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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Mar 03. 2018

바르셀로나에서의 하루_2

다녀올게요 여행 : 포토에세이


공간

골목 여행을 한 참하다 나오니 넓은 광장이 나왔다. 이곳은 여행자와 현지인들 그리고 현장학습 나온 학생들로 북적인다. 나도 한 쪽에 자리 잡고 앉아 이들을 구경하고 있다. 따뜻한 햇볕이 광장 안을 비추고 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 분주하게 움직인다. 평소에 사람에는 사람 많은 곳은 으레 피하기 마련이었는데 오늘은 차분히 앉아 그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려 한다. 한 공간에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한동안 벤치에 앉아 있다 문득 혼자 생각에 잠겼다. "나는 행복한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가?"라는 주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여행하는 도중에는 현실이 잠시 잊혀 기분이 좋지만, 다시 돌아간 뒤에도 나는 내가 주체가 되어 내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지? 아니면 주변의 시선과 시대에 흐름에 따라 흘러가려 하지 않는지 말이다. 

잠깐의 생각을 접고 다시 걷기로 한다. 아직 볼 곳도 많고 느낄 것도 많기에 서둘러 발길을 옮긴다. 하늘에 비눗방울이 날린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면서 느낀 게 비눗방울을 날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인데 이들 곁에는 항상 어린이들의 웃음이 들린다는 점이다. 돈을 받는 직업도 아닌 그냥 다른 이들과 즐거움을 같이 한 공간에서 공유한다는 점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천천히 걸으며 얻는 것들


여행을 왔다가도 시간에 쫓겨 정작 여행 대신 관광 포인트만 가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 정도는 동네 한 바퀴를 천천히 돌면서 걷는 기분도 가히 나쁘지 않다. 길가에 핀 꽃들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학생들의 수다 등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런 것들은 개인의 취향이기도 하니 각자만의 여행방법을 찾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동네 골목들을 돌아다니면서 즐겁게 지내는데 아시아인들도 많이 가는 바르셀로나이지만 현지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는 잘 안 다니는지 나를 보면서 신기해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있었다. 스페인어로 얘기해 잘 알아듣지는못했지만, 신기한 눈빛과 수줍은 미소로 내 얼굴을 바라보던 모습들이 잊히질 않는다. 나도 간단한 인사와 웃음으로 화답하고는 이내 발길을 돌렸다. 확실히 여행할 땐 현지에서 쓰는 간단한 언어를 알고 가면 더 많은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느덧 해는 저물어 가로등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어두 컴컴했던 도시에 다시 따뜻한 빛들이 피어나고 있다. 이곳은 낮만큼이나 밤에도 활동적이다. 낮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대성당 주변이나 광장 주변으로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사람들로 북적인다. 낮만큼이나 밤의 도시도 너무나 아름답다. 오랜 건물들과 그 주변을 비추는 고풍스러운 조명들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중세시대에 온 느낌이랄까? 기분좋은 상상도 해본다. 

오늘 하루 동네 한 바퀴를 천천히 둘러보며 많은 것들을 보고 느꼈다. 다만 도시의 유명 관광지는 제대로 가보진 못했지만 나는 아직 그런 것들보다 현지인에게 함께 녹아들어 차츰 스며들면서 여행하는 걸 더 좋아하기에 이것 또한 나에겐 값진 하루였다. 여행 중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꼭 필요한 쉼과 여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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