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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Oct 21. 2017

아서왕의 전설이 숨겨진 장소
몬세라트

다녀올게요 여행 : 포토에세이


이튿날


여행 첫날의 아쉬움이 체 풀리지도 않았는데 이튿날 날이 밝아왔다. 아직 새벽공기는 차지만 기분 좋은 햇살이 내리쬐고 있는 날이다. 오늘 여행할 곳은 몬세라트 수도원이다. 아서 왕의 성배 전설에 등장하는 베네딕트의 산타 마리아 몬세라트 수도원이자 기독교 성지이면서 또한 세계 최고의 4대 성지로 손꼽힌다. 그만큼 역사성을 띠고 있는 수도원이라고 할 수 있다.

몬세라트는 바르셀로나 근교에 있어서 시내에서 열차로 이동하면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다. 가이드도 많이 진행하고 있어 편리한 방법으로 다녀오면 될 듯하다.

나는 열차를 이용하였고 차창 밖의 풍경을 보면서 기분 좋게 다녀왔다. 


여행 당일에도 몬세라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없었고 그냥 우연히 본 사진이 너무 멋있어서 꼭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마음에 다녀온 곳이다.

막상 도착하니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거 같았다. 워낙 산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무언가 차분한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다. 내가 다녀온 시간대가 사람이 많이 없었던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조용히 산책하기에 참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멀리 보기


수도원에 오르는 방법은 찻길과 케이블카가 있는데 나는 차가 없으므로 케이블카를 이용하였다. 이윽고 케이블카는 출발했고 점점 높이 올라갈수록 발밑에 보이는 풍경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얼마나 지났을까 케이블카가 도착을 했다. 그리고 눈앞에는 수도원의 풍경이 펼쳐진다.

하지만 바로 수도원으로 가지 않고 한 번 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산의 정상으로 갈 수 있는데 이곳도 상당히 넓어서 천천히 둘러 보기를 권한다. 나도 바로 산정상으로 향했다. 처음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건 고양이 친구들이었다. 두 마리의 고양이가 벤치 뒤 담에 앉아서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잊을 수가 없었다. 사람을 많이 봐서 그런가? 아니면 수도원에서 지내는 고양이라서 그런가? 고양이들도 너무나 차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산 정상에 올라 전체 풍광과 함께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한결 좋았다. 눈을 감고 바위에 걸터앉아 잠깐의 사색을 즐겨도 너무나 좋은 곳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시계를 보니 생각보다 많이 지체되어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바로 수도원으로 가려 했는데 우연히 고개를 돌렸는데 저 멀리 바위산이 보이고 그곳에 몇몇 사람들이 있는데 너무 멋있었다. 그리고 내가 사진에서 본 그 몬세라트 수도원을 찍을 수 있는 장소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쳤다. 나는 일단 수도원을 마지막으로 보기로 하고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생각보다 멀리에 있어 걱정했지만, 그 걱정은 도착하고 나서 말끔히 사라졌다.

그곳에서 본 산 밑의 마을들과 정면에 보이는 수도원의 풍경이 너무나 멋있었다. 생각한 것만 너무나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진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잘 찍히지 않았다…. 그래서 많이 아쉬움이 남는 장소이기도 했다. 다만 눈으로 직접 본 모습은 기억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기억된다는 건


얼마가 흘렀을까 하늘에 구름이 몰려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시간도 이미 많이 지난듯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모습들이 보인다. 더 지체하면 정작 수도원을 못 볼 거라는 생각이 언 듯 밀려왔다. 엉덩이를 툭툭 털고 가방과 카메라를 챙겨서 수도원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긴다.

이미 수도원에는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간 듯 하다. 어째 분위기가 더 좋은 느낌이다. 차분함과 고요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을 한다. 넓은 광장이 나온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각자의 추억을 남기려 사진을 찍고 있다. 그리고 나도 그들 속에 섞여 있다. 광장 가장 안쪽에는 성당이 하나 있는데 여기에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면 꼭 들르는 장소이면서 성스럽다고 여기는 성모마리아 상이 있다. 스페인 전역에는 성당도 많고 성모 마리아상도 많지만 유독 여기가 유명한 이유는 성모 마리아상이 검은 마리아 이기 때문이다. 이는 스페인 전역에서는 이 장소뿐인 거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꼭 검은 성모마리아상을 보고 간다고 한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갔던 나는 이 사실을 알 턱이 없었고, 다만 지나치면서 독특하다고만 생각했다. 참…. 여행지에 가기 전 공부를 조금이라도 했으면 더 깊이 있게 즐겼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성모 마리아상은 통유리로 되어있는데 손 부분만 구멍이 있다. 손위에는 작은 구를 들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 손을 한 번씩 만지면서 작은 소망과 함께 기도를 드린다. 나도 미리 알았더라면 손 한 번 만져 봤을 텐데 무심코 지나쳐 버렸다.


넓지 않은 통로들을 지나 출구가 다다랐을 때 수많은 촛불들이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초에 불을 밝히고 잠시 눈을 감고 기도를 드리는 장소 있다. 각자의 소망과 희망을 담아 초에 불을 밝히고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동서양 어디를 가나 촛불을 밝히는 행위는 민중들의 또 다른 목소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해가 바뀌기 전 추운 겨울에 광화문에서 촛불을 밝히던 많은 사람과 나의 모습이 잠시 떠올랐다.


어둠이 걷히고 밝은 빛이 눈가에 들어왔다. 밖에는 사람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해도 구름이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구름에 덮인 수도원의 모습이 왠지 더 자연스럽고 멋스러움까지 느껴졌다. 아쉬운지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의 게으름 때문인지 제대로 구경을 못한 거 같았다. 다만 한가지 생각은 오길 정말 잘했다는 것이다. 우연히 사진을 보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으리라 그렇게 본 사진으로 인해 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 장면들을 얻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살면서 기억에 남는다는 것, 아님 기억한다는 게 점점 어렵고 쉽게 잊히기 마련이지만 오늘 본 장면 장면은 아마 살면서 두고두고 꺼내 볼 수 있는 추억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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