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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Apr 19. 2020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 2화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기

본 이야기는 2017년 2월에 다녀온 여행기 입니다.




"사람들이 어디서 똥 푸냐고, 이 썩은 냄새는 뭐냐면서 방문 열고 장난 아니었어요... ㅎㅎㅎ, 그래도 뭐 너무 먹고 싶으니까 모르는 척하고 된장찌개 먹었죠. 뭐..."


"나는 아마 입맛 때문에.. 외국에서 살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 진짜 한식이 제일 맛있는 거 같아 밴쿠버에 있을 때는 그나마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고 한인타운도 잘돼 있어서 음식도 해 먹고, 김치도 사 먹고 했으니 다행이지, 그래서 어디 외국여행 오래하면 한식당 꼭 한 번씩은 들르는 거 같아"


길쭉하게 뻗은 길, 양옆은 넓은 평야만이 보인다. 차로 5시간 정도의 거리를 가야 하니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다행인 건 우리나라처럼 도로의 굴곡이나 주변 환경에 의한 피로도가 훨씬 적다는 점이었다. 길 한가운데를 기준으로 양옆으로는 너른 평야와 산들이 보일 뿐이었다. 시선이 편하게 느껴져서 그런지 설렘이 그 안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지, 나는 피곤함을 느낄 감정이 없었다. 다만 오랫동안 운전해야 하는 재호가 많이 힘들까 걱정됐지만, 다행히 괜찮다며 되려 우리를 안심시켜줬다.


중간에 잠깐 휴게소를 들러 요기를 할 요량이었지만, 근무시간이 빨리 끝난 건지 아니면 음식이 다 떨어졌는지 가게는 이미 정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지만, 여긴 우리나라가 아니기에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편의점은 열려 있어 간단하게 음료수와 군것질거리를 사고 다시 출발했다.


고속도로 중간중간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고속도로건 일반도로건 사람들이 무단횡단이나 갓길로 걷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에 산업이 발달하고 길이 점차 좋아지던 시점에 뉴스에서 방송되던 고속도로를 무단횡단은 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목적지가 눈앞에 보인다. 크루거국립공원은 야생동물 보호지역이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안에 있고 아프리카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세계 최고의 사파리 관광지다. 크기가 약 2만 제곱킬로미터며 이는 서울의 34배 우리나라 면적의 5분의 1의 크기 정도 된다니 그 규모를 가늠이 하기도 쉽지 않다.

국립공원을 하루 만에 관광하기는 현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은 국립공원 내에 다양한 숙소에 거점을 두고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면서 보거나, 사파리 투어 회사에서 운영하는 큰 관광버스를 이용하여 가이드와 함께 각 코스를 이동하면서 관람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국립공원에 워낙 크다 보니 입구가 여러 개로 존재하고 입구마다 철저하게 서류 검사를 진행한다. 아무래도 밀렵이나 불법 포획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꼼꼼히 할 수밖에 없을 듯했다.


입구를 들어가기 전부터 다듬어지지 않은 넓은 강에서는 악어가 다니고 풀숲에는 초식동물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우리가 있는 숙소까지는 아직 조금 더 가야 하지만 가는 내내 심심할 틈이 없을 것 같았다.


"잠시만! 저기 봐봐!! 기린이야! 기린~!"


왜 이리 설레는지 예전 동물에서 기린을 보곤 처음 보는 기린인데, 아무래도 이렇게 대자연에 있는 기린이 더욱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아마 당연히 있을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 속에서 살다 보니 더욱더 아련하게 다가온다.

잠시 차를 세워두고 멍하니 높은 나무 위에 있는 풀을 뜯고 있는 기린들을 감상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앞으로의 사파리 투어가 나에게 있어 많은 생각을 가져다줄 것이 확실해 보였다.


"정말 고생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운전한 재호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3일 동안 먹을 음식들을 미리 마트에서 구매했었다. 차에서 내려 짐을 숙소로 옮기기 시작했다. 숙소는 빈티지 한 게 사파리랑 썩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3명이 지내기에 딱 안성맞춤이다.

우리는 짐을 옮기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침대 위에 대짜로 뻗었다. 하나하나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지붕이 두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조용한 숙소 안으로 야생의 소리가 들려고, 자연스럽게 우린 말 없이 각자 휴식에 들어갔다.





"우당탕"

"어! 어어어어!! 혀혀형! 저거저거 우리꺼!"


재호의 다급한 불음에 선잠에서 깰 수 있었다.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두리번 두리번거리는데 재호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우리도 재호를 따라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고서야 재호가 왜 그리 우리를 다급하게 불렀는지 알았다.


"아니? 저거 우리 마시멜로 봉지 아니야?"

"네. 맞아요"

"아니 저게 왜 저기 있냐?"

"하.. 제가 깜박했어요. 숙소 문은 꼭 닫고 있어야 하는데... 이게 여기 원숭이들이 생각보다 난폭하고, 사람들이 자주 오다 보니 음식이나 물건을 자주 훔쳐 가요. 그래서 꼭 문은 닫아야 하는데, 순간 방심했더니..."


재호의 허탈한 웃음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밤에 고기랑 같이 구워서 먹으려 산 마시멜로였는데, 원숭이들이 이미 마시멜로의 맛을 알았는지 딱 그 봉지만 갖고 나간 것이었다.

우리가 문을 열고 각자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원숭이들은 조직적으로 그리고 조용히 우리의 식탁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고 마침내 우리가 모두 긴장을 푼 그 순간을 틈타 노련하게 도둑질을 한 것이다.

이 얼마나 영악하고 똑똑한지 나도 이내 말문이 막혔다.


 "에이 뭐 근데 저거 봉지인데 뜯을 수 있을까? 내가 봤을 때 안 뜯어져서 금방 땅에 버릴 것 같은데?"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입으로 능숙하게 봉지를 뜯고 입안 가득 달콤한 마시멜로를 집어넣는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마치 내가 바보가 된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나는 또 한 번 이 친구들에게 바보 취급을 당한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멍하니 마시멜로를 도둑맞고 맛있게 먹는 애들을 보면서 액땜했다 생각했고, 문을 잘 잠가야갰다는 또 한 번에 가르침을 받았으며,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맑은 날 하나의 추억이 생겼다는 마음에 자축 아닌 자축을 했다. 우리는 겸사겸사 정신을 차릴 겸 조그만 매점에 가서 군것질거리라도 사서 3일 동안 어떻게 돌아다닐지 의논하기로 했다.


너무나도 따뜻하다. 아니 뜨겁다. 한국은 지금 가장 추운 2월인데 여기는 완전 반대의 날씨다. 겨울에 반팔을 입으니 뭔가 새로웠다. 그래도 그늘에 있으면 시원하니 너무나 좋았다. 각자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벤치에 앉아서 앞으로의 여행에 대해서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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