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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Mar 31. 2017

너희는 참 보기 힘들다.

다녀올게요 여행 : 포토에세이



사파리 5대장 중 하나인 표범, 얼떨결에 앞 차량이 서서 우리도 섰는데 갑자기 앞차에 있던 사람이 카메라를 꺼내 연신 사진을 찍는다. 나무쪽을 바라보며 열심히 찍길래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는데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작은 새나 찍겠거니 하고 지나치려는 찰라 같이 있던 친구가 "저기 레오파드다!"라고 소리친다. 말이 끝나자마자 나무쪽을 다시 보니 나무의 큰 가지 사이에 표범이 몸을 웅크리고 있다. 정말이지 누가 꼭 짚어 주지 않는다면 찾기 힘들다. 뭔가 표범을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무서운 육식동물이야 맞지만, 더위를 피하고자 나뭇가지에 힘을 쭉 빼고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귀여운 고양이 같았다.


같은 고양잇과라고 해도 비주얼이 전혀 다르기에…. 나무 위에 있는 표범은 우리가 귀찮은가보다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관심도 두지 않는 걸 보니 말이다. 한 번만이라도 봐줬으면 좋겠지만 여기 이놈은 내 생각을 지그시 무시해주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우리가 밑에 있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더욱 안 보이는 나뭇가지 깊이 들어가 버렸다. 괜스레 휴식시간을 방해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 미안했지만, 야생에 있는 표범을 다신 못 볼 거 같은 아쉬움에 자리를 피한 표범 있던 곳을 한참이나 있었다.


그렇게 한낮의 태양을 피해 나무 위에 있던 표범을 뒤로하고 다른 길로 이동하기로 한다. 그동안 못 봤던 동물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설렘과 표범까지 봤으니 오늘은 운이 좋아 다른 동물도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그 자신감이 통했는지 넓은 들판 곳을 천천히 지날 때쯤 운전하던 친구가 "저기 치타다!"라고 알려주었다. 이번에도 한참이나 찾았는데 진짜 들판 위에 나 있는 풀들 속에 치타 2마리가 앉아있었다. 새끼와 어미였는지 앞에 한 마리와 뒤에 한 마리가 나란히 어디를 보고 있는지 유심히 한곳을 보고 있었다.


앞의 새끼 치타가 고개를 들면 어미가 숙이고 뒤에 어미가 들면 앞의 새기 치타가 숙이고 신호에 맞춰 왔다 갔다 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동시에 고개를 들고 사냥을 준비하는지 아니면 저만치 멀리 있던 코끼리를 바라본 것인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둘은 한동안 왔다 갔다 했다. 표범도 귀여웠는데 치타는 더 귀엽다. 뭔가 눈 밑에 있는 무늬가 눈물 자국같이 귀엽다. 이번 투어에서는 사냥하는 모습은 보진 못했지만, 이들 육식동물이 더 귀엽게 다가왔다. 뭔가 인간적인 느낌을 받았달까? 가까이서 보았으면 또 전혀 다른 생각이 들었을진 모르지만 저만치 멀리서 본 동물들은 참으로 편안하게 느껴졌다. 사자와는 뭔가 다른 느낌으로 말이다.


그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냥 멀리서 지켜보는 것뿐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그게 맞는듯하다.

나는 동물들의 삶을 방해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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