그 밑에 자리한 도시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토록 뷰가 좋은 도시가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과거의 잉카인들은 그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곳을 건설했겠지만, 지금에 와서 이곳은 미스터리 그 자체이자 신비로움을 품고 있는 오래된 도시이다. 수많은 돌을 이용해 켜켜이 쌓아 올린 건축물을 보고 있자니 그들의 노동력이 어땠는지 감히 헤아릴 수 조차 없다. 일반평지도 아닌 산꼭대기에 이렇게 커다란 도시를 만들자고 했던 그 용기와 과감함 그리고 결단력 등 어디서 나왔을까? 아니 무모함이란 단어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돌 하나하나의 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살이 함께 쌓였을 거라는 점만이 짐작이 된다.


현대의 도시건축 기준으로 보아도 굉장히 잘 짜인 계획도시로 지어졌다고 한다. 상·하수도의 개념도 함께 있을 정도였다니 아마 그들이 공동체적 도시건축 개념은 아마 현대를 뛰어넘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도시건축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어서 내 멋대로 평가할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하다고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도시 곳곳을 채우고 있었는데 멀리서 보니 마치 마추픽추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나도 그 중 하나가 되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상상을 잠깐 해보았다. 마추픽추 곳곳에서는 리마를 볼 수 있었다. 원래대로 따지면 이곳에 살지 않고 있지만, 관광객을 위해 몇 마리 갖다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은 이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는 리마와 함께 사진도 찍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관광을 하고 있다. 남미라고 생각하면 왠지 우리나라와는 굉장히 멀어 쉽사리 다가가기 힘이 든다는 인식이 먼저 앞섰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오기 전에도 관광객이 얼마나 많을까에 대한 가늠을 하기 힘들었다. 처음 도착한 시간이 어둑어둑한 밤이었기에 더욱이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른 아침 마추픽추에 올라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며, 정말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그중 가족과 함께 온 여행자들도 상당수 있어 놀라웠다. 책에서만 보는 것이 아닌 실제로 아이와 함께 체험함으로써, 직접 피부로 느끼며 알아 가도록 알려준다는 점에서 내심 부러웠다. 그리고 속으로 시간이 지나 가족이 생기면 나도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그저 책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눈과 귀를 이용해 보고 듣고 더불어 피부로 느끼며 깨닫게 해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는 늦잠을 자서 조금 늦은 아침에 올라왔지만, 개인적으로 이른 새벽 첫차를 타고 마추픽추에 오를 것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도시를 둘러싼 산 전체가 구름과 안개로 싸여 그 모습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는 글을 어디선가 보았기 때문이다. 안개와 구름 속에 가려져 있던 도시의 풍경이 해가 뜨고 안개가 걷히면서 붉은 햇살이 도시 곳곳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은 마치 황금의 도시가 깨어나는 모습으로 다가온다니 가희 상상조차 안 된다.


깨닫는다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여정이다. 어떤 상황이 올 때 나는 늘 그것에 대해 인지하고 다른 부분이나 틀린 부분 등을 깨닫고 이해하려 하지만 결국 나는 내 이기심과 과욕을 넘지 못해 제자리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뒤돌아보면 후회와 아쉬움만이 가득했던 지난날의 상황을 자기 위로하며, 어물쩍 넘기며 아무렇지 않은 척, 그저 어쩔 수 없을 거라는 자기 틀에 가둬 혼자의 욕구만 채웠을 뿐 더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이런 내 생각과 어리석음을 바꿔주었던 것이 여행이었다. 한순간 새로운 걸 깨닫고 이해하며 배우기보단 어느 순간 나에게 조금씩 스며들어 내 생각의 방식을 조금씩 천천히 바꾸며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켜주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생각하는 첫 여행지인 이곳에 오니 마음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느낌이다. 어쩌면 난 이 공간에 있고 싶었었나 보다. 도시가 주는 경건함을 넘어서 무엇인가 절실히 하고 싶었던 것의 시작점이 되는 이곳, 나의 여행이 시작되는 장소가 되어준 산꼭대기의 신비스러운 도시 마추픽추.


여러갈래 길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하나로 모여들었다. 나의 많은 이유와 생각들 그리고 욕구들이 하나로 합쳐진 이 공간은 그 도시가 주는 신비로움을 넘어 나에게는 또 하나의 시작을 알리는 공간이었다.

어쩌면 앞으로 있을 여행에 있어 지금 느끼는 이 생각과 감정을 기틀로 해서 나의 여행은 지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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