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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Mar 05. 2018

날씨가 좋았던 날의 바르셀로나_1

다녀올게요 여행 : 포토에세이



햇살


창가 사이로 따뜻한 햇볕이 비추기 시작하고 온기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오늘은 바르셀로나 내에 있는 관광지를 다녀 볼 예정이다. 워낙 유명하다 보니 어쩌면 관광객이나 여행자들에게는 꼭 가보는 장소들이다. 떠진 눈을 비비고 필요한 짐만 챙기고 밖으로 나섰다. 오늘 아침엔 구엘 공원에 가기로 했기에 바삐 움직인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원 안을 천천히 둘러본다. 현지인들의 산책코스로도 많이 애용되는 장소인지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며 산책하고 아침 조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공원 정상쯤에 도착하니 저 멀리 해가 비추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함께 바르셀로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한동안 벤치에 앉아서 바람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무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바람과 햇살과 눈 앞에 펼쳐진 풍광을 즐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도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산책을 이어간다. 공원은 아기자기하며 미술관을 숲 안에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혼자 걸어도 심심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행 중 쉼은 언제나 필요하다. 장기 여행자일수록 어느순간 여행이 힘듬으로 다가온다면 과감히 잠시 멈추고 쉬었다 가자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여행을 하는 목적을….

옆의 사람들을 한번 둘러보고 공기를 한번 되 내여 보고 두 눈을 감고 바람을 맞아보고 눈 부신 햇살을 한번 바라보기도 하자 그리고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자 여태까지 잘해왔으니 한 번쯤은 나에게 응원 한마디 해주자.





마주침 그리고 인사


공원에서 나와 바르셀로나 대성당으로 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아직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부부가 같이 나와 손을 잡고 장을 보는 풍경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사람들 이내 과일가게와 채소가게들이 대화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지나가는 사람들과 정겨운 인사를 나누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동했다. 우리나라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나라마다 아침 풍경이 있을 테지만 무언가 이들의 아침은 웃음과 여유가 있어 좋았다. 나도 나이가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손을 잡고 아침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삶을 잠시나마 꿈꿔본다.


오늘 날씨는 정말 좋은 것 같다. 오락가락하는 날씨 덕에 마음도 이리저리 싱숭생숭 했는데 오늘은 따뜻함이 마음을 가라앉힌다. 대성당까지 거리는 좀 있었지만, 주변을 하나씩 둘러보면서 걷다 보니 전혀 심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즐거웠던 거 같다. 시간에 쫓기듯 여행할 때에는 알지 못했을 법한 풍경들이다. 조금만 천천히 걷다 보니 주위의 사람들이 보이고 이야기가 들리면서 미소로 답한다. 여행 중 휴가를 얻은 듯한 느낌이다. 힘들어도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지만 한 번쯤 지칠 때에는 이렇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언어가 능숙하지 못해 말 한번 건네보진 못 해봤지만 길에서 지나갈 때마다 짤막하게 건넨 인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한 달간의 여행 중 절반이 흘렀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즐겁고 신났던 하루였다. 아프리카 사파리에 가서 직접 눈으로 본 자유로운 동물들의 황홀한 모습과 따뜻한 해수욕장에서 펭귄이랑 같이 수영했던 일 그리고 넬슨 만델라 동상에서 사진 찍었던 일등 아프리카에서 너무나 많은 추억을 쌓았다. 이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실감하니 시간이 흐르는 것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진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어쩔 수 없나보다 영원했으면 했던 시간은 그렇게 너무나 빠르게 속절없이 지나가 버린다. 살아 있는 지금이 내가 남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기에 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지금은 젊다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어느새 시간은 속절이 없이 흐르고 지나온 날들을 추억하고 회상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나는 지금에 나에게 늘 행복하고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왔노라 하며 칭찬해 주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 남은 여행일정이 있지만, 지금껏 지나왔던 여행과 앞으로 다녀볼 여행에 대해서 잠시나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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