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아다닌 어느 날
걷고 걷고 걸었던 그 날
발바닥에는 뜨거운 열기를
이기지 못한 피부가
수증기로 변해 조그마한
물방울로 맺혀 있다
목적조차 잊어버린 나에겐
피로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아픔만 남겨 있었다
그래도 나는 걸었다
아픔도 슬픔도 미련도
그 무엇도 기억해내지 못할 때까지
아니, 애초에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 만큼의 시간이 흘러
건조함 만이 나에게 남았을 때
열을 내며 울부짖던 발바닥은
어느새 습기조차 느낄 수 없을 만큼 말랐고,
그 자리엔 감정을 잃어버린 심장이
벽돌처럼 단단히 박혀 있었다
나는 애초에 무엇을 잊기 위해
걸었었는지조차 기억해내지 못하지만
저만치 멀리서 내 뒤로 지워지던
풍경들 속에서 한가지는
알 것만 같았다
나는 잘 이겨내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