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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Mar 27. 2020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 1화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기

철컹.. 철컹... 겉은 멀쩡한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구치소 들어가는 느낌이다. 가운데 복도 양옆으로 방들이 늘어서 있는 구조 흡사 타인은 지옥이 다에서 보던 그런 느낌의 복도 구조였다. 살인자가 사는 그 오래된 고시원의 문짝조차도 일반적인 문이었거늘 여긴 각 방의 문들이 2중 철문으로 되어 있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어쩜 우리가 상상하는 드라마 속 보다 더욱 드라마틱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형 그래도 지금 이쪽이 그나마 안전한 동네에요. 그래서 이렇게 집도 이중 잠금장치로 되어 있는 거고요.."


끼익 쇠문이 열리고 익숙한 방문 하나가 더 열리고 나서야 7평 남짓한 깔끔하게 정돈된 방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배낭 한 개와 여행용 가방을 펼쳐 놓고, 그대로 재호 침대에 널브러져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정말 긴~ 비행시간이었다. 힘든 거 같으면서 막상 오니깐 다시 기운이 나서,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담한 공간에 우리 셋은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리고 앞으로 여행할 일정에 대해서 재호와 함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재호는 우리가 여행 할 코스의 가이드라인을 어느 정도 정리해 놨었다.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의 재호는 일정도 정말 알차게 꾸렸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창밖은 평온해 보였다. 나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거리를 관찰했다. 그러던 중 사뭇 의아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쓰레기통에 안에 있는 물건들을 커다란 비닐봉지로 옮겨 담는 사람들이 눈에 띈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쓰레기 수거하는 차가 없어 일일이 일력으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자판을 두드리던 재호를 바라보고


"여기는 사람들이, 일일이 쓰레기를 수거하는 시스템이야?"라는 나의 물음에

"아니요. 쓰레기 안에 있는 거 다 수거해서 자기네들이 입을거나, 먹을 거 있는지 그리고 나머지는 팔려고 하는 거예요"

.

.

.


한 손에 세탁물을 들고 교차로를 건너는 재호와 여자친구를 보며 혼자 나지막하게 웃고 있다.

"형도 같이 가실래요?"라는 재호의 물음에 나는

"아냐 나는 그냥 여기 있을게…."라는 답변을 했고 옆에서 이를 듣던 여자친구가

"왜? 무서워? 못 나가겠어?"라는 핀잔과 함께 놀렸다.

겉으로는 "무슨 말이야! 그냥 피곤해서 나가기 귀찮은 거뿐이야"라는 말은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쫄보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뜨거운 태양은 늦은 오후에도 그 열기를 멈출 생각이 없나 보다. 두 명이 잠시 일을 보러 나간 사이에 나는 잠깐 침대에 누워 멍하니 그냥 천장만 바라보았다.


안 되겠다 씻어야겠다. 방안 조그만 샤워실에는 정말 익숙하지 않은 샤워기가 나를 보았다. 이게 샤워기라고 하기에도 초라한 모습이다. 흡사 우리네 수도꼭지처럼 생겼다. 그래도 이게 어디라 길게 뻗어 나오는 물줄기에 길고 길었던 비행의 묵은 때를 씻어낼 수 있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데 지금 내 마음이 그렇다. 묵은 피로를 벗겨내니 한결 더 가벼운 마음이었다.


우리는 다시 둘러앉았다. 그리고 다음 여행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우리는 첫 번째 여행지로 크루거국립공원을 가기로 했다. 내가 너무나 기대하고 기대한 그 국립공원, 영상으로 보는 것이 아닌 진짜 자연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는 기회! 얘기하는 내내 너무나 설렜다.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해서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 첫 저녁이네!

차를 타고 밤길을 이동한다. 일단 알아서 가니 맛있게 먹으면 될 듯싶었다. 어두운 길을 지나니 알록달록 조명과 이쁜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잘 꾸며진 레스토랑들이 밀집된 동네였다. 주차할 곳을 찾아 차를 옮기니 안내원들이 주차를 도와준다. 주차를 마치고 이동하면서 어린이처럼 다시 재호에게 질문했다.


"여기도 주차요원이 있네?"

"아 여긴 안전한 곳이긴 한데요, 이 사람들이 주차요원이라기보단 자동차를 보호하는 거에 가깝죠. 아무래도 사고가 자주 나는 동네이니까요."


테이블 위에는 한눈에 봐도 침이 꿀꺽 넘어갈 듯한 비주얼을 품은 피자 두 판이 나왔다. 생각해보니 비행기에서 내려 딱히 먹은 거라곤 제대로 없었으니 더욱 눈이 돌아갈 만 했다.


같이 나온 맥주를 거침없이 꿀꺽꿀꺽하고 넘겼다. 캬~ 세상 살맛 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다음엔 짭짜름하면서 달콤한 페퍼로니 피자 한 조각을 들어 입에 넣었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이 맛 정말 꿀이라도 바른듯한 달콤함과 고소함이 입안에서 퍼졌다.


됐어! 오늘 일정 끝! 더할 나위 없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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