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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Feb 06. 2020

이겨 내다


길을 찾아다닌 어느 날

걷고 걷고 걸었던 그 날


발바닥에는 뜨거운 열기를

이기지 못한 피부가

수증기로 변해 조그마한

물방울로 맺혀 있다


목적조차 잊어버린 나에겐

피로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아픔만 남겨 있었다


그래도 나는 걸었다


아픔도 슬픔도 미련도

그 무엇도 기억해내지 못할 때까지


아니, 애초에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 만큼의 시간이 흘러

건조함 만이 나에게 남았을 때


열을 내며 울부짖던 발바닥은

어느새 습기조차 느낄 수 없을 만큼 말랐고,

그 자리엔 감정을 잃어버린 심장이

벽돌처럼 단단히 박혀 있었다


나는 애초에 무엇을 잊기 위해

걸었었는지조차 기억해내지 못하지만


저만치 멀리서 내 뒤로 지워지던

풍경들 속에서 한가지는

알 것만 같았다


나는 잘 이겨내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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