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목만큼 다리도 길다

다녀올게요 여행 : 포토에세이

당연히 잘 보이겠지? 라는 생각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기린은 어디를 가나 잘 볼 수 있을 거라는 말과 다르게 정말 보기 힘들었다. 키도 크니 당연히 눈에 확 들어오리라는 생각이었는데 기린만큼 나무들도 높았다.

기린들이 먹이를 먹으려면 높은 나무를 찾아다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숲속에 들어가면 안 보일 거란 생각을 못 했던 내 착각이다. 첫날 이동 중 잠깐 보고 못 보다가 마지막 날 숙소로 돌아오는 입구에 다다라서 길을 가로질러 가는 기린 무리를 볼 수 있었다. 이대로 사진도 못 찍고 돌아서나 했지만, 마지막에 나와줘서 너무나 고마웠던 동물이다.

눈앞에 있던 기린은 새끼기린이었는데 작고 야리야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어미 기린이 어린 기린 옆으로 바짝 붙어서 있었다. 우리가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무리가 빠르게 움직이려 했다. 차에 있던 우리는 바로 차의 시동을 끄고 조용히 하니 어느새 안심되었는지 옆에서 나뭇잎을 뜯기 시작했다. 목이 다리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길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직접 보니 그건 아닌 거 같았다. 목과 다리 길이의 비율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기린이 굉장히 예민하다고 한다. 자그마한 소리나 기척만 느껴져도 바로 자리를 옮긴다고 하니 이정도면 예민대왕 같다.

야생에서 무리를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이들만의 생존 방법으로 생각된다. 기린들은 금방 자리를 이동하여 눈앞에서 사라져 갔지만 그들의 표정은 잊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