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 브릿지

by 혜윰

멀리 서 본 마추픽추는 막 지어진 도시라기보단 현대의 계획도시처럼 잘 구분되어 있었다. 아마 누군가 똑똑한 사람이 있었겠지? 라는 막연함이 내 머릿속에 스쳐 간다. 이런 생각은 사실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거 같다. 그저 여기 있다는 사실이 더 흥분되었다. 태양의 문에서 내려와 고대도시 안으로 들어왔고, 내 눈에 바로 들어온 건 바로 와이나픽추였다. 나는 바로 여기가 꼭 찍어야 하는 포토스폿이구나! 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진을 찍고 한 바퀴 둘러볼 심산이었는데, 백발의 미국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온다. 속으로.. 아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영어도 제대로 못 하는데.... 걱정이 앞섰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다. 이내 내 앞에서 인사를 건네고 어디서 왔냐는 말과 함께 아저씨의 여행 방랑기를 내가 들려주었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이해하면서 들을 수 있었던 고작 20%밖에 안 된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귓속에 들어왔던 건 여기에 잉카 브릿지가 있는데 좋았다며, 입구 찾기가 힘들어 관광 왔던 사람들도 못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만약 가고 싶다면 내가 입구 위치를 알려주겠노라며 나에게 물어왔다. 나는 대충 눈치껏 좋다는 표를 했고 아저씨가 입구까지 안내해 주었다.


정말 풀숲에 작은 푯말로 잉카 브릿지로 가는 길이라고 쓰여있다. 속으로 이러니까 사람들이 찾기 어렵지…. 라고 되뇌었다. 아무튼 나는 다행히 좋은 분을 만나 찾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 발 빠르게 브릿지로 향했다. 조금 올라가니 조그마한 안내데스크가 나온다. 거기서 사람들이 무엇을 쓰길래 가보았더니, 잉카 브릿지로 향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시간 또한 도착했을 때 시간을 일일이 작성하고 있었다. 아마도 어두워지기 전에 통제하는 것 같았다. 길이 좁다 보니 인원 파악을 제대로 못 했다가 실종자가 생길 수 있기에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나도 이름과 출발 시각을 작성하고 조그마한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길은 생각보다 이뻤다. 조그만 오솔길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마치 동화 속처럼 머리 위로 나무 넝쿨이 있었고 길을 불완전해 보였지만 숲속 탐험하는 느낌을 들어 약간은 흥분되었다.


브릿지가 눈앞에 보인다. 지금은 폐쇄되어 막아놓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딱 출입통제 입구까지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거리가 끝이 안 보이는 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앞에서 더는 가지 않고 바위 위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개인적으로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다리 입구까지라도 가보자 하는 심산으로 한 발짝 조심이 내디딘다. 다행히 안전을 위해 허술하게 보이지만 끈들이 벽이 고정되어 있었고 생명줄처럼 있는 힘껏 줄을 쥐고 목적지로 향했다. 폭이 1m도 안 돼 보이는 길옆으로는 바로 낭떠러지가 있기에 무슨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심장이 빠르게 콩닥거렸다. 아... 여행을 온 건지 아니면 극기훈련을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군대도 다녀왔는데 까짓것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왜 저러나 싶었겠지만, 나같이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겐 그 순간 머릿속 주마등이 스쳐 지나갈 정도로 쉽지 않은 여정이다.


서울에서 부산 거리처럼 느꼈던 길을 건너 잉카 브릿지에 당도할 수 있었다. 실제 거리는 10m밖에 안 되었는데 다시 한번 내 심장이 약하다는 걸 나는 연약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다리는 오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힘없이 무너져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통나무 몇 개로 해서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것이었다. 도대체 잉카 사람들은 왜 그곳에 다리를 만들어야 했을까? 이 길을 통해 어디로 가려 했을까? 무너진 모습을 보며 이 다리를 건넜을 옛사람들이 생각났다. 내 시선은 눈앞 다리를 지나 맞은편으로 향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걸어서 생긴 조그만 길이 눈에 들어왔다. 나의 시선은 계속해서 길을 따라 움직이며 목적지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을 걸었을 수많은 사람의 발자취를 생각했다. 내 시야로 갈 수 있는 길의 끝, 아슬해 보이던 절벽 끝에는 조그마한 깃발 하나가 펄럭이고 있었다. 그곳이 목적지였을지 아니면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태양의 문처럼 제사를 지내러 갔을지도 혼자 여러 가지 추측을 해 볼 뿐이었다.


잠깐 나도 바위에 앉아 쉬었다가 내려가기로 하고, 카메라를 잠시 무릎 위에 내려놓고 앉아 있다. 낭떠러지를 따라 아슬하기 이어진 길을 보고 있자니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도 잡생각이 많은데 무언가 계기가 되면 더욱 증폭되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또한 혼자 감성에 촉촉하게 젖어 들기도 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때의 복식은 아직도 존재한다. 걷다 보면 종종 전통복식 차림으로 돌아다니시는 분들을 보곤 한다. 어린 시절 오래된 버스정류장에서 한복을 입고, 입에는 담배를 물고 있던 어른들이 오버랩이 된다. 언제인지도 알지 못하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기억의 끈을 유지한 체 이어 간다는 것, 속으로 앞으로의 삶에 있어 과거는 나에게 어떠한 길을 제시해줄지에 대한 막연함이 내 머릿속에 밀려왔다. 그들의 과거를 생각하다 보니 어쩌면 그들도 나와 같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그들의 과거가 마치 내 과거라도 된 마냥 그들의 역사와 함께 천천히 물들어 갔다.


다리는 동떨어져 있던 것을 서로 연결해주어 하나로 묶어준다. 그래서 알지 못했던 세계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마치 여행하는 것처럼 무작정 상상만 하던 곳을 직접 발로 걸으며 온몸으로 체험하고 내 생각의 영역을 더 없이 넓혀주어 갇혀있던 자의식을 해방해 점점 생각의 트리를 일구어 나의 삶을 바꾸어 나간다. 서로 다른 걸 이어주는 브릿지는 시작은 하나였지만 그 역할은 무수히 많은 길을 만들었으며 그 길을 통해 더 많은 기회가 모여 한 세계를 바꿀 수도 있는 역할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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